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인터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사진=평화나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사진=평화나무)

검찰을 향해 “제발 빨리 나를 소환해 달라”고 외쳤지만, 아직 대답은 없다. 벌써 4개월째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파리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권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 등으로 숨가쁜 날을 보내던 중 오랜만에 갖는 휴식이었다.

하지만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5월 2일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캠프 관계자들이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등에게 돈 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출국 4개월여 만인 지난 4월 24일, 서둘러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서울중앙지방경찰청에 자진 출석했지만, 경찰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나”라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송 전 대표는 귀국 이후 변희재 미디워치 대표고문의 이른바 ‘태블릿 진실투쟁’에 함께한 데 이어 8월 15일에는 광주를 찾아 노무현, 5·18 정신을 강조한 뒤 “검찰 독재정권에 맞서 선봉에 서겠다”며 민주당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8월 초 어느 날, 평화나무가 송영길 대표를 만났다. 당시는 송 전 대표가 발목 수술 후 퇴원한 직후였다. 대담은 평화나무 서정필 편집장이 맡았다.

언론보도를 찾아보니, 돈봉투 파문이 없었다면 7월 중 귀국하실 계획이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7월 4일에 오려고 했습니다. 7월 4일은 여러 의미가 있는 날이거든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께서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 선언하고 영국에 가셨다가 돌아오신 날이 7월 4일이기도 합니다. 이후 아시는 대로 1995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1997년 5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리 7월 4일에 귀국 비행기 표를 예매해 놨었지요. 사정이 이렇게 되어 그 표를 쓸 일은 없었지만...(웃음)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계획보다 2~3개월 일찍 오시게 됐는데 원래 7월에 오셨으면, 하반기 계획이 어떻게 되셨을까요?

책을 좀 쓰고, 강연도 하고, 내년 4월 총선 위해서 전국을 돌면서 순회 강연을 좀 하려고 했습니다.

22대 총선 앞두고 후방 지원을 하려던 계획이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예, 그렇죠. 더불어민주당 총선 승리를 위한 후방지원.

그렇지요.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탈당하신 상황이지만, 그 사건이 없었다면 당연히 민주당원이셨을 테니까요. 시기상조인 질문이기는 한데, 내년 총선 관련해서는 민주 진영을 위한 지원 정도 역할을 예상하고 계신 것이지요?

상황이라는 게 여러 가지이기도 하고 항상 유동적이어서, 결국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지요.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총선에 관련한 논의보다)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대한 투쟁 전선을 확대하고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시니, 당 안에 있을 때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져서 윤석열 정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요.

맞습니다. 그러한 점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이다’ 정치스타일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볼 때는, 대표가 된 뒤 좀 답답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른바 ‘수박’ 세력하고 좀 강하게 붙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있고... “뭐랄까 마음은 있는데 당내 역학 관계상 힘이 부친다”라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이재명 대표께서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행정가로서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정치 일선에 나오면 초선 의원이잖아요. 169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을 이끌어 가는데, 물론 초선이라도 못할 게 뭐냐고 그럴 수는 있겠지만 초선 의원으로서 경륜에 있어서의 부족함 같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초선 의원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주위 다선의원으로 원내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측근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풀어나가는 노련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성호 의원 같은 분이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표가 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평소에도 “왜 긴밀한 상의를 하지 않을까. 왜 좀 정성호 같은 사람한테 힘을 실어서 내부 여러 역학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성호 의원 같은 분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169명이 한 목소리를 내게 해지요. 김남국 의원 같은 경우도 물론 도의적으로 잘못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해도, 저렇게 ‘손절’하는 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너무 의리가 없는 것이지요.

민주당 내부에 똘똘 뭉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시는군요.

169명 국회의원 중에 어느 한 사람, 김남국 의원을 변호해 준 사람이 없잖아요. 각기 자신의 생각을 표명하는 것은 좋지만 또 ‘민주당’으로서 함께 뭉쳐 가야 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이재명 대표 혼자 너무 혼자 끙끙대고 있는 느낌이고 혼자 고립돼 있는 느낌이고...더구나 여기에 사법 문제까지 방어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도 당해보니 정말 힘든 것을 알겠더라고요.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 봐도 대단할 정도로, 이 대표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응하는 자세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거지요. 그럴수록 혼자 끙끙거리는 게 아니라 집단의 힘으로 당의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쉽지요. 저는 이 대표가 개인 사건과 대표로서의 역할을 분리했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대장동 사건은 당 대표 시기 있었던 일도 아니잖아요.

이전 경기도지사 시절에 있었던 일에 전(全) 당원이 여기만 달라붙어 있는 것도 국민들이 보기에 모양새가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내 문제는 내 힘으로 싸우겠다. 대신 동료 의원들은 우리 억울한 국민을 위해 같이 힘을 합쳐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면 좋겠어요. 경찰국 설치 반대로 사표 내고 나서 어려움을 겪는 류삼영 총경 같은 사람들, 백신 피해로 돌아가신 분들 이런 분들 말입니다. 우리 소상공인들 소급 보상 안 해준 거, 사실 우리 문재인 정부가 했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코로나 백신 피해로 2,000명 이상이 죽었어요. 그런데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해 준 건 열일곱 명인가? 그런 민생의 현장에 우리들을 위해서 거기 다 집중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구속되어야 한다면 되라는 거예요. 의연하게 나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이재명 대표가 너무 여러 가지 문제를 다 짊어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너무 줄어드는 것이라는 분석이시군요.

혼자만 다 짊어지고 해결하려니 힘든 것입니다. 정성호 의원 같은 분들한테도 역할을 좀 주고,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분담을 해야 하는데...

이재명 대표를 흔드는 소위 ‘수박’ 세력의 경우에, 이들의 현실적 힘이 강력한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대표에게) 돌파할 힘이 충분히 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의식하는 것일까요?

지난번에 체포 동의안 문제 때문에 너무 의식을 하는 것 같은데...너무 의식하지 말고 세력을 넓히면서 대응하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 총선에서 지지자들이 바라는 만큼의 공천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공천 과정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못 할 것 아니에요? 어차피 공심위 같은 기구에서 해야 할 것인데...결국은 사람의 문제입니다. 기구가 이름이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요. 이재명 대표의 공천개혁의지 그리고 그 뜻을 잘 받아안을 수 있는 사람으로 그 공천 기구가 구성되고 국민 여론의 지지도 받고 해야 공천개혁이 성공할 수 있지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원래 이야기했던 개혁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여러 비판 의견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100일 이내에, 100일 계획을 만들고, 계획의 로드맵과 청사진이 정리돼서 하는데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나는 가장 그게 패착이라고 생각해요.

또 너무 나이브했던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 출신을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서 어떻게 개혁이 되겠습니까? 가장 힘 좋을 때, 출범하자마자 제가 생각할 때는 검찰 출신 중에 아주 신망이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찾으면 왜 없었겠어요.

그런 분 찾아서 그 분에게 검찰 개혁 임무를 맡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뭔가 좀 검찰을 혁신하도록 이렇게 동력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학자 출신 장관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조국 본인도 교수인 분이에요. 장관도 교수를 시켰어요. 교수 민정수석이, 교수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개혁한다고요?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닌가요. 검찰의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정권과 상관없이 쌓여 있는 기득권 세력인데...조국 장관은 다른 선출직으로 나서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민감한 질문을 드려야 되는데 혹시 ‘애국손길’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모릅니다. 없습니다.

추미애, 김남국, 손혜원, 송영길 이름을 합쳐서 애국손길이라고 저기 손혜원 의원 등이 주도하는 신당 세력이 있는데요. 들어보신 적이 없으시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없습니다.

관련해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몰빵론’ 때문에 갈등이 많았었는데요. 그렇게 비례전문정당 때문에 큰 홍역을 치러서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데 이게 선거 전에 가능할까요?

그것 때문에 정의당도 어그러진 거고 그것만 아니었어도,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과 연대했으면 이겼을 것이고요.

저는 선거 제도 개혁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현행 제도로 내년 선거를 치른다고 봐야 하는데, 이제는 지난 선거에서 더불어시민당 같은 곳을 만들 수가 없어요. 이재명 대표가 이미 만들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그러면 당연히 친민주당 성향의 비례정당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쪽에서 당연히 만들 거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더불어시민당처럼 적통이라는 게 없으니까. 비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바깥의 민주 진영 세력의 이합집산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지겠군요.

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사진=평화나무)

대표님께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러시아 통(通)이신데요. 현재 한-러 관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대단히 안 좋죠. 우크라이나에서 남북 대리전이 계속되는데 북한 무기가 러시아에 공급되고 우리나라 탄약이 우크라이나에 공급되고. 그게 심하게 되면 한반도의 긴장으로 연결될 수가 있어서 매우 위험하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아 새롭게 일본과 군사 협력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자유의 근대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고 일본에 재무장과 군국주의와 사실 동조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러시아 중국의 군사적 적대 행동이 아직 북한은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북한까지 만약에 3자 해군 합동훈련, 해군 합동훈련이 동해에 펼쳐지면 사실 한미일 합동 훈련이 먼저 자극한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완전히 러일 전쟁 전야가 될 것 같은 그런 위험이 있습니다.

정치평론가 변희재 씨가 줄곧 주장해 온 태블릿PC 문제 관련 질문입니다. 변 대표가 태블릿 얘기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이고 책이 나온 것도 작년 말에 나왔거든요. 근데 보면 그때부터 변 대표는 이게 법사위에서 누가 한 명만 좀 얘기를 해주면 될 건데 그게 안 된다고 계속 아쉬워했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죠. 가장 큰 것은 탄핵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게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변희재 대표도 별개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탄핵을) 돌이키겠어요 탄핵을 만든 여러 요인 중 하나였던 건데, 태블릿PC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탄핵이 무효가된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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