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북노회 사회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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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불교계 육포 선물, 이것은 일과적 실수가 아닙니다

 

지난 1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등에 설 명절 선물로 육포가 배송됐습니다. 보낸 이는 침례교 교단 전도사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였습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육식 금지' 규율을 준수하는 불교계로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한국당은 다른 곳으로 전달이 될 선물이 잘못 배달됐다며 일과적 실수임을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인 등 비기독교인은 평소 불교를 얕잡아 보는 황 대표의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5월 황 대표는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서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사과했지만 ('육포' 사건으로 질타가 쏟아진데서 알 수 있듯)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예수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불리던 비유대인 심지어 당대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되던 사마리아인까지 끌어안으며 복음의 보편성을 설파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자기와 뿌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훈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를 따른다는 이들이 종교다원적 구조의 한국에서 다른 도(道)를 따르는 이들을 가벼이 여긴다면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보수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정치인의 무례함을 질타합니다.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씨가 대통령 재임기인 2008년, 불교계에 추석 선물로 황태·멸치 세트를 선물로 보내려다 뜻을 접은 일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에 그냥 보내자는 내부 의견입니다.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총무비서관실의 극구 만류가 없었다면 황 대표가 받는 비판은 이 씨가 먼저 경험했을 것이 확실합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이 씨는 '사찰을 없애달라'라는 메시지가 나온 개신교계 행사에 영상 축사를 보냈고,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했다가 이웃 종교인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보수 기독교인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입니다. 마땅히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진 이들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들을 회개케 한다며, 사찰에 들어가 '땅 밟기'를 하고, 불상 등에 붉은 스프레이로 낙서하며, 심지어 불 지르기까지 하는 것은 전도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황 대표는 이 같은 자기 종교 우월주의의 폐해를 직시하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눈속임용 물 타기용 '배송 실수 탓'을 그치고 다른 종교에 대한 관점을 교정해야 합니다. 

특히 보수 개신교인의 배타적 신앙심을 지렛대로 해서 정치적 세를 확대할 궁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불교 믿는 사람은 모두 감옥에 보내고 무인도에 보내... 기독교 국가를 만들자"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씨를 공천관리위원장감으로 고민했던 사고의 근간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개신교 사회단체 평화나무는 뜻있는 교인 및 시민과 함께, 종교가 배려로써 상호 공존하고, 가치로써 상호 연대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황 대표도 동참하기 바랍니다.


2020년 1월 21일
사단법인 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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