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전 CBS 대기자

 

변상욱 전 CBS 대기자는, 1983년 CBS에 입사해 20대 내내 전두환 정권의 언론 탄압과 맞선 인물이다. 1987년 1월 말 당시 ‘박종철 군 치사사건’ 당시에는 사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방송을 했으며, 보도 기능을 되찾은 CBS에서 시사 프로그램 제작, 취재 보도 책임자, 뉴스앵커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CBS에서 첫 대기자(大記者) 칭호를 받기도 했다. 원래 CBS에는 대기자 직함이 없었는데, 관리직을 거절하고 계속 현장에 남아 있겠다고 하자, CBS에서 특별히 대기자 직위를 만든 것이다. 평화나무는 변 전 대기자를 만나 과거와는 다른 언론 탄압의 양상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편집자 주 -

앞서 지난 1월 유튜브 김용민TV ‘지금은 좋빠가시대’에 출연하셨을 때, 윤석열 정부 언론탄압의 양상이 독재 시대와는 달라졌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요. 1980년대 언론 탄압에는 탄압하는 쪽과 대항하는 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고, 국민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1998년 50년 만의 정권교체 후 양 진영이 10년씩 집권하면서 40년 전 상황을 분석하던 관점으로는 현재의 언론 상황을 분석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습니다.

탄압하는 정권과 탄압받는 언론의 틀로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언론이 보수와 진보 양 정치진영과 가까운 매체들로 분화됐고 이제 정권은 매체 성격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방법을 동원해 탄압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언론 탄압 양상이 바뀌는 과정을 계속 연구해야 하거든요. 연구하려면 학문적 틀을 갖고 접근해야 하고요. 어떤 틀로 지금의 윤석열 정부 1년의 언론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겠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틀이 정해지면 그 틀이 맞는지에 대해서 일단 사례를 수집해야 하는데요. 과거에는 언론 탄압 양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언론 탄압 사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뒤에 얽힌 어떤 메커니즘이나 자기들끼리의 욕망 관계나 인간관계 같은 것이 아주 복잡합니다. 그래서 사례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것이, 사실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대강의 흐름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지요.

진보가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잡았고 다시 보수가 10년을 잡았지요. 그러다가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했는데 5년 만에 다시 보수로 정권이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4반세기 동안 서로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언론계도 보수와 진보 두 집단과 가까운 집단으로 나뉘어 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멀리는 민주화가 진행될 때 기득권에 있던 사람들은 민주화로 인해 그동안의 기득권을 잃게 되고 당시 보수 정치권과 함께 대열을 정비하게 된 것이지요. 이후 이명박, 박근혜 10년 때는 다시 반대 상황이 된 것이고요. 그 당시에는 보수 쪽 사람들이 나라를 되찾은 기분으로 이제 신자유주의라는 말로 대표 되는 여러 정책을 꾸려 나갔고요. 거기에서 이제 적폐라는 것이 생겨나니까 그 적폐를 청산하는 또 다른 진보 정권이 들어서고 다시 공수가 바뀌고... 어떻게 보면 그럴 수밖에 없죠. 어떤 사람 입장에서는 기득권에서 나름대로 잘 지냈는데 자기 기반이 무너지고 어떤 사람들은 이 불평등한 상황 속에서 뭔가 좀 혁신적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는데 보수 정권이 늘 짓누르다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뭔가 좀 틈이 보이니까 목소리를 높이고....

진보와 보수라고 하는 정치적 양극화의 영향이 언론계에도 미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그건 사실은 식민사회를 겪고 내전을 겪은 나라에선 항상 있는 일입니다. 100년에서 120년 간다고 흔히 보는 데 우리 이제 한 70년밖에 안 됐어요. 결국 정치적 양극화는 숙명적인 거죠. 윤석열 정권은 이러한 구도를 이용해서 각 매체 성격에 적합한 언론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0.73% 차이지만 선거를 통해 당선된 윤석열 정권이, 40년 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당성이 없는 전두환 정권이 하던 언론탄압을 반복하는 것이 어찌 보면 서글픕니다.

윤석열 정부는 태생적으로 약점이 있습니다. 일단 정치 경험이 너무 없고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정치적 기반이 너무 약하고요. 거기다가 지지율도 높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슬아슬하게 대통령에 당선된 데다가 부인과 장모 리스크까지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리스크를 안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처한 상황을 보면, 우군을 늘리지 못하고 언론탄압의 길을 선택하게 된 흐름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 집단은 계속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색깔을 띠었습니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인데요. 김대중-노무현 10년 집권 후에도 2008년 이명박 정권 광우병 촛불시위에 이어 박근혜 정권 탄핵 흐름까지 대열이 흐트러진 적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계속해서 진보적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일단 이쪽에는 신뢰를 얻을 수 없는 형편이지요.

그럼 윤석열 정부는 바로 국민에게 잘 보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정책입니다. 서민과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지요. 살펴보면 이미 기득권을 가진 지배 세력에 도움 될 정책만 잔뜩이니 국민에게 내놓고 지지를 모을만한 카드가 없습니다. 그러면 일단 핵심 지지층을 똘똘 뭉치게 한 다음, 그것을 중심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배제하고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여론 지형이 중요한 이유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총선만 잘 넘기면 국회까지 다수당이 되니까요. 총선에 이기려면 당연히 민심을 얻어 표를 얻어야 하는데 민심과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카드는 하나도 없고, 그러니 결국은 언론을 통제해 여론을 계속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만들 수밖에 없지요. 언론이 돌아설 경우,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처럼 엄청나게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언론 장악이 가장 급한 과제가 없고...

매체 성격에 따라 장악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습니다.

예 맞습니다. 언론을 장악할 때 제일 쉬운 방법으로, 현행법과 제도를 통해 장악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KBS와 연합뉴스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곳에는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자기 뜻에 따라 이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준공영인 MBC도 이사를 여야가 반반씩 추천하도록 돼 있으니 대통령이 힘을 쓴다면 여기도 어느 정도 장악할 수 있고...

그런데 자꾸 MBC와 관계가 틀어지니 마음이 급해지고 초조해지고, 그래서 KBS (장악)을 더 서두르게 되고...YTN도 지배구조 바꿔서 영향력 행사하려고 하고... 뭐 사실 방송의 경우는 MBC와 JTBC 빼면 다 정부와 여권 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합뉴스도 있는데 여기는 문재인 정권 아래서도 계속 보수적인 보도를 한 곳이라 뭐 영향력을 행사해서 보도 논조를 바꿀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고민할 부분이 없는 것이지요. 정부 지원 예산 350억 원이 이곳을 상시 압박하는 무기가 될 수 있고요.

언론탄압 양상이 복잡해진 원인 중 하나로 복수노조가 허용된 것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맞습니다. 전에는 KBS 노동조합, MBC 노동조합 하면 하나의 목소리로 정권에 저항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됐는데, 이제는 아닙니다. 같은 매체라도 구성원들의 생각이 보수와 진보로 갈리고 각각 조직돼 있습니다. 앞에 말씀드렸듯,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가 일어났는데 언론사 내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복수 노조까지 인정되면서 공식적으로 각각 이름의 노동조합 아래 보수와 진보 정치 성향을 보이는 분들이 따로 모여있을 수 있게 된 거지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요. 과거에는 진보 성향 사장이 취임하면 내부 역학관계 상 보수 성향 분들이 인사 등에서 밀려나고, 반대로 보수 성향 사장이 취임하면 진보 쪽 구성원이 요직에 앉지 못하고 그랬거든요. 아이스하키장도 보내고 드라마 만드는 곳도 보내고...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뭉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양 세력이 같은 성향 정치세력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현재 언론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에 대해서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근거를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는 게 보수 성향의 KBS 공정노조입니다. 과거에 정권의 향배에 따라 휩쓸려 가고 휩쓸려 오고 했다면 지금은 사안마다 팽팽하게 부딪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권은 이러한 국회의원 직업 분포를 보면 언론인 출신이 10%에서 한 15% 사이는 됩니다. 숫자로는 30명에서 40명 사이지요. 금배지를 단 숫자만 이 정도 되고 선거 벽보 붙였다가 떨어진 사람에 각 당 경선에 참여한 사람, 또 경선 참여 기회 엿보는 사람까지 합치면 실제 숫자는 몇백 단위로 늘어나거든요?

정권과 가까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예 정부 입장에서는 친정부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들을 앞에 내세워서 좌파노조와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거지요. 그리고 진보적 언론인들을 좌파노조의 산물이자 이들과 결탁한 인물로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어딘가에 충분히 위험한 좌파가 있어야 하고, 지금 보시다시피 위험한 좌파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딱 묶어서 좌파 노조라고 이름 붙이고 언론사에 있는 진보적 노조를 ‘좌파노조에 장악된 언론’이라고 공격하고, 관변단체들이 함께 공격하고... 이러한 매커니즘입니다. 특이한 것 중 하나가 검사 출신 대통령이어서 그런지 시민단체가 조금만 고소 고발을 해주면 바로 사법기관이 등장해서 효율적으로 압박하게 됩니다.

법원 판결이야 어차피 1년이나 2년 뒤 문제고 당장은 구속영장, 압수수색 영장 등등 청구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뭔가 영장이 발부되면 실제 죄가 있었는지 법원 판단도 받기 전에 일단 죄인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니까요.

지난해부터 이어진 TBS 사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길들이는 수단이) KBS는 시청료, YTN은 주식, 연합뉴스는 지원 예산, TBS도 역시 지원 예산인데 지원 예산을 다 끊는 게 아니라 아예 조례를 없앤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형태인 거죠. 결국 김어준 씨는 뉴스 공장을 들고 바깥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게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는 아주 신박하면서 새로운 양상인데요. 예전에는 좀 각각의 문제였달까요. 박정희를 홍보하는 데는 이걸 총괄하는 정보기관이 있고, 정보기관의 심부름을 하는 경찰 보안 정보 세력이 있었죠. 정부에서 이들과 만나서 협의하는 ‘관계 기관 대책 회의’라는 것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더 이상 그런 노골적인 방법은 쓰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 ‘좌파 방송’이라는 여론을 형성한 뒤 국민의 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그 요구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는 거처럼 TBS를 압박하는 거지요.

보수노조, 시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권까지 이렇게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돼, 함께 만든 신박한 형태의 언론탄압이지요.

2023년의 기자는 뭔가 밥벌이 이상의 것을 고민하기가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우리 같은, 이제 떠나야 할 세대에게는 ‘미완성의 민주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작업을 한다는 소명이 있어요. 우리 정치가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 내린 정치라고 보기도 어려워요. 생활 속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았는지 확인하고 감시할 언론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실제 보면 거의 이탈해 있으니 우리가 느끼기에는 민주화가 끝나지 않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거죠.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경험한 우리 세대는 민주화 염원을 계승해 후배들에게 넘겨야 하는데, 한 1990년 이후에 입사한 후배 기자는 민주화를 체험해 보지 못했죠. 그러니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3년도를 기준으로 언론사 내부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그 단절 이후 살아남아야 한다고 하는 언론의 무한 경쟁이 생겼거든요.

언론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 배경을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김영삼 정부에서 언론사 숫자를 엄청나게 늘리면서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라고 했죠. 경쟁을 시킨 겁니다. 김영삼 정부에선 비판의 칼날을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4년 후에 IMF 시대가 옵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잘려 나가고, 정리해고 당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게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가를 언론 종사자들이 이제 완전히 몸으로 체득한 거죠.

그러면서 언론사 간부 중,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아직 남아 있고 완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진짜 먹고 사는 것만 해도 한가로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 거지요. 그걸 더 부추기려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 진입 장벽을 낮춰, 시장을 확 열어주면서 신문사 숫자를 늘렸고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종편까지 더한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우리는 격투기 현장에 던져진 채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예요. 우리끼리 싸움만 해도, 그러니까 먹고 사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든데 본연의 기능을 할 여유가 없는 거지요.

그 이후로 연차에 따라 같은 기자라도 가치관에 차이가 생겼겠군요.

이제 그때부터 언론사에 들어온 친구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언론이 언론답게 투쟁한 얘기를 듣긴 듣는데, 자기에게는 워낙 먼 얘기죠. 막상 현실에선 위에 있는 선배들을 보니까 가르쳐 주지 않아요. 왜냐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위에서 광고 따오라고 하고, 주최하는 공연 표 팔아오라고 그러고 있죠.

위에선 계속 광고 일만 시킬 생각을 하거나 클릭 수 올리라고만 하지 민주화 이야기를 하거나 완결되지 못한 민주화에 대해 하소연하거나, 그렇게 나름대로 고민을 이야기하는 선배들이 없는 거지요.

피부로 느껴지는 엄청난 생존 문제 해결과 학교 강의실에서 배운 저널리즘 구현 간의 차이가 너무 큰 거죠. 후배 기자들은 금방 그냥 조직 속에 함몰돼 자기 실력을 발휘할 틈이 없는 거죠. 그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고 그런 문제가 제일 심각하죠.

과거에는 언론사가 양극화됐다면 지금은 언론사 내부에서 기자가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 인적 자원을 쌓고 그걸 활용해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료가 되거나 아님 정당으로 가든지 이미 이건 목적으로 두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그런 사람들 그 위에는 “내가 정년퇴직할 때까지만 이 조직에서 그냥 버티면 돼”라고 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다수가 되고, 저널리즘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아주 소수 사람이 대치하는 모습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기자들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몇 가지는 나올 수 있습니다. 첫째, 관계 기관들이 나름대로 어떤 플랫폼을 만들어서 계속 어떻게든 교육하는 방법이 있죠. 언론진흥재단과 기자협회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기관이 다 동원해서 시키는 겁니다. 물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아예 기자들을 보내지 않겠죠.

두 번째 방법으로 시민들이 먼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강화해 기자들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잘 알고 있으면 돼요. 그러면 기자들이 교육에 가서 안 받을 수가 없어요. 시민들이 칼같이 지적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수준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방법도 있죠. 마지막 방법은 시민 미디어로 가는 거죠.

대표적인 사례로 ‘뉴스타파’가 있죠. 근데 뉴스타파는 이게 부정기 간행물이란 말이에요. 사람들이 기다리지도 않아. 근데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정치적으로도 한쪽에 쏠리지 않고 그다음에 시민 민주주의라고 하는 걸 목표로 해서 민주시민들이 갖고 있는 열망을 거의 그대로 받아서 반영해요.

그 정도의 모델인데 시민들한테 더 자주 갈 수 있고 또 매일같이 콘텐츠를 쏟아 낼 수 있는 게 시민미디어죠. 이제 여기에서 부정기 미디어가 아닌, 매일 컨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뉴스 공장이지요. 틀로 만들어진 거죠. 한 사람한테만 의존해서 고민이지만요.

뽑아 쓰고, 나머지 언론사들은 뭐 엉뚱한 얘기도 뽑아 쓰고 아니면 다뤄주지도 않죠. 그런 문제들이 있어서 시민 미디어가 많이 만들어진다면 그 시민 미디어를 하나의 거대한 거버넌스 속에 잡아두고 정보를 받아 올려서 완성된 작품을 내려보내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뉴스타파가 지금 저널리즘 스쿨을 계속하는 거죠.

시민 미디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지금으로서는 평화나무나 이런 작은 디어들이 일단 건강하게 살아서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일단 급선무이고, 이 미디어들을 묶는 문제는 이제 두 번째 문제겠죠. 묶어야만 버틸 수 있거든요. 그 고민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일단 돈 문제가 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의도 복지도 그렇고 결국은 돈입니다. 돈이 흘러들어 살아남고 나중에 묶어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게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가 뭐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기자가 기자가 아니어서 문제죠. 모든 시민이 똑같이 인식하길 겁니다. 물론 이 기자라는 직업군에는 아나운서도 들어가고 피디도 들어갑니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 혁신을 일으키고 언론사가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채널과 플랫폼을 열고 계속 자기를 리모델링 하거나 변형시켜 국민의 저널리즘이 돼야 하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나는 기자인데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가. 신경 써야 하는가” 이렇게 묻는 것이지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서 혁신을 벌이고 있는 언론사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물론 매체마다 부르는 이름은 모두 다르긴 합니다만, 뉴스 생산 전 과정을 꿰뚫어 보며 혁신에 연결하는 디렉터들이 있어요. 뭐라고 부르건 간에, 어떻게 취재하는지, 어떻게 편집이 되는지 그 과정에 끼어드는 다른 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시청자는 무엇을 원하는지 독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작업에 반영시키려면 누가 들어가고, 누구는 빠져야 하고, 이러한 전 과정을 한눈에 꿰고 있으면서 경영진으로부터 거의 전권을 넘겨받은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이들의 하나의 팀이 되어 자신이 속한 매체를 바라보면서 뉴스 생산공정을 다시 재배치하고 재배열해야 하는데요. 팀은 다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에 그냥 앉아서 그것도 주저앉아서 남한테만 이래라저래라하면서 “난 기자야” 랍시고 그냥 앉아 있다는 거죠.

말단 기자만 보내 그냥 단순 반복적인 기사만 생산하게 하고 제목은 자기들이 마음대로 바꾸고...그래서 기자인 사람이 없어요. 반대로 새로 들어온 친구들은 직업상의 기자로서나 직장인으로서 죽어라 하고고 뛰고 있고 그거 외에는 다른 생각할 틈도 없죠.

우리나라 언론은 영리를 추구하는 시장 자유주의 언론입니다.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보면 정부와 제도가 언론의 돈과 인사 발령을 다 쥐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발적으로 정치권으로 건너간 친구들과 연계돼 정당과 언론이 아예 하나의 묶여서 작용하는 것이지요.

결국엔 현재의 언론은 자유주의 언론도 아니고 정파적인 언론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돈은 또 정부로부터 다 받거나 광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무너지지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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