- 전광훈 ‘님’ 주장의 핵심 세 가지
- 일시적 해프닝 아닌 대한민국 기독교가 맞닥뜨린 현실

지난 정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광장의 기독교’를 보고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은 당황했습니다. ‘광장의 기독교’ 중심에는 전광훈 님이 있습니다. 직책 사회인 한국에서는 이름 뒤에 그 직책을 붙이는데, 이분의 공식적인 직책은 목사이지만, 이분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는 만큼 이 글에서는 전광훈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광장의 기독교’

전광훈 님이 주최하는 광화문 집회는 보통 ‘기도회’라는 명칭을 달고 진행됩니다. ‘기도회’는 이미 일상의 용어가 돼서 그 자체로는 물론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 우리나라는 전체주의적 군부독재 시대를 보냈습니다. 그때까지는 이런 집회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허가 되지 않았고, 허가받지 않은 모두가 불법 집회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 민주화가 된 것은 확실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상당 부분 마련됐다는 것은, 박수 보내며 감사할 일이기는 합니다. 사실 기독교 쪽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영향력을 끼친 분들이 세상과 작별하시면 노제를 할 때, 시청 앞 광장에 사람들이 운집한 적은 있지만, 광장이 이런 모임의 집회로 사용된 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2002년에 심미선 ·신효순 학생이 미국 장갑차에 의해 희생되자, 이 문제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로 이어지게 되고 시청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게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이듬해인 2003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중심이 되어 평화기도회를 개최한 것이 ‘광장의 기독교’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집회가 기독교인들이 공식적으로 광장에 나가서 집회를 시작한 첫 번째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름은 ‘평화기도회’였는데, 구호는 ‘주한미국 철수 반대’였고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퍼포먼스도 벌어졌습니다. 당시 한국 교계를 대표한다고 여겨졌던 故 조용기 목사나 김홍도 목사가 주도했고 주최 측 추산 8만, 경찰 추산도 5만 명이나 참여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큰 규모 집회였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대통령 조찬 기도회 이외에는 일절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던(또는 못하던) 보수 기독교인들이 광장에 나서 목소리를 높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 집회를 기점으로 기독교인들이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광훈 ‘님’ 주장 핵심 세 가지

이제 본격적으로 ‘전광훈식 기독교’에 대해 살펴봅시다. 전광훈 님의 주장 요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광훈 님 핵심 주장 세 가지

첫째, 하나님이 우리나라의 주인이시다.

둘째,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파가 위협한다.

셋째, 미국과의 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는 “하나님이 우리나라의 주인이시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분의 보호 아래서 우리나라가 성공했고, 하나님이 축복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를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셨고, 지금 우리나라가 걱정 없이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나라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파가 위협한다”입니다. 이런 축복받은 나라에 가장 큰 위협은 바로 북한인데, 그들이 신봉하는 공산주의자, 종북 좌파가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똑똑히 보았고, 분단 이후에도 북한 동포들이 이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착취당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기 때문에 공산주의는 세상에서 정말 없어져야 할 것인데, 이런 북쪽 체제를 흠모하는 사람들이 남쪽에 있다”라고 전광훈 님은 주장합니다.

그리고 지난 문재인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문재인 정권을 구성하는 인물들은 공산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백번 양보하여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그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에워싸여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좌파 정권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며 자주 대규모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과의 동맹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좌파를 몰아내는 이런 어려운 일을 하는데, 우리가 다 같이 일어나서 기도하고 나라를 지키고 투쟁해야 하는데, 우리 힘만으로 어렵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필요하다. 미국은 한국 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 공산주의를 물리친 혈맹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을 지켜야 한다”라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전광훈 님 중심으로 많은 보수 그리스도인이 뭉쳐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광복절 대규모집회가 감염병 위반으로 문제 제기되었고, 그 직후 열린 각 교단 총회에서 이 전광훈 님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총회에서는 이 문제를 다음 1년 동안 숙고한다고 미루었습니다. 교단별 조사위원회가 이구동성으로 전광훈 씨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발표했음에도 말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보수기독교인 중 상당수가 전광훈 님의 주장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전광훈 씨와 그 추종자들은 아직 거리에 있습니다. 최근 전광훈 님이 자신의 교회를 재개발 지역에서 이주시키지 않아 시민들과 지자체에 막대한 어려움을 주고 있고, 정치적 영역에서도 보수 정당조차 손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큼에도 불구하고, 한국 보수 개신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전광훈 씨 지지층은 견고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전광훈식’ 광장의 기독교는 단순한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흐름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기독교가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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