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복잡해서 사안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보니 외면하는 분도 많을 줄 압니다. 이른바 ‘유싸’ 논쟁이 그렇습니다.

미르미디어연구소 대표인 이동형 작가가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 ‘잇싸’에서 지난 5월 이후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지난 대선 국면, ‘쥴리’ 보도로 주목받은 열린공감TV 기억하시지요? 이곳에서 일했던 김두일 작가와 심혁 씨가 경리 회계 담당 최진숙 과장과 함께 각각 출자금을 내 2022년 10월 또 다른 인터넷 언론(‘보도채널 파불라’)을 만듭니다.

‘30년 차 탐사 기자’로 알려진 심 씨는 그런데 기대와 달리 취재보다는 음주 라이브 등에 치우치면서 구독자와 약속했던 언론 기능에 등한히 하자김 작가와 최 씨는 불만을 느꼈고 끝내 이듬해 1월 결별합니다. 회사는 심 씨가 맡고, 출자금은 우여곡절 끝에 돌려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작가와 최 씨는 심 씨의 심각한 경력 사기 의혹을 품게 됐습니다. 그래서 심 씨를 공개 저격하기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심 씨는 5월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유튜브에 나가 열린공감TV 대표 정천수 PD가 최 씨의 배후라고 주장합니다. 반격한 셈이지요.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이야기인즉슨, 최 씨가 수천만 원의 횡령을 했는데 당시 대표였던 정 PD가 이를 묵인받고, 이로써 최 씨에게 정 PD가 축출된 이후에도 더탐사 내부 정보를 보고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정 PD는 2022년 6월 더탐사 구성원들로부터 축출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인데 1심은 정 PD가 승소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최 씨 배후에 정천수 있음’의 근거는 무엇일까? 최초 의혹 제기한 심 씨는 누군가 자신에 제보했다고 말합니다. ‘최진숙이 정천수에게 재정 사항을 보고했다’라고요. 육성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 PD가 대표로 있을 때, 즉 축출당하기 전에 받은 보고였습니다. 다시 말해, 축출당한 뒤, 즉 더탐사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후가 아니었습니다. 문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제보가 아니었습니다. 취재하던 기자의 말을 제보로 둔갑시킨 것이었습니다. 그 기자는 바로 저희 평화나무 서정필 편집장이었습니다.

취재를 제보로 둔갑시키고, 아울러 통상적인 회계담당자의 업무 보고를 시점을 비틀어 (정 PD가 축출된 이후로 조작하고) 회사 기밀 유출로 만든 심 씨에 대해 서 편집장은 ‘기자 맞나?’라는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드리워진 경력 조작 의혹을 파헤쳤습니다.

무수한 인터뷰와 자료 검색, 확인을 거쳐, 심 씨가 시청자에까지 밝혔던 경력 대부분을 허위로 규명해냈습니다.

처음엔 김 작가와 심 씨 간 논쟁이었고 평화나무 확인 보도로 일단락되는가 했는데, 이후에도 아무 상관 없는 김성수 씨 등 여러 유튜버가 이에 뛰어듭니다. 핵심 표적은 김 작가였습니다. 그리고 김 작가에게 이로운 보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몰라도 평화나무의 이사장인 저도 과녁이 됐습니다.

김 작가와 저는 신천지로 엮이기도 했고, 이낙연 씨 등과 연계된 ‘밀정’으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팩트는 물론 논리도 없지만, 이들은 사법적 뒷감당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쏘의 뿔처럼 질주했습니다. 그런데 내세운 명분이 이상합니다. “더탐사를 지키자”였습니다.

김 작가는 의심합니다. 이것이 ‘유싸’ 참전 유튜버와 가까운 손혜원 전 의원의 총선 전 신당 창당 구상과 맞물려 있다고요. 여기에 제 생각을 보태자면, 그들은 강진구 기자 등을 간판으로 한 정치세력화를 구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려면 그가 속한 더탐사에 대한 시민적 신뢰가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텐데. ‘청담동 술자리’ 건과 관련해 삐딱한 이들을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정비할 필요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 작가와 저는 처음부터 줄곧 더탐사 특종 ‘청담동 술자리’ 보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 더탐사는 그간 방관만 해왔습니다. 이 와중에 강 기자가 7월 21일 입을 열었습니다. ‘경기신문에 있던 심 씨를 누가 열린공감TV로 영입했느냐’ 하는 것과 관련한 것인데요. 더탐사 라이브에서 밝힌 말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것보다도 아직도 이 정천수 씨의 주장을 한 절반쯤을 사실로 믿고 여기에 대해서 우리의 반론을 지금 요구하는...”

“정천수 씨 말이 거의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나한테 그걸 취재 근거로 제시하니까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평화나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 자 빠짐없이 싣는다’라는 걸 약정받고 했던 평화나무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심혁 씨의 학력과 경력 검증문제가 평화나무가 이렇게 집요하게 취재할 공적 관심 사안인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정천수 씨의 거짓말과 허위 학력과 경력에 대해서도 취재해 보도해 달라”

강 기자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정 PD는 신뢰성 없는 스피커이고 따라서 그의 말이면 어떤 것이든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 읽힙니다. 더탐사 내부 즉 임직원이나 지지자 처지에서 분쟁관계인 정 PD에 대한 불신이 깊은 점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더탐사 밖, 대표적으로 진실을 다투는 법정에서 이기는 사람은 정 PD라는 점입니다. 가처분 본안 합계 0:4 아닙니까? 물론 항소심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탐사가 새로운 증거를 내미는 모양인데 결과를 지켜보겠습니다. 더탐사의 이해와 무관한 제삼자 측면에서 봤을 때 어느 한쪽도 압도적 신뢰성을 독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 PD를 덮어놓고 ‘입벌구’로 보기 어렵습니다.

현직인 진혜원 검사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더탐사를 우려했습니다. 현 경영진이 정 PD가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현 법인의 지분과 주식을 재배정해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하는데 “현행 상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염려는 실상이 됐고요.

그러자 더탐사는 지난 3월, 진 검사에게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박대용 이사는 정 PD가 개인 비리로 내사받는 사실 즉 수사 정보를 진 검사가 수사 대상자 정 PD에게 알려줬다고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텔레그램 방에서 밝혔습니다. 사실이라면 이는 ‘보도할 가치’가 매우 무거운 사안입니다. 만약 입증할 자신이 있었다면 더탐사가 텔레그램이 아니라 자체 유튜브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것입니다. 파장도 만만찮았을 것입니다. 당장 상상할 수 있는 게 ‘눈엣가시’ 진 검사를 한동훈 법무부가 검사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처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진 검사는 박 이사 주장을 강력 부인했습니다.

물론 강 기자 말대로 ‘신뢰할 수 없는’ 취재원도 있습니다. 즉, 그 말을 분별해서 들어야 할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이지요.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더탐사에 알린 제보자가 그러해 보입니다.

술자리를 알린 사람은 제보자와 동거하던 첼리스트(여)입니다. 그녀는 작년 7월 20일 통화 중 자신의 행방을 설명하다가 ‘윤석열 한동훈이 참석한 술자리’를 이야기했습니다. 첼리스트의 말이 워낙 구체적이어서 신빙성 있게 들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취재 개시의 근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사건의 진실을 확증하는 단서로 보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현장 사진이나 영상은 없더라도 ‘봤다’라는 추가 증언을 확보했어야 합니다.

첼리스트는 자신과 연관된 이슈가 폭발할 때 경찰 조사에서 그 발언이 제보자의 비난과 추궁을 피하고자 했던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저와 소통하는 첼리스트와 그의 법률 대리인 박경수 변호사는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은 보탬 없는 진실”이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합니다. 검경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7월 19~20일 사이에 사건 당사자가 ‘청담동 술자리’를 가졌는지만 파악하면 됩니다.

이쯤 되니 제보자와 첼리스트 사이에 사적 통화를 사실상 유일한 근거로 간주하고 보도한 더탐사는 난감해졌던 것 같습니다. 결별 후 5개월여 만에 제보자 집에서 자기 짐을 챙겨 나가려던 첼리스트에게 기자를 보냅니다. 기자는 취재 목적을 숨기고 입회인인 양 접근해 한동훈의 인상착의를 물어봤습니다. 첼리스트가 호응하는 답을 했더라면 더탐사는 이를 ‘술자리 사실인정’으로 엮었을지 모릅니다.

악수는 이뿐 아닙니다. 더탐사는 첼리스트 증언을 사실로 간주하고 그녀가 묘사한 술집과 가장 유사한 업소가 있다며 가수 이미키 씨의 업장을 특정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영상 삭제 명령을 받았고 즉각 내렸습니다. 현재 5억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동훈 장관 등이 거칠게 압수수색에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더탐사에 반격합니다. 진실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진영 간 전선만 명확하게 굳어졌습니다.

평화나무의 정 PD 취재를 지목하며 취재원의 신뢰도에 각별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강 기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청담동 술자리’ 녹취록을 접했을 때 제보자가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울러 공익적 의도에 기초한 제보였는지 검증했을까요?

제보자는 현재 첼리스트와 별건으로 법률적 분쟁 중입니다. 제보 당시에도 매우 심각한 갈등 관계였습니다. 어쩌면 첼리스트의 증언이 허언임을 알고 골탕 먹이려는 의도로 제보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사와 제보자의 긴장감이 왜 필요할까요?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제보자는 이후 SNS상에서 첼리스트를 옹호하는 이들과도 다투고 있습니다. 일부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청담동 술자리’의 존재 여부에 대해 예단하지 않음에도 첼리스트와 소통하는 저 역시 가타부타 그의 핵심 비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물론 말을 섞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더탐사는 그들을 첼리스트를 현 정부의 뜻에 합치되게 행동하도록 정신적으로 회유하는 인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여 년 전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첼리스트를 옹호하는 이들 중 제주에 사는 한 누리꾼을 제보자가 ‘법무부 직원’으로 특정한 것입니다. 한동훈 장관의 끄나풀로 의심한 듯 보입니다. 제주 누리꾼은 “자신이 법무부 직원이 아님을 입증하면 1억을 내놓아라”라고 요구하자 제보자는 수락하더니 강 기자를 대동해 현지에 갑니다. 결국 ‘법무부 직원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강 기자가 골탕먹은 셈입니다.

그런데 그날 더탐사 방송 제목은 “첼리스트 그루밍 배후 의심 인물 제주서 만나다 대형 오보 함정 빠뜨리려 했나”이었습니다. 애초에 법무부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제주 누리꾼은 졸지에 ‘대형 오보 유도꾼’이 됐습니다. 당사자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강 기자에게 세 가지 묻고 싶습니다. 첫째, 제보자를 혹시 진실 추구와 공익성에 있어 검증할 여지 없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는지. 둘째, 더탐사 보도로 인해 일부 시청자가 첼리스트와 그 옹호인들을 몽땅 권력의 끄나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고 있는지. 셋째, 첼리스트 옹호인 배후에 아무도 없다면, 더 나아가 개중에는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어서 윤석열 한동훈에게 타격을 입혔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이들마저 있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지 머릿속에 답을 갖고 있습니까? 특히 둘째가 중요합니다. 더탐사는 기사마다 ‘의혹’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시청자들도 의심으로 그칠까요?

유튜브 구독자가 1만 명대 불과한 심 씨지만 평화나무가 집요하게 살피는 것은, 심 씨 관련 확인된 여러 경력 조작 사실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에게 슈퍼챗을 쏘는 등 기대와 성원을 보내고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이들 때문입니다. 평화나무는 사실과 신념의 구분 선이 사라지는 세상을 경계합니다. 가스라이팅의 가장 강력한 징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종교의 영역에서만 감지됐던 이들이 이제는 보수 우익 유튜브로 전이되더니 이제는 민주 진보 유튜브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유튜브는 ‘복마전’이 될 것입니다. 기성 기득권 질서는 어렵게 형성한 이 담론 창구를 ‘괴담’과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분칠할 것입니다. 그래서 심 씨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책임 있는 저널리스트라면 자신의 작은 오류와 실책조차 바로잡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자기를 흉봤다고 사실을 보도한 스피커를 모욕하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누구보다도 저널리즘이 뼛속 깊이 내재해 있을 강 기자는 사실 보도 외에는 다른 것을 추구하는 바 없는 언론사로 더탐사를 키우고 싶은 진심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더탐사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합니다.

시청자를 신자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버리고, 진실 규명이 어렵다면 즉 헛다리 짚었다면 즉각 바로 잡고,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훈수 두려 한다면 우선 더탐사 조직의 투명성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매우 위태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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