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혁 학력·경력 취재기

“왜 평화나무가 이런 기사를 씁니까?” “김용민 이사장 지시로 개인 신상 터는 기사나 쓰면 됩니까?”

유튜브 보도채널 ‘파불라’를 이끄는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 검증 기사를 처음 작성한 5월 말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오는 비난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기사 내용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기사 내용 가지고 뭐라고 하면 설명이라고 하겠지만, 기사 작성 자체가 문제라는데는 대응할 방법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심혁 씨 관련 기사는, 작성했던 기사 중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기사로 남을 것 같다. 5월 말 시작돼 한 달 동안 이어진 심혁 씨 학력과 경력 검증 기사 취재 후기다.

#1 “내가 2008년에는 세계일보 본부장을 했으니까...”

취재를 시작한 것은 김두일 작가와 심혁 씨의 갈등이 수면에 떠 오른 후다. 김 작가의 커뮤니티 글과 심혁 씨의 방송을 보고, 평화나무의 주 독자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오해가 있을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데 당시까지 김두일 작가와는 오며 가며 안면만 있는 사이였고, 심혁 씨는 ‘더 탐사’에서 나와 김두일 작가와 함께 파불라를 만든 기자라는 것과 본명이 따로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유튜버 간 갈등을 취재할 때 꼭 지키자고 정한 원칙대로 김 작가와 심 씨에게 동시에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취재 요청을 했고, 바로 이틀 후 심혁 씨의 여의도 파불라TV 사무실을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은 주로 심혁 씨 측 이야기를 주로 들었는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심혁 씨가 자신의 기자 경력을 자랑하며 “기자는 글만 잘 써서 되는 게 아니에요. 네트워크가 있어야지”라고 했던 순간이다. 그러면서 심 씨는 2008년 세계일보 본부장 경험 등을 기자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본 기자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분명히 “제가 2008년에는 세계일보에서 본부장을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후속 취재 결과 세계일보에는 심혁 씨의 본명 전○홍이라는 사람이 근무한 적이 없었다)

#2 오벤져스 방송 속 낯익은 목소리

다다음날 오후, 심혁 씨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김두일 작가에게 보낼 질문지를 준비하며 전날 밤 라이브로 챙겨보지 못한 ‘오벤저스’(김성수, 최한욱, 심혁이 함께 하는 탐사보도컨텐츠, 지금은 잠정 중단됨)를 보고 있었다. 심혁 씨가 관련 주제를 다룬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본 기자는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음성변조를 하기는 했지만 분명 나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혁이 한 기자의 제보라고 하면서 본 기자와의 통화녹음을 튼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이틀 전 파불라 사무실 방문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심혁의 전화를 받았다. 정천수가 2022년 4월까지 (심혁이 이종원의 빨대로 의심하는) 최진숙 과장에게 잔고증명서를 받은 것이 맞냐고 이야기한 것이 맞냐는 질문이었는데, 기자가 정천수 피디와의 인터뷰 내용을 잘못 기억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천수 피디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4월까지 (구)열린공감TV의 살림을 맡은 최 과장과, 대표 자격으로 조직의 여러 문제에 대해 소통했다고 했다. 그 시점이면 아직 정 피디와 더탐사의 갈등이 불거지기 전이며, 정 피디가 잔고증명서를 굳이 최 과장을 거쳐 확인할 필요도 없다. 2023년 4월이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심혁 씨는 이러한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기자에게 한 번 상의도 없이 취재를 위해 사무실을 찾은 기자를 ‘제보자’로 둔갑시키며 방송에 내보냈다. 30년 차가 아니라 1년 차 기자라도 저지르지 않는 아주 몰상식한 일이다. 요즈음 자주 듣는 비난처럼 심혁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기사를 썼다면 굳이 여의도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이야기 듣고 진정한 자세로 소통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감정이 많이 상했다.

#3 "그런 분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이고 취재는 취재다. 혹여 감정이 기사에 스며들면 안 되니 마음을 추슬러 최진숙 과장, 이연주 변호사님 관련 취재를 이어갔다. 그러던 5월 29일, 김두일 작가가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채널 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관련 취재에 나섰다. 이전의 불거진 이슈는 같은 사실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 사안은 주장을 검증해 줄 대학교와 언론사가 존재했다. 항간에는 왜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만 조사하고 다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김두일 작가는 심혁 씨가 주장한 학력과 경력을 믿고 파불라 채널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다른 사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다.

정천수 피디와 최진숙 과장을 비롯해 심혁 씨가 관계를 맺어온 매체에서, 심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소상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여러 인물이 김두일 작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한양대 법대 85학 번, 조선일보 취재기자, 세계일보 창간멤버 및 본부장, CBS, YTN, 경기신문 경력을 이야기했었다고 확인했다. (물론 CBS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경기신문에서는 CBS 경력을 이야기하지 않는 식으로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이야기했다.)

공신력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열심히 전화를 돌렸다. 수월하게 대답을 들은 곳도 있었지만, 몇 번 전화가 다른 부서로 넘어가는 것은 예사였다. 사정도 하고 읍소도 하고 해서 결국 조선일보부터 경기 신문까지, 심혁 씨가 이야기했던 경력이 대부분 확인되지 않음을 밝혀냈다. 한양대학교에도 당연히 연락을 해보았지만, 소득은 많지 않았다.

조선일보 인사부 확인 결과 기자 명단에서 이름이 검색되지 않았으며, 시사평론가 최한욱 씨가 출판국에서 일한 것이라고 해서 센터 소속 강민정 기자가 이틀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출근해, 자신의 말에 의하면 심혁 씨가 조선일보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연도인 1988년 조선일보 출판국 정기간행물 모두를 전수조사해 심 씨가 조선일보에서 일한 경험이 없음을 밝혔다.

CBS에서도 홍보심의부 책임자와 본부장을 지낸 다수 인물을 통해 CBS 기자로 일한 적이 없음을 확인했고(자회사 노컷뉴스 여행면 협업 파트너로는 일함), 최한욱 평론가가 공개한 명함이 CBS에서 만든 공식 명함이 아님도 알아냈다. 세계일보와 YTN에서도 지금까지 전◯홍이라 는 사람이 근무한 적 없다고 확인받았으며 경기신문에서도 광고, 마케팅 담당 프리랜서로 합류한 것이지 기자는 아니었다고 확인받을 수 있었다.

계속 “그런 이름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80의 진실에 20의 과장을 섞었겠지'하고 예상했다. 어떻게 바로 검증이 가능한 문제를 모두 속일 수 있었겠나. 하지만 100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100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었다. 혹자는 “그렇게 한 사람만 망신 주는 기사가 어떤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4 이해하기 힘든 최한욱 평론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게 힘든 인물은 유튜브 채널 ‘최한욱 TV’를 이끄는 최한욱 평론가다. 최 씨는 역시 유튜브 채널 ‘성수대로’를 통해 방송되다 중단된 ‘오벤저스’에 심혁 씨와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는데, 그 인연 때문인지 이번 이슈에서 강력하게 심혁 씨를 지지하고 변호했다. 최 씨는 5월 29일 김두일 작가가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심 씨를 지지하며 김 작가를 비난했으며, 5월 30일 평화나무의 관련 기사가 발행된 뒤에는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과 본 기자까지 비난하고 조롱했다.

5월 31일 오후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최 씨는, 심혁 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CBS 미디어사업부 / 부장 전○ 홍’이라고 적혀 있는 명함을 공개했다. 최 평론가는 명함을 공개하며 “평화나무가 요새 어려워서 김용민 목사가 알바 뛴다던데 크게 당할 것 같다. 오늘 김용민 이사장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편집장 이름까지 깠던데, 서 머시기...이제 어쩔 것이냐?"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김두일 작가의 주장을 지지하는 이들을 ‘신도’라고 칭하며 “위조했다고 해야지. 포토샵 했다고 해야지. 지운 게 많다고 해야지. 여기서 밀리면 안 돼. 겨우 명함 하나 깠잖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최 평론가가 이렇게 자신 있게 공개한 명함은 CBS의 공식 명함이 아니라고 CBS 본사 심의홍보부장이 기자와의 문자 대화를 통해 "CBS 기자 아닙니다"라고 확인해 주었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도 “‘미디어사업부’라는 부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비슷한 이름의 부서장을 한 적이 있어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 기자는 보충 취재를 거친 후 본 기자에게 “경영진한테 물어보니 스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CBSi(現 ㈜씨 비에스미디어캐스트)에서 여행면을 마련하고 관련된 기사를 외부 촉탁 또는 의뢰해서 기사를 갖다 싣고 하는 업무는 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면서 “보통 CBS 명함은 한꺼번에 단체로 주문하는 업체에 문안을 보내면 보도국에서 받아서 일괄적으로 분배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신청할 때도 보도국을 통해서 받게 된다. 그런데 형식이 다르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변 기자는 “‘미디어사업부 / 부장’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CBS의 공식명함이 아니라는 증거다. 미디어사업부 자체가 존재한 적이 없지만 있었더라도 미디어사업 부장이라고 붙여서 적는다. 그리고 정식 CBS 구성원일 경우 ‘@cbs.co.kr’로 끝나는 메일주소를 부여받는데 명함에 네이버 메일 주소가 표기된 것도 이상하다” 라고 했다. 이외에도 복수의 CBS 본부장을 지낸 인사를 통해 이 명함이 CBS 공식 명함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보도 이후에도 최 평론가는 계속해서 사과는커녕 자신의 실시간 방송에서 평화나무와 본 기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을 이어가며, “왜 자신의 이름을 기사 제목에 싣느냐”라면서 도리어 화를 냈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항에 대한 사과의 뜻은 전하지 않고 있다. 이어 6월 12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그날 오전 평화나무가 “심혁 씨의 조선일보 경력도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보도하자, 최 평론가는 “조선일보 출판부에 입사해서 몇 개월 정도 일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근데 한 사람 말만 듣고 전혀 확인 절차 없이 또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다. 기자가 아닌 건 맞지, 출판부 직원이었다는데 저렇게 마구 싸질러 놨다가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참 걱정이 됩니다. 이거 언론사 같은 경우에는요. 손해배상이 크게 나올 수도 있어요” 라며 또다시 평화나무가 잘못된 내용의 기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화나무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988년 당시 조선일보 출판국에서 펴낸 정기간행물의 제작 스태프 명단을 국립중앙도서관 대출 시스템을 이용, 당시 서적을 확보해 6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전수조사한 결과 심혁 씨의 본명 전○홍은 제작 스태프 명단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평화나무는 1980년대 말 조선일보 출판국 월간조선부(部)에서 일했으며 두 번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낸 조갑제 전 기자에게도 전○홍이라는 기자나 직원이 있었는지 확인했는데, “월간조선에서는 확실히 전○홍이 일한 적이 없고, 이름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최한욱 평론가는 그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명함을 먼저 공개한 인물도 최 평론가이며, 조선일보 출판‘부’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도 최 평론가다. 평화나무는 이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 평론가는 평화나무를 도 넘게 조롱하고는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반대 증거를 내세우니 이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5 아직 끝나지 않은 취재

김두일 작가와 심혁 씨의 유싸대전은 이제 사인 간 갈등을 넘어 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아직 다루지 않은 주제가 적지 않다.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 관련 문제 이외에도 픽 기자 관련 문제, 전 김두일 TV 스패너였으며 현재 보도 채널 파불라 스패너 분의 소송 관련 문제, 한동훈 취재 관련 문제 등 말이다.

평화나무는 앞으로도 이 주제들에 대해서도 열심히 취재해 독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아직 취재를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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