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라고 말한 입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병대 수사단이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책임을 규명했습니다) 그런데 보름 뒤, 같은 입으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우선 묻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은 무엇입니까?

 

아무리 자원해서 입대한 해병대라도 징병제 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강제’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군은 입대 군인의 안녕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책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비전시 상황임에도 장병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없이 부끄러운 상황에서 군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윤 대통령 애초 언급대로 ‘엄정 수사’ ‘철저 수사’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미 이종섭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끝난 ‘해병대 1사단장 수사 이첩 방침’을 꾸짖고 이를 부정하며 혐의사실을 내용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는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의해 폭로된 바입니다. 이는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입니다. 즉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윤 대통령이 이러한 직권남용을 행사하며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라고 질책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채수근 상병 죽음을 하찮은 불상사로 규정하는 그릇된 인식체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압사 사고를 당해도 주무장관 포함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던 뻔뻔함 그대로입니다.

 

직권남용죄는 윤 대통령에게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물론 전직 사법부 수장까지 피고인석에 세운 윤 대통령이 수사책임자로 있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것입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박 대령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는 추상같습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은 더 나가, 이 사실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을 휘하 군검찰을 동원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하려 했습니다. 자신의 직권남용 비리를 덮고자 하는 치졸한 보복을 자행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재임 중 대통령 수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예상됩니다. 그러나 선례가 있습니다. 탄핵소추 당했지만, 재임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박영수특검 수사팀장은 거침없이 수사했습니다. 그가 바로 윤 대통령입니다. 훗날 서울중앙지검장이 돼서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윤 검사의 선례를 거울삼아 윤 대통령을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죄가 위중한바,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탄핵소추에 나서야 합니다. 수사 지휘를 하던 검사장 때 버릇을 대통령 돼서도 못 고쳤다면 행정부가 사법 업무에 간섭하는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며 이미 이번에 그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에 제동 걸지 못한다면 공화국의 기틀이 붕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민주당도 헌법을 비웃는 폭정 드라이브의 피해자입니다. 국회가 통과한 법에 건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그의 망동을 지켜봤습니다. 이제 나설 때입니다. 이는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입니다.

 

2023. 9. 7.

사단법인 평화나무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