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평론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조국’과 함께 ‘김어준’은 논쟁적 인물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진행하는 tbs(교통방송)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파성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10월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교통사고 유발 방송이다. 주파수 낭비”라고 하더니 “tbs 방송 허가 취소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이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은 2018년부터 라디오방송 전체 청취율 1위 자리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청취율이라 할 수 있는 한국리서치 2019년 3분기 조사만 보더라도 ‘뉴스공장’은 13.3%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비견되는 경우로 2000년대 ‘출근길 절대강자’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 수 있을 텐데, 전체 1위 기록을 남긴 바는 없었다. 또한, 시사IN이 9월에 발표한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가장 신뢰하는 프로그램’ 2위에 그 이름을 올렸다.

TV뉴스인 JTBC '뉴스룸'의 뒤를 이은 것이다. 또 다른 TV뉴스이자 박근혜 탄핵 이전까지 불변의 1위였던 KBS ‘뉴스9’는 따돌린 셈이다. 김어준은 같은 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 3위에 올랐다. 그 위로 손석희 JTBC 사장(1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2위)이 매겨져 있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tbs가 교통 기상으로 특화된 방송인만큼 시사 논평 성격이 강한 ‘뉴스공장’은 방송 자체로 불법이라는 입장을 한때 취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허가장에는 tbs가 ‘방송사항 전반’을 취급할 수 있게 돼 있다. ‘전반’이란,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을 내재하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의 제작사 CBS(기독교방송)라디오는 “기독교 전도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을 허가받았다. 만약 시사 논평이 불가하다면 허가장에 “시사 보도 금지”라고 명기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뉴스공장’이 불법방송이라는 비판은 어불성설이다.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뉴스공장’에 민감해하는 이유는 이 방송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특권 입시,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실소유 등 검찰의 주요 범죄 단서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딸 조민 씨와 동생 조권 씨의 지인을 출연시켜 조 전 장관에 대한 일방적 매도 분위기를 논쟁적 사안으로 바꾸는 게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계에서는 ‘뉴스공장’의 이 같은 의제 설정이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불붙은 ‘촛불’의 동력이었다는데 대체로 합의한다.

조 전 장관 범죄 의혹을 확산시키려던 한국당 보수언론이 ‘뉴스공장’에 ‘편향성’ 프레임을 씌우려 한 점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윤 의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도 국정감사장에서 “김어준 씨는 구설에 자주 오르는 인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느냐”면서 ‘뉴스공장’ 진행자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김 의원은 “tbs는 공영방송 성격이 강한데 (김어준 씨와 같은) 논쟁적 인물이 시사 프로그램 사회자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tbs는 독립 재단법인으로 재편될 예정이긴 하나 10월 현재 서울특별시 산하에 있는 사업소이다. 그래서 공영적 성격이 다분하다.

피감기관장의 목소리가 주목받은 선례가 많지 않았듯 이강택 tbs 대표의 이 답변은 크게 조명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저도 기존 레거시(전통) 미디어에서 수십 년 일했지만 제가 보기에도 (‘뉴스공장’은) 낯설고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규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김어준 씨의 진행 스타일은 일반적인 시사 프로그램으로 보기보다 세계적으로 '해석적 전환'이라는 트렌드에 따라 쇼의 양식을 결합해 진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해석적 전환(interpretive turn)이란 언론이 사실 전달로써 자신의 역할을 국한하지 않고 책임 있는 해설자로서 기능한다는 의미로 2014년 언론학자 케빈 반허스트가 정의한 것이다. 

공영 미디어에서 ‘기계적 중립’ 원칙이 절대 선으로 추앙받던 때가 있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언론이 A당을 비판하면 경쟁 관계의 B당 역시 동일한 분량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압박이 자동 생성된다. 이러다 보니 보도는 논쟁 당사자의 일방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양측 견해를 나열하기 일쑤였다. 이런 이유로 “기계적 중립이 비판 기능을 거세하는 데 사용돼온 정황이 많다”라는 지적을 내부에서조차 받기에 이르렀다. (최봉영 KBS 1라디오국장 ‘고발뉴스’ 인터뷰, 2018. 5.) 게다가 유튜브,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가 진영적 대척점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이편도 아니고 저편도 아닌 척’하는 저널리즘의 설 자리는 좁아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김어준식 저널리즘은 언론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그의 어록 중에 “나는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 결론을 내리기까지 그 과정은 공정했다”가 있다. 자신의 주관은 세심한 ‘경청’의 과정을 거쳤기에 불성실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적 스피커가 아닌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앵커의 지위에서까지 유지할 수 있을 논리일까? 2005년 인터뷰이 최보은 씨가 CBS라디오 진행자로 캐스팅됐을 당시 김 총수 발언이라며 한겨레를 통해 소개한 것이 있다. “시사가 별건가. 세상만사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인걸. (중략) 오로지 책상 앞에 앉아서 엄숙하고 심각한 것으로 진지와 진정성을 확인받으려 하고 보여주려고 하는 그런 것 말고, 안 그런 시사프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이에요.” 김 총수는 기성 매체를 별것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수는 또한 중립, 객관, 공정 프레임을 두고 자유의 하위 개념이라 단정한다. “지금 정치는 수백만 가지 취향 중의 한 가지 취향일 뿐이잖아. 그래서 시사 프로그램에 더 새로운 청취자층이 형성되지 않고 있고. (중략) 따라서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은 관성을 벗어나 사고가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우선순위를 재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세상만사 우선순위는 끊임없이 변하는데, 사람들은 옛날에 한 번 세팅한 우선순위를 바꿀 줄 모르고 있어요.” 결국, 방송이 다각화된 여론을 존중하고 대중에게 동일한 견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1980년대 이전 시기처럼 소수 매체가 여론시장을 과점하는 구조가 아니다. 최고 청취율 ‘뉴스공장’은 13%를 점유한다. 한국 정치 여론시장에서 1/10만 상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나는 꼼수다’에 대해 사법적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보수 언론인에게 김어준이 해준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이 뭐라 이야기하건 입 막지 말고 너희도 (팟캐스트를) 만들어서 떠들어라.”

김어준은 시사 프로그램의 정의를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방송 지향에 대해서는 “시사 문제를 둘러싼 ‘껍데기 게임’에서 공포를 가진 이들에게 후련함과 편안함을 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무려 15년 전 소신이고, 15년 동안 지켜온 가치다.

MBC 보도국장 출신의 김 의원만이 아니다. 김어준을 시사 프로그램에 데뷔시킨 윤 모 전 CBS 편성국장도 김 총수의 ‘시사 진행자 자격’을 따졌다.

김 총수가 ‘나는 꼼수다’로 뜨자 2011년 11월 2일 CBS노동조합 게시판에 윤 전 국장은 “제가 편성국장 당시 그의 재기발랄함을 보고 ‘한 번 위험을 무릅쓰고 시도를 해보자’라는 판단에서 파격적으로 시사 프로그램의 MC를 맡겼지만, 그 시도는 이내 실패로 끝났고 결국 제 손으로 김어준을 잘랐습니다”라고 운을 떼더니 “진보든 보수든 간에 나의 영역 밖에 있는 진영이나 사람에 대해 이미 ‘적’으로 간주하고 그 ‘적’을 공격하고 비아냥대는 것으로 카타르시스하고 만족감을 공유한다면 이는 결국 ‘사회발전’이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저급한 공격 본성-한풀이’를 사회적으로 키워주는 그래서 파괴적 행태가 사회적으로 난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비난했다.

‘김어준 실험’의 종착점이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한국 미디어가 ‘김어준 이전’과 ‘김어준 이후’로 갈리게 될 것이란 점이다.   

김용민 정치평론가/평화나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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