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과의 인연,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이어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 통해 당 장악하려는 전광훈
“추천인에 ‘전광훈’ 이름 안 쓰면 찾을 방법 없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씨가 국민의힘 장악에 마수를 뻗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전 씨와 관계를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 씨는 지난해부터 자기 지지자들을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시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했다. 실제로 지난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 투표에서 전광훈 씨의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김재원 전 의원이 최고위원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 모든 공을 전광훈 씨에게 돌리며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통일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광훈 씨 역시 지난 10일 자신이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종교인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라며 자신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 씨의 언행을 거세게 비판하며 ‘손절’하려 애쓰고 있지만, 이미 전 씨가 심어둔 당원들을 내치거나 입당하는 이들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전광훈 집회 참석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부터 전광훈 씨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때부터 소속 정치인들은 전 씨 측 집회에 얼굴을 비쳤다.

홍준표 현 대구시장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대선후보로 출마해 전 씨의 손을 잡았다. 홍 시장은 당시 ‘기독자유당·범기독교계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 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2019년 10월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문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오늘 심판한다”며 ‘국민 탄핵결정문’을 낭독했다. 그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대통령이 아니라 조직폭력 집단과 같이 한 집단의 수괴에 불과해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오늘 여기 모이신 국민의 뜻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라고 소리쳤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도 같은 행사에 참석해 “대통령이 국민을 우롱하고 헌법을 짓밟는데도 점잖게 참을 필요는 이제 없다”라며 “최악의 대통령 문재인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고 외쳤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당 대표 역시 전 씨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전 씨는 “드디어 황교안 대표님이 영계 레이더에 나타났다”라며 황 전 대표를 추어올렸고, 황 대표 역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강한 분”이라며 전 씨를 칭송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 도지사 등 자유한국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정치인들도 전 씨 측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인 김기현 대표도 2019년 11월 전 씨의 집회 연단에 올라 “이 패악한 정권, 독재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 높인 바 있다.

일부 세력, 아직도 표 얻기 위해 전광훈 세력에 기웃거려

국민의힘 측 정치인들과 전광훈 씨의 관계는 결국 전 씨의 과도한 욕망으로 번번이 파국을 맞이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당대표였던 황교안 대표는 어느 순간 전 씨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던 전 씨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며 총선에 나섰다. 전 씨는 2020년 2월 “성령이 하라고 했다”며 황교안 대표가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어쩔 수 없이 창당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후보 단일화하려고 수도 없이 말하고 황교안 대표님에게 애원, 눈물까지 흘려가며 수도 없이 말했지만, 말을 안 들었다”며 “정치하는 분들, 모든 분야에 다 나보다 앞서겠지만, 영적 세계 하나만큼은 절대 나를 못 따라온다”고 소리쳤다.

황 전 대표는 지난 4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씨가 수십 명의 공천을 요구했다”라며 결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전 씨가 말도 안 되는 주장과 요구를 해, 같이 하기 어려워졌다”라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니까 막말, 욕설하면서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이준석 씨가 당대표가 되며 전광훈 씨와의 인연이 끝나는 듯 보였지만, 이후에도 일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전광훈 씨의 손을 빌리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제일교회 문을 두드렸다.

지난 3월 1일에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재원 전 의원이 전 씨 측이 연 국민대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김 전 의원은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존경하는 우리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과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고향 선배인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도 내가 잘 모시고 함께 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가장 많은 득표를 얻으며 수석 최고위원이 됐다. 전 씨는 “김재원 위원이 이번에 1등으로 당선된 건 광화문에서 연설해서 그렇다”라고 주장했고, 최 위원은 미국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라고 추어올렸다.

김기현 대표 역시 지난 4월 21일 “전당대회 당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로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당시 전 목사는 ‘향후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시 본인의 동의를 받아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그 즉시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전 씨 역시 확실한 수 없는 주장들을 펼치며 ‘국민의힘’과의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대선 예비 후보와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 후보로부터 연락받았다고 주장했다. 전 씨 측근인 조우행 씨는 지난 2021년 11월 윤석열 당시 대선 예비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윤석열과 홍준표한테 전화가 왔는데, 윤석열 후보는 직접적으로 전화를 더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또 전광훈 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발표한 신년사를 틀어준 후 둘이 통화했다며, 둘 사이가 매우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전 씨 역시 대선 당일 윤석열 캠프 측 관계자에게 연락이 와 6 시간이나 통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9일 오후 6시부터 대통령실이 나에게 전화해 12시까지 계속 통화했다”며 “나는 이 시대 선지자다. 영의 눈이 열려 있다”고 스스로 치켜세웠다.

손절하려는 국민의힘, 전광훈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나?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 위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국민의힘과 전광훈 씨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라고 소리쳤다. 그는 “당헌에 수석 최고위원이란 말도 없고, 똑같은 최고 위원인데 자칭 수석 최고위원이라고 떠들고 다니고, 그런 식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무수석을 했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라며 “총선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냥 제명하라”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당 대표도 “차후 또다시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에 뿔난 전 씨는 지난 4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황교안 전 대표를 저격하며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정치인들은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 홍준표 시장, 황교안 전 대표가 하는 말을 봐라, 저게 통제가 가능한 말이냐”라고 소리쳤다. 또 국민의힘 장악 야욕도 계속됐다. 그는 지난 4월 17일 ‘국민의힘 결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결별이 아닌 공천권 폐지를 주장하며, 계속 당원 가입 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씨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걸 수용하면 정당 창당을 보류하고,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라며 “독자정당 창당을 미루고, 당원 모집에 가속도를 붙여 더 진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올 연말까지 적어도 300만 명, 많게는 500만 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촉구했다.

현재 전광훈 씨 추천으로 국민의힘에 당원 가입한 숫자는 981 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 4월 18일 “최근 전광훈 목사가 우리 당의 공천에 관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본인이 지지자들에게 당원 가입을 선동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광훈 씨의 추천으로 입당해 이중 당적이 의심되는 당원 981명에 ‘경고’ 문자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원 가입 자격 심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천인에 전광훈 씨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면 찾을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 대변인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는 981명이고 확인 안 되는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국민의힘에 전광훈과 손절할 것을 요청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2020년 총선 참패”를 기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 세력처럼 길거리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섰지만, 참패했다”,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발족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서 전 목사 세력과 손을 꽉 잡았다·· 극단적 우향우의 후유증에 ‘코로나 대유행’까지 맞물리며 중도층에 철저히 외면당했다”라고 지적했다.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도 지난 4월 20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광훈·국민의힘 종교유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힘은 전광훈 씨와 선을 그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기독교 회복센터 김디모데 소장은 “전 씨는 국민의힘에 총선 공천권 포기를 요구하며 전 국민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은 전광훈 씨에 의례적인 비판만 이어갈 뿐, 끝내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특정 종교와 종교인의 정당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와 같은 행위를 강력하게 근절하지 못하고 휘둘린다면 이 나라의 정치는 제2의, 제3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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