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하게 쓰이는 ‘악마화’를 ‘비난’과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교집합을 이룰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➊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기본이고, ➋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하고 ➌ 보복을 가하거나 이를 선동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요컨대 적대적 대상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 나아가 물리적으로 보복 또는 제재를 가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악마화라 하겠다.

‘악마화’의 아버지는 나치 선전상

악마화를 정치적 기제로써 고안해 낸 사람은 나치 선전상 파울 요제프 괴벨스로 볼 수 있겠다. 그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했다. 그의 전략은 현실에서 통했고 600만 유대인을 살육하는 순간에도 게르만 민족에게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했다.

그런데 악마화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명확히 구분된다. 허위 과장 왜곡으로 특정 대상을 공격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반드시 ‘공포 기제’가 개입돼야 하는데 그건 누구에게나 가능하지 않다. 권력을 손에 쥔 자들만이 할 수 있다. 그들은 악마화를 시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거나 하다못해 사회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때 어떻게 되느냐? 구성원으로부터 응징당할 것 같지만, 국면에서의 주도권을 더 강력하게 ‘그립’하는 힘을 얻는다. 이를 ‘악마화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이를 입증할 여론 동향이 있었다. 이 대표 테러 사건 이후 한 주 지난 뒤 여론조사 결과이다. ‘꽃’ 등에 따르면, 민주당 약(弱)지지층이 정치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극악한 공격으로 이들 지지층이 여론조사 응대를 회피하거나 침묵한 것이다. 이른바 ‘침묵의 나선 효과’가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 간격이 역전되거나 급격히 좁혀졌다. 이를 두고 이 대표를 평소 혐오했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한 사람이 “살다 보니 목에 ‘칼빵’을 맞았는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는 말로 야유하기도 했다.

이재명 테러에 위축된 민주당 약 지지층

여기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의 말을 들어야 한다.

“악마화를 시도하는 주체가 사람들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사회적 약자라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들의 악마화 시도는 파급력이 아주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들이 음모론 집단으로 낙인찍혀 고립당하기에 십상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악마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그들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 들어보자.

“지배층, 강자가 주도하는 악마화는 공포 분위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조폭들이 누군가를 찍어서 악마화하고 잔혹하게 폭행하면, 그것을 지켜보는 군중은 겁에 질려서 조폭이 아닌 매를 맞는 사람을 비난하고 그에게 돌을 던진다.” (‘쩌날리즘’ 2023년 4월호 기고 ‘진보 악마화의 심리학’)

새해 벽두 1월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충남 아산 사는 67세 공인중개사 김진성의 테러는 오랜 기간 준비된 계획범죄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단 이 대표를, 국정을 논하는 대화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오로지 ‘피의자’로만 보는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 지검 급 규모의 검사 60명을 수사에 투입해 376회의 압수수색을 감행하며 먼지털기식 수사를 벌인 검찰, 그 검찰의 정보를 젖줄로 대고 있는 언론이 김진성에게 ‘이 대표를 제거해도 되는 대상’이라고 속삭인 간접 공범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최소한.

그런 이들이 사태 직후 ‘혐오의 정치’를 탓하더니 이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하며 헬기로 이송된 것을 지역 차별에 특혜로 규정하며 억지 악마화를 이어갔다.

‘극우 본능’ 테러범 김진성의 정체

김진성은 2023년 3월 민주당에 입당해 최근까지 당적을 보유해온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0년 국민의 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탈당하기 전 4~5년가량 당적을 보유했다고 한다. MBN 취재 결과, 2015년 새누리당 시절 당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그의 외조카는 자기 외삼촌이 “4~5년 전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몇 번 나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 주인은 “물건을 사러 올 때면 스마트폰으로 정치 관련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극우 유튜브로 추정된다.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언론에선 민주당원이라고 하던데, 성향으로 봐선 그쪽 사람이 확실히 아니다”라고 했다. 김진성이 운영해온 사무실 앞에는 전날 배달된 석간신문과 경제지, 지역신문 등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한국경제와 문화일보가 눈에 띈다. 문화일보는 사무실 책상 위에도 놓였다. 문화일보는 대표적 우파 신문으로, 그 출신 박민이 현재 KBS 사장이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 위원으로부터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과 형 동생 하는 사이 아니냐는 추궁을 받았다. 그는 아울러 대표적 극우 월간지 ‘월간조선’의 30년 정기구독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은 이 사건에 직접 관여한 것이 없다고 봐야 할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수상한 행보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사건 당일인 1월 2일 오후 2시대에 부산 경찰발 이른바 ‘받(받은 글)’이 기자들 카카오톡 대화방 또는 텔레그램 문자로 공유된다. “테러범 관련 경찰 첩보 ▲57년생 ▲영등포구청에서 근무 퇴직 ▲현재 아산 강훈식 지역구에서 부동산중개업 하는 민주당원 ▲(범행) 사유 :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돌기 시작할 때는 테러 발생 후 4시간 지난 시점. 이 시점부터 이미 김진성의 나이와 전직(前職) 외에 구체적 당적과 범행 사유가 공유됐다. 이는 김진성 입에서 나왔고 경찰이 뿌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진성은 자신이 충남 아산의 민주당원으로 알아달라는 뜻이었고, 경찰은 이 사건을 “민주당원에 의한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 보도해달라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각종 보도에 김진성이 ‘극우적 정치지향’을 가진 것이 드러나자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끝내 당적을 밝히지 않았다.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이 원칙을 경찰이 신줏단지처럼 여겼다면 ‘마약 의심 정황’이 여과 없이 회자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당한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황당한 초동대처… 경찰은 손놓고 있었다

자,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대표의 핵심 보좌진 중 한 명인 김지호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이 대표가 테러당해 넘어졌을 때, 김진성이 재차 공격을 시도했고 당직자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이 강하게 제지해 연이은 테러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 40여 명이나 배치된 경찰은 이 상황을 지켜만 봤다. 사전에 응급상황을 대비한 구조 이송 계획도, 응급조치 관련 지식이 있는 경찰관과 구급대원의 배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민주당 당직자는 상황 발생 후 경찰에 안전한 응급처치를 위해 사람의 접근을 막고 공간을 확보해 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장 통제 및 지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군중에 의해 쓰러진 이 대표의 다리가 밟히고, 피 흘리는 모습에 대한 사진과 영상 촬영이 이어졌다. 당시 이 대표에게서 대량 출혈로 보이는 징후가 포착됐다. 당직자는 다시 경찰관에게 의료지식 있는 응급관계자의 조언을 구하고 응급차 도착 시간 및 응급 전문가와의 전화 연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거듭 출동을 촉구하자, 그제야 경찰 관계자는 경찰차로 병원에 이송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응급조치할 수 없는 비의료용 차량으로의 이송은 자칫 환자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거부했다. 이후 상당 시간이 흐른 후 소방차가 먼저 도착해 소방관이 응급처치했고, 뒤이어 응급차에 이송돼 바로 소방 구급 헬기를 탈 수 있는 명지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차 안에서 응급조치에 매진하는 구급대원에게 환자의 상태를 묻는 신원 불상의 전화가 지속해서 걸려 왔다. 동행하던 당직자가 응급 구조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후에도 같은 전화가 반복해서 걸려 왔다. 부산대병원 옥상에 헬기가 착륙한 뒤에는 사건과 무관한 정보과 형사가 나타나 후송되는 이 대표를 촬영하다가 당직자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물 청소하다니

경찰의 이해할 수 없으리만큼 미숙한 대응 혹은 음험한 처사는 사건 이후에도 이어졌다. 환자의 핏자국이 남는 증거 현장이 사건 발생 37분 전후에 깨끗이 물 청소해버렸다. 명백한 증거 현장 훼손이다. 이는 시설물 관리자의 실수가 아니었다.

경찰의 소행이다. 게다가 사건 이튿날인 1월 3일 검찰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때까 담당 수사관은 현장 혈흔 사진과 지혈에 쓰인 수건과 거즈를 확보하지 못했다. 증거로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대표가 입었던 혈흔으로 젖은 상의가 의료 폐기물로 폐기되어 처리 업체에 전달된 사실도 당직자에 의해 확인됐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찰은 사실 인지도 못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모두 행정안전부 휘하에 있다.

생사의 고비에서 살아나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가 당무 복귀하기 전날, 국무총리 직속 국민권익위원회는 흉기 피습 후 응급 헬기를 이용해 이송·전원 된 사항과 관련해 부정 청탁과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남화영 소방청장이 “매뉴얼상 문제가 없다”라고 이야기했고,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시빗거리 자체가 “유치하다”라고 말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당한 테러가 1cm 열상의 경상으로 추정된다는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대테러센터인데 이곳 역시 총리 직속이다. 윤석열 정권을 간접 가해자로 국한해서 보기엔 해명할 지점이 많다.

이재명 악마화 극복할 길은 딱 하나

‘악마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이 대표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세운 악마화를 멈춰 세울 방안은 무엇일까? 1월 15일 김용민TV ‘지금은 좋빠가 시대’에 출연한 김태형 소장은 “악마화를 당하는 대상이 ‘나는 악마가 아니다’라고 해봐야 더 악마화된다. 악마화 시킬 수 있는 이유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강자가 돼야 한다. 이는 윤석열 정권과 싸워 강자의 지위를 얻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 사건의 (있다면) 진정한 배후를 밝혀낼 수 있는 길도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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