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체계적 실태 파악 필요

큰 폭으로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천447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천655명, 2020년 3천316명, 2021년 3천603명, 2022년 4천842명으로 최근 5년 동안 2천395명(98%)이나 증가했다.

또한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인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웹페이지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가 제정되어 공영장례 지원이 본격화된 2019년 434명이었던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는 그다음 해인 2020년에는 665명으로 53%(231명)나 증가했다. 이후 2021년 856명으로, 그리고 2022년에는 1천102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무연고 사망자’ 증가 추세를 언론은 경제 상황의 악화, 가족관계의 단절, 가족 구조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주목하여 보도하고 있다. 가족의 유대관계가 약화 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한편 ‘무연고 사망자’ 행정책임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중 조례가 없는 곳들은 이미 있는 지자체의 조례를 참고하여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 의식’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하여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무연고 사망자’의 죽음과 장례는 최근 들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당면한 정책과제가 되었다.

‘무연고 사망자’ 그들은 누구인가?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고, 누구와도 관계 맺지 않고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무연고 사망자’란 누구인가? ‘무연고 사망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보건복지부 ‘장사업무 안내’에서 정의하고 있다. 법률과 지침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무연고 사망자’란 첫째, 연고자가 없거나, 둘째,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셋째,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사망자를 말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망 후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사망자’를 말한다.

여기서 ‘연고자’는 우리 상식 안의 ‘가족’의 범위와 달리 배우자·직계존비속(부모·자녀 등)·형제와 자매까지의 법률혼과 혈연관계만을 의미한다. 즉 이들의 시신 인수 여부가 ‘무연고 사망자’ 결정 기준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살펴보면 세 번째인 연고자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또는 가족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하지 않아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경우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사회가 알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

이렇게 개념과 정의를 알면 ‘무연고 사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과연 한국 사회는 ‘무연고 사망자’를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을까?

현재 보건복지부는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를 요청하면 그때마다 취합한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공개한다. 첫 문단의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요청했기에 만들어진 자료였다. 단순 취합 자료이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지역별, 연령별, 성별 통계뿐이다.

2022년 4천842명 ‘무연고 사망자’의 지역별 통계를, 수가 많은 곳부터 나열하면 서울(1,109명), 경기(1,099명), 부산(526명), 인천(347명), 경남(280명)이 된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41.7%(2,017명), 60대 31.7%(1,533), 50대 17.2%(832명) 이며, 연령별 특징은 중장년 비율이 38.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77%)이 여성(23%)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 사회가 알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여기까지다. 이러한 형태의 현황자료는 2014년에 최초로 발표된 이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매년 유사한 현황자료를 보면 궁금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연고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남성 ‘무연고 사망자’ 비율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을까? 일반적인 사망통계와 달리 중장년 ‘무연고 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과 부산 지역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까? 이러한 질문에 한국 사회는 아직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무연고 사망자’를 알지 못한다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 위생’의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최근 ‘무연고 사망자’의 가파른 증가 추세가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영장례 조례’를 제정하면서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도모하고는 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아닌, 발생한 이후 뒤늦게 장례로 이에 대응하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 ‘무연고 사망자’의 가파른 증가 추세가 사회적 문제라면, 이를 줄이는 대책과 이미 발생한 일에 대응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뒤늦은 사후 조치밖에 없는 상황을 보자면 한국 사회는 여전히 ‘무연고 사망자’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굳이 ‘무연고 사망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를 진행하였을 때뿐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6호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의2를 보면 노숙인·노인·장애인·정신 요양·아동복지시설의 장도 기초지방자치단체와 동등하게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진행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 4천800여 명의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는 시설 ‘무연고 사망자’가 누락되어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언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새로운 사회문제라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이들이 어떤 삶을 살다가 어떻게 사망했고, 가족관계와 사회적 관계는 어떠했으며, 왜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었는지 등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그 첫 시작일 것이다.

즉 행정 처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의 거주지 형태, 사망 장소, 사망원인, 혼인 여부 등의 가족관계, 위임자와 위임 사유,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고독사 의심 사례 여부와 최초 발견자 등에 대한 현황자료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상호 교차분석하면 단순 현황에서 알 수 없었던 추가적인 실체를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증가 추세로 간다면 ‘무연고 사망자’ 1만 명 시대를 맞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제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 파악을 통해 더 근본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요구할 때만 발표하는 현황자료가 아닌 국가통계로 관리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적 요인 분석을 위해 ‘사회적 부검’ 필요

‘사회적 부검’은 저개발 국가의 아동·취약계층에 대한 집단 사망원인 탐구에 활용하거나 원인불명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보건학과 사회학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가족·세대·지역사회·의료서비스·법과 정책 환경·문화적 측면에서의 사망원인 등을 파악한다. 이렇듯 ‘사회적 부검’은 불명확한 사망의 원인과 관련된 개인과 사회적 요인을 분석하여 사망 과정과 사망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한국 사회에서 지속해서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사회적 맥락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사회적 부검’을 지속해서 실시해야 한다. ‘무연고 사망자’가 몇 명인지 숫자만을 주목했던 방식과 발생 시 행정 처리 중심의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이제는 ‘무연고 사망자’가 누구인지, 또한 왜 그들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여러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대응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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