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한문덕 목사 (생명사랑교회)
찬양인도 : 유기농수도사
'나의 기도하는 것 보다', '입례'
패널 : 오광석
진행 : 이경은

진노의 일곱 대접을 통해 재앙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회개하지 않고 하나님을 모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완전한 심판을 이루기 위해 재앙은 아직 진행 중이다(17:1~6). 심판의 대상인 큰 창녀, 바벨론이 큰 바닷물 위에 앉아있다(렘51:13 참고). 바벨론은 지정학적으로 유프라테스강을 중심으로 터를 닦은 문명이기 때문, 마치 바다 위에 도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본문의 바벨론은 로마를 상징하는데, 로마 제국이 가진 정치적 위용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 경험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큰 충격은 바벨론 포로 경험이다. 그들은 출애굽 이후에 하나님의 계약 백성이 되었기에,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약 백성된 나라가 망하는 바벨론 포로의 충격적인 경험은 곧 하나님과의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고,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예언서가 등장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지도를 그려보면, 지중해 쪽으로는 철기 문명의 고대 히타이트 제국, 아래쪽으로는 나일강 중심의 애굽 제국이 있고, 수메르 문명이 생긴 유프라테스강 쪽에는 바벨론, 그 위 티그리스강 쪽에는 앗시리아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듯 강대국들에 휩싸인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에게 직접적으로 패망을 안겨 준 나라는 앗시리아와 바벨론이다. 이처럼 앗시리아와 바벨론은 그들에게 원수 같은 존재였다. 두 나라의 식민지 지배 정책은 약간 차이가 있다.

앗시리아와  바벨론의 식민지 지배 정책

앗시리아 왕은 자기의 위용을 뽐내기 위해서 등극하자마자 정복 전쟁을 떠났다. 자기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북이스라엘까지 침략한 것이다. 이때, 저항하면 몰살시킨 후 총독을 파견하여 다스렸지만, 항복하면 관용을 베풀며 자국의 왕을 세워 주었다. 그런데 바벨론은 이 세상에 자신들만 존재해야 했다. 또한 그들이 섬기는 마루둑 신 외에 다른 신은 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관용이 없는 폭력적인 제국이었다. 정복한 나라에 다시는 곡식을 심지 못하도록 소금을 뿌려 황폐하게 했고, 그 백성은 노예로 만들었다. 마태복음서에서도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설명할 때, 바벨론으로 사로잡혀간 때를 기점으로 구분했는데, 그만큼 이스라엘 역사에서 바벨론의 포로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로마 제국도 바벨론처럼 다른 모든 나라를 복속시켰다. 그리고 복속시킨 왕들과 더불어 하나님을 거역하는 음행을 저지르면서 세상을 다스렸다. 여기서 ‘여자의 음행과 포도주에 취했다’라는 표현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 666표를 받은 사람들처럼 로마에 빌붙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로마를 상징하는 빨간 짐승을 탄 여자

이런 상황에서 천사가 요한을 빈들로 데려갔다. 빈들, 곧 광야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광야는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다. 구약 전통에서 광야는 아무것도 없이 하나님을 만났던 장소다. 반대로 광야는 악마가 시험하는 곳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광야에서 시험받으셨다. 지금 천사가 요한을 데려간 이유는 하나님이 아니라 악마이다. 그곳에 한 여자가 빨간 짐승을 타고 있는데, 짐승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들로 가득했고, 머리가 일곱, 뿔이 열 개이다. 머리 일곱은 로마 황제를 상징하고, 뿔 열 개는 로마 제국에 복속된 나라의 왕들을 상징한다. 이 여자가 자주색 옷을 입었다. 자주색은 로마 황제들이 입는 옷으로 로마의 권력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렇듯 로마는 겉으로 화려하고 힘이 세지만, 하나님이 볼 때 그것은 가증하고 자기 음행에 빠진 더러운 것들이다. 지금 로마가 이웃 나라들과 정치적 동맹을 맺고 하나님을 대적하며, 정복 전쟁을 통해 받은 조공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니, 하나님께 그런 것들이 모두 음행인 것이다(겔16:25-29, 28:16 참고).

로마 멸망을 예언하는 요한

요한은 그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 증인들의 피에 취하여 있는 것을 보았다(6절). 이는 로마가 의로운 사람들과 식민지 백성들이 흘린 피 값으로 정치적,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로마 제국과 한 편이 된 사람들은 문명의 거대함에 취해 살지만, 의로운 사람들은 화려한 로마 뒤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테베레 강 옆 일곱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가 바로 로마다. 이는 로마 제국에 왕들이 계속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권력 투쟁의 연속을 보여준다(6-18절). 전체 맥락 상 왕들이 많이 있어도 다 망하고, 결국은 오래지 않아 모두 망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곧, 요한이 열 명의 왕을 보는데, 그들은 아직 나라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 로마 제국 밑에 있으며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내준다. 이들이 모여 어린 양과 싸우지만, 어린 양이 이긴다. 그리고 또 천사가 알려준다. 로마 제국 밑에서 왕 노릇하는 자들은 결국 로마를 배신할 것이다. 그들은 창녀의 살을 삼키고 여자를 불에 태울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하나님 뜻이라고 말한다(17절).

이제 요한계시록은 바벨론으로 상징된 로마가 무너졌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망하는지를 보여준다(18:1-8).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러한 로마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렘51:6, 사47:8-9 참고). 바로 이어서 로마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유함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여준다(18:9-19).

노예를 짐승보다 못한 취급 하는 로마의 가치 체계

여기서 상인들이 상품을 사고파는 목록이 귀중품의 순서대로 나온다(12-13절). 첫 번째는 금과 은이고, 두 번째가 보석과 진주, 세 번째가 옷감이다. 그 다음이 건축자재들이고, 다섯 번째가 향품, 여섯 번째가 식료품, 일곱 번째가 가축이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가 노예(소마톤: 몸들 곧 사람의 영혼들)와 사람의 목숨이다. 즉 마지막 순위가 사람 목숨인 것이다. 식민지 백성들이 당한 서러움과 로마의 가치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 종들을 ‘소마톤’이라는 원어로 의도적으로 사용하며, 그들도 사람의 영혼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없어진다(20-24절). 약자의 피를 빨아서 자기의 권력과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자들의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 안의 평등과 평화

이제 하늘에서는 천사가 어린 양의 혼인 기약이 이르렀음을 알리며 예배를 드리고, 감사의 찬송을 올린다(19:1-10). 이때 요한이 감격하여 천사에게 절하려고 했더니, 천사가 만류하며 우리는 다 같은 형제이니, 오직 하나님께만 경배하며 영광을 돌리라고 말한다. 요한계시록은 심판이 이루어진 후에, 내부적으로 천사와 인간이라는 또 다른 권력 구조가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며, 하나님 안에서의 평등과 평화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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