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한문덕 목사 (생명사랑교회)
찬양인도 : 유기농수도사
'주의 인자하신 그 사랑이', '거룩하신 하나님 주께 감사드리세'
패널 : 오광석 / 진행 : 이경은

구약 정경화의 원칙

유대교의 경전은 토라(모세오경), 네비임(전기예언서, 후기예언서), 케투빔(거룩한 문서들의 모음)으로 앞 글자를 따서 ‘타나크’라고 부른다.

A.D.90년에 얌니아 회의에서 정경화된 구약은 루터의 주장에 따라, 개신교는 39권을 정경으로 받아들였다. 신약은 예수님이라는 인격을 그대로 증언할 수 있는 사도성, 보편성, 거룩성의 원칙이 있었지만, 구약의 정경화의 원칙은 다르다.

구약의 첫 번째 원칙은 언어였다. 헬라어로 기록된 것은 제외하고, 원래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만 인정했다. 두 번째 원칙은 고대성이다. 고대 문서를 존중했기에 포로 귀환 후 에스라 서기관이 반포한 시점 이후의 문서들은 제외했다. 그러나 다니엘의 경우 기원전 6세기를 다루고 있는데, 느부갓네살 왕이 다스리던 때가 기원전 6세기이므로, 에스라 이전 문서라고 생각해서, 구약의 정경에 들어왔다. 현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기원전 2세기의 문서로 밝혀졌다.

이처럼, 고대 얌니아 회의에서 정했던 구약 정경화의 원칙은 언어와 고대성이었다. 헬라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아직 예수님을 잘 몰랐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아직 기독교인이 되기 전) 사이에서 잘 읽혔던 유딧서, 토비트, 벤시라의 지혜서, 솔로몬의 지혜서, 바룩서, 마카베오서, 다니엘과 에스더에 추가된 부분(예: 수산나와 뱀)들이 모두 이때 탈락하게 된다.

구약 성서의 배열 기준

이렇게 정한 39권을 배열한 기준은 창조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내러티브) 흐름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역사도 그 순서대로 저술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학문적 연구를 통해, ‘고대는 후대일수록 위로 올라간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현대일수록 자기의 정통성을 위해서 위인을 강조하게 된다는 것이다(예: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고, 이후 역사를 기록할 때, 그 후손들은 가장 위인인 이성계 자손임을 강조하게 된다). 창세기가 성서에서 가장 먼저 쓰인 책이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성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 전거는 출애굽이다. 그래서 출애굽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나라를 세우고 보니, 역사상 위인은 다윗과 솔로몬이었고, 시대마다 존재했던 역사책을 참고하여,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태초까지 역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이처럼, 창세기부터 전기예언서까지는 이야기(내러티브) 순으로 배열되었다.

후기예언서들은 분량 순으로 이사야, 예레미아, 에스겔, 그리고 소예언서(12권) 한 두루마리로 배열했다. 그리고 활약한 시대순으로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이라고 생각해서 배열한다. 그런데, 학자들은 66장 분량의 이사야서가 동일 인물의 저작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이사야 한 사람이 200년을 살 수는 없기에, 이사야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성서가 기록되기 전에 오랜 시간 동안 구전 시기가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출애굽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학자들은 기원전 16세기(1500년경) 설을 주장한다. 그러나 진보적이고 일반적인 학자들 대다수는 기원전 13세기(1250년경)로 본다. 어쨌든 성서는 당시로부터 2세기(150년경)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기록된 것이다. 성서의 구조를 산맥으로 비유했을 때, 구약의 전체 맥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출애굽 사건이고, 신약에서는 예수님 사건이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골짜기는 바벨론 포로 사건이다. 이처럼 출애굽, 바벨론, 예수님 사건이 성서 전체를 꿰뚫는 조감도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성서 번역본을 읽을 것인가?

개역 개정판은 고어투라서 현대인들에게 어색했다. 그래서 1970년대에 비그리스도인 청년이 읽을 때 무리가 없고, 한글 맞춤법에 맞게 한다는 원칙으로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동으로 번역한 성서(공동번역)가 발간된다. 이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에서 하나님의 명칭에 대한 논의가 있어서 개신교만 다시 ‘하나님’으로 명칭을 정하여 독자적 번역이 표준 새번역본이 나왔다. 그것을 개정한 것이 새번역이다.

또 다른 번역본들로 현대인의 성경이 있는데 이는 리빙바이블이라는 미국의 쉬운 성경을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고, 현대어 성경을 만들기도 했다. 독자들은 여러 번역본을 비교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개역 개정판, 새 번역, 공동 번역, 천주교 성경 네 권 정도를 비교해서 보라. 영어 성경은 미국 교회에서 가장 많이 보는 NIV(New International Version)가 기본이고, 학자들은 NRSV(New Revised Standard Version)를 본다. 영국 왕이 명령하여 번역한 KJV(King James Version)를 새롭게 번역한 것이 RSV(Revised Standard Version)도 비교해 볼만하다. 그리고 현대어성경처럼 쉬운 영어 성경으로는 TEV(Today's English Version)와 GNB(Good News Bible)가 있다. 신약성경으로는 천주교에서 나온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가 있다.

성서를 읽을 때 최소한 세 가지는 주의하라.

첫 번째, 문맥을 살피라. 예를 들면, 새 번역 성경은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 (시127:2)”라고 번역하지만, 개역 한글판과 개역 개정판의 번역은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도다.”로 되어 있다. 또 “이 짐승들 가운데서 어느 것 하나도 짝이 없는 짐승은 없을 것이다(새번역)”를 “제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개역한글)”라고 번역하여, 온갖 이단이 성경을 오용하는 본문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두 번째로 번역본을 비교해서 읽으면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 “내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그가 목말라하거든 마실 것을 주어라 그렇게 하는 것은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셈이 될 것이다(롬12:20).” 이것이 왜 숯불을 쌓는 셈이 되는 것일까? 잠언 25장 21절 22절의 해석으로 숯불을 머리 위에 쌓는다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 형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숯불을 냄비에 쌓아두고 그것을 이고 뙤약볕을 몇 킬로 동안 걸어가는 형벌이 있었다. 그런 형벌을 당한 사람들은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에, ‘얼굴이 빨갛다.’라는 표현은 ‘부끄럽다’라고 하는 상용어구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누가복음 13장 31절 32절에서 여우로 비유된 헤롯은 교활한 사람, 간교한 사람으로 배웠다. 그러나 여우가 간교하고 교활하다는 이미지는 이솝이야기의 영향으로 독자가 해석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예수님은 어떤 의미로 헤롯을 여우라고 불렸을까? 기근이 들어서 농작물이 망했는데 그것마저도 황충(메뚜기)이 와서 먹고 또 그것을 여우가 와서 망친다는 말이 있다(아2:15 참고). 여기에서 여우는 교활하거나 간교한 이미지가 아니라 포도원을 망치는 존재로 나온다. 이처럼 시대적 배경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성서 읽기 방법을 역사비평이라고 한다.

<책 소개>

존 바턴, 성서의 형성. 성서는 어떻게 성서가 되었는가?
옥스퍼드대학, 주제별 시리즈. 구약 문헌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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