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까지 민영화

사적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전락

YTN의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공영지분 인수자가 10월 23일 오후 유진그룹으로 결정됐다. 유진그룹은 3,199억원을 써내 YTN 지분 30.95%를 낙찰받아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YTN 민영화는 2022년 11월 정부가 느닷없이 YTN의 공공지분 전체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이후, YTN 내부와 언론계, 그리고 시민사회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최종 낙찰자가 결정됐다.

언론의 사유화, 여론 왜곡 현상 불러와

YTN 민영화는 말이 민영화지 사실은 ‘사영화’라고 불러야 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사유화’의 문제를 불러온다. YTN은 보도전문채널로서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과 여론 지배력을 가진 매체다. 2022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여론집중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YTN과 같은 뉴스통신·보도전문채널군의 여론 영향력 점유율은 28.6%로 1위를 차지했다. 종편군(28.1%), 지상파군(24.1%), 신문군(12.1%) 순이다.

뉴스통신은 연합뉴스 등 통신 3사를 말하고 보도전문채널군은 YTN과 연합뉴스TV 두 매체밖에 없으므로 YTN은 종편 및 공중파와 비교하더라도 단일 매체가 가진 여론 영향력은 생각보다 막강한 셈이다. YTN 지분 매각은 단지 1개 보도채널의 최대 주주를 변경하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론 영향력 점유율이 높은 사업을 현재 공공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는 특이하게도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의 사기업인데도 거의 국가 기관급의 공익성을 갖고 있고, 또 요구받는 기업체다. 그래서 제한도 받고, 감독도 받으며, 그 반대로 유무형의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언론 매체가 지닌 본연의 공공성을 외면한 채 사기업으로서의 사적 목적에 더욱 주력하게 되면 여론 왜곡 현상을 피할 수 없는데, 그것이 ‘언론의 사유화’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다.

건설업체의 언론 장악

언론의 사유화는 조·중·동과 같은 기존 거대 매체 외에도 1988년 언론 자율화 이후 무더기로 창간한 신생 언론사 중 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해 창간한 매체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공시 대상 신문사 43개 사 가운데 34.9%에 달하는 15군데가 건설·제조·운송업이 대주주였다. 특히 건설업자가 대주주인 신문은 12곳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곳이 건설업체가 대주주로서 경기일보(한동건설 신항철 20%), 남도일보(중흥토건 100%), 서울신문(호반건설 계열 45.28%), 인천일보(부영주택 49.87%), 전북일보(㈜자광 45%), 전자신문(호반건설 43.68%), 한라일보(부영그룹 이중근 49%), 헤럴드(호반건설 52.78%)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건설업체의 언론 장악은 대주주사 홍보 및 방패막이 역할은 물론, 아파트 분양과 건설경기 등 우리 국민의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일방적인 왜곡·편향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호반건설이 인수한 전자신문의 경우 인수되기 전에는 호반건설 관련 기사가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했으나, 인수 직후 1년여간 무려 40건으로 급증했고, 서울신문은 2019년 호반건설의 인수를 반대하며 호반건설 그룹의 편법 승계 의혹 및 부당 거래 의혹에 대해 연속보도한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획 온라인 기사 50여 건이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인수 직후 일괄 삭제돼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018년 건설업체 ㈜자광이 전북일보를 인수한 것이 복합타워 건축을 위한 대한방직 터 용도변경을 위한 홍보와 여론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등을 지적하며 비판한 지역 시민단체를 전북일보와 ㈜자광이 공동의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메이저 언론과 정치권력

그러나 이러한 개별 언론의 사례는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의 유구한 ‘사유화’ 역사에 비하면 애교와 장난 수준이다. 이들 메이저 언론은 정치권력 및 경제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한국 언론시장에서 흔들리지 않은 독점적 아성을 구축해 왔다.

우리나라 언론의 현대사는 1990년을 전후로 정치권력의 지배에서 자본 권력의 지배로 변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속성은 동일하다. ‘지배’라는 말은 지배와 피지배의 상하 권력관계를 의미하지만, 사실은 한국 언론과 정치·경제 권력 간에 존재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유착’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검열과 언론인 구속, 광고비 협박 등의 ‘탄압’은 기자 집단에 대해서만 이루어진 것일 뿐, 언론사와 사주, 그리고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은 항상 서로 상부상조하는 유착 관계를 이루어 왔다.

우선 조선·동아 등의 ‘족벌 언론’은 해방 직후 미군정 3년 동안의 좌파 및 진보언론 척결을 통해 해방된 대한민국에 깊게 뿌리를 박기 시작했고, 이러한 이념적 독과점 상태를 바탕으로 형태에서 1960년대에 이들 족벌언론은 급성장을 이루게 됐다. 방송이 활성화되고 광고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재벌언론 중앙일보가 언론시장에 뛰어들어 한국 언론은 본격적인 ‘상업언론’의 시대를 열게 된다. 이 당시 박정희 정부는 낮은 금리의 해외 차관을 도입해 재벌 기업에 독점적으로 투입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자원 집중형’ 개발 정책을 시행했고 언론사에도 이러한 혜택이 주어졌다. 이 시기 재벌 신문사들은 사세 확장을 계속하며 70년도 차관을 도입해 윤전기 등 각종 시설을 도입하고, 심지어 관광호텔 짓는 곳에 사용했다.

당시 국내 금리가 연 26%의 초고금리였지만, 이들에게 배분되었던 차관 금리는 연 7~8%에 불과해 ‘거저먹기’나 다름없는 엄청난 특혜였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10%를 기록하던 이 시기에언론사들은 이러한 특혜를 바탕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수 있었다.

1971년 유신통치를 시작한 박정희 정권은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1도 1사 원칙으로 통폐합을 실시하고 지역 기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이를 더욱 폭압적으로 진행해 지역의 1도 1사 원칙을 유지하면서 중앙지들도 통폐합시켰다. 신아일보를 경향신문에 통합시켰고, 서울경제신문을 한국일보로, 일간내외경제를 코리아헤럴드로 통합시켰다.

이러한 정권의 통폐합 정책은 기본적으로 언론통제를 위한 것이었지만,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배타적이면서도 강력한 독점적 카르텔로서 작용했다. 언론통폐합으로 살아남은 언론사는 경쟁이 필요 없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국가가 적극 보장해 준 것이다. 통폐합을 거칠 때마다 언론사의 기업이윤은 더욱 상승세를 타 80년대 들어서 언론사는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급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족벌언론과 재벌언론은 1987년 언론 자율화 이후 신생 언론의 등장으로 외형적으로는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뿌리박은 기득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통한 종편 설립은 족벌언론과 재벌언론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처럼 정치권력의 언론 통제는 기자 집단에게는 탄압과 족쇄로 작용했지만, 언론사주들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특혜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언론사주들 입장에서는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의 공적인 임무는 완전히 외면한 채, 우파 정치세력과 경제권력과 영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에 있어 ‘언론의 사유화’는 일선 언론인들이 거대 기득권 세력과 언론사주의 사익에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언론의 사유화’는 친보수 친자본 반서민 반노동 일색인 우리나라의 왜곡된 언론 지형의 뿌리이기도 하고 그것을 강화하고 가속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다. 현대 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가짜뉴스’는 사적 이익의 극대화를 유일 목표로 삼고 있는 ‘언론 사유화’ 현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언론개혁’은 가짜뉴스를 단죄하는 표면적 문제에 대한 처방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사유화 구조에서 벗어나 공적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견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방안에 대해 다음 쩌날리즘에서 논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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