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 한문덕 목사 (생명사랑교회)
찬양인도 : 유기농수도사
'오직 예수 뿐이네', '행복'
패널 : 오광석 / 진행 : 이경은

성서의 사본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하드웨어가 중요하듯, 성서의 내용을 보기 전에, 성서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성서의 원본은 사라졌고, 사본만 존재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던 성서의 사본은 오랜 번역의 과정을 거쳐왔다. 문제는 발견된 사본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본 중에서도 그리스어 사본이 가장 원본에 가깝다. 코이네 헬라어 신약성서 사본만 5760개지만, 똑같은 사본은 없다. 성서의 원문에 가깝게 회복시키려는 방법론을 성서비평방법론이라 하는데, 본문비평 또는 원전비평이라 한다. 고대 문서의 원문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본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을 사본학이라 한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8장 37절과 15장 34절을 찾아보면 ‘없음’이라고 나오는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성서의 장과 절의 구분

신약성서의 장과 절 구분이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것은 1551년이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스테파누스가 절을 구분했다. 신약의 경우, 4세기 바티칸 사본에서 처음으로 장을 구분했는데, 마태복음은 170장, 마가복음은 62장, 누가복음은 152장, 요한복음은 50장으로 구분했다. 5세기 알렉산드리아 사본에는 장수가 줄어서 마태복음은 68장, 마가복음은 48장, 누가복음은 83장, 요한복음은 18장으로 구분했다. 구약은 10세기에 먼저 절이 구분되었고, 장은 1204년 캔터베리의 대주교인 스티븐 랭턴이 구분했다. 성서를 번역한 후, 낭독 시 끊어 읽을 필요성에 의해 절이 구분되었다. 그래서 벤 모쉐 벤 아쉐르가 5845절로 구약의 절을 먼저 나누었고, 그것을 기준으로 장을 나눈 것이다. 신·구약의 장과 절이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성서는 1555년에 발견된다.

성서의 사본

신약은 네 종류의 사본이 있다. 파피루스 사본, 양피지에 기록한 대문자·소문자 사본, 그리고 성구집이다. 앞의 세 사본은 성서 이야기(네러티브)대로 이어지지만, 성구집은 그렇지 않다. 세 개의 사본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연대가 달라서다. 고대인들은 대문자를 많이 썼기 때문에, 9세기를 중심으로 이전은 대문자, 이후는 소문자 사본으로 구분한다. 19세기 고고학의 발전으로, 4세기 이전의 파피루스 사본이 발견되었고, 이후 대문자와 소문자를 뛰어넘는 파피루스 사본의 연구가 중요해졌다. 그 결과 파피루스 사본은 4세기 이전, 4세기부터 9세기까지는 대문자 사본, 9세기 이후는 소문자 사본으로 구분되었다.

1516년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권별로 된 사본을 전체의 사본으로 묶어 인쇄본을 만든다. 이것을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하였고, 그것을 스테파누스가 1551년에 지금 형태의 장과 절까지 구분했다. 그러나 사본화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어떤 구절은 원문에는 없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후에 덧붙인 구절이 확실했기 때문에 ‘없음’이라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구절을 바로 삭제하면, 그 성서를 인용했던 모든 책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 자체를 삭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연구 결과 없어야 맞기에 뺀 것임을 표시한 것이다.

세계 신약성서 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독일의 연구소가 있는데, 그들은 이 연구소의 작업을 원문으로 삼는다고 합의하게 된다. 노붐 테스타멘툼 그라이케(Novum Testamentum Graece, 그리스어 신약성서)는 신약성서의 원본판인 그리스어로 된 비평본으로, 대부분의 현대 성경 번역과 성서 비평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편집자인 에버하르트 네슬레와 커트 알란드의 이름을 따서 네슬레-알란드판으로 알려진 그리스어 신약성서는 2023년 현재 28판까지 개정되었다(28판을 기준으로 번역한 새한글성경에는 요한복음 5장 4절이 ‘없음’, 대신 ‘어떤 사본에는 4절이 다음과 같이 있음’이라고 각주 표기 / 유다서 1장 5절 ‘주님께서는’에 ‘다른 고대 사본들에는 “예수께서는 또는 하나님께서는”이라고 각주 표기).

성서의 원본 찾기

사본에서 원본을 찾아내려면 사용되는 용어들과 그 용어들이 언제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의도하지 않게 어순이 바뀌기도 하고, 단어 또는 문장을 바꾸면서 대치(치환)하기도 한다(생략의 예=마5:19-21, 삽입의 예=마4:10;마16:23 ‘내 뒤로’). 이처럼 사본을 택할 때 첫 번째 기준은 짧은 본문을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막1:2-3 참고, 말라기서와 이사야서가 겹치므로 다른 고대 사본들에서는 ‘예언서들의’라고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다). 다른 예로, 엠마오와 예루살렘의 실제 거리가 60스타디아(눅24:13. 60스타디아=30리=11키로)로 짧지 않다는 것을 아는 기록자가 ‘다른 사본에는 160스타디아’라고 표기하며 보다 정확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성서의 원본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외적 기준과 내적 기준이 있다. 내적 기준의 첫 번째는 긴 것과 짧은 것 중에 짧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훨씬 더 어색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유1:5 참고, ‘예수께서는’이 들어가면 안 되기에 ‘큐리오스’라고 되어있는 사본을 선택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수에 대한 존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원본에 가까운 사본은 더 어색한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빠 밥 먹어/아버지 식사하세요/아버지 진지 잡수세요”의 표현중 원문에 가까운 것은, “아빠 밥 먹어.”이다). 그래서 짧고, 어색하고, 약간 독특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내적 기준이다.

성서 원본 찾기의 기준

외적 기준의 첫 번째는 오래된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원소들의 반감기 조사를 통해 더 오래된 문서를 분석해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복사본이 많거나, 사본의 질이 좋은 선택하는 것이다(마21:43-45 참고). 한편 누가복음서를 읽은 사람이 마가에 있는 이야기가 마태에는 없어서 이상하니까 한쪽 옆에 써 놓는 식으로 베껴 썼다가, 나중에 이것을 베껴 쓴 사람은 옆에 빠져있는 구절이 이상하여 다시 안으로 삽입한 경우도 있다(눅20:17-19과 막12:10-12 비교). 그런데 2세기에 옥시링쿠스에서 파피루스 사본 104번이 발견된다. 그것을 연구하니, 마태복음 21장의 44절이 없고, 43절에서 45절로 바로 넘어가는 사본이었다. 그래서 마태복음서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44절이 본래 없었던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처럼 사본의 질이 높으면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발전해온 신약은 현재 28판이 되었다.

구약(비블리카 헤브라이카 슈투트가르텐시아)은 1100년에 소련의 레닌그라드 도서관에서 발견된 사본을 기준으로 삼고, 쿰란 사본 등에서 발견된 이사야 두루마리 전체와 비교하여 각주 표기를 하면서 발전했다. 이처럼 성서의 소프트웨어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용을 담고 있는 하드웨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책 소개-
민경식, 『신약성서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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