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하던 이들, 예수 보고 “인생을 걸 존재”로 인식

마가복음 1장 16~20절을 보면, 예수를 따라나선 제자들은 갈릴리 호수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인생을 걸 만한 사람이다’라고 판단하고 그물을 놓고 예수 따라나선 것 아닌가? 당시 갈릴리 호수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동체가 구성돼 있었고, 그래서 남정네 몇 사람이 예수 따라나서더라도 염려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이 예수를 따라나선 것, 혹시 로마 식민지 지배하에서 이렇게 먹고 사는 데만 천착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터에 예수님 부르심에 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력을 발동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마가복음 “천국 가까웠다는 말 듣고”

우선 궁금한 것은 이들은 예수가 누구인 줄 알고 따라갔을까? 이 사건 직전 상황을 보자. 마가복음 저자 마가는 세례요한이 잡힌 뒤 예수가 갈릴리에 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했다.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에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이 말씀을 한 후 제자들을 찾아갔다. 마가복음만 보면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온 것에 대해서 제자들이 묘한 이끌림에 의해 즉각 수용하고 곧바로 따라가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누가복음 “어획 능력자 예수에 홀려”

다른 복음서, 누가복음 저자 누가는 어떻게 설명할까? 5장 1~11절을 보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물고기가 잡히는 그 사건이 소개되고 있다. 역사적 사실로써 예수를 따라간 존 도미니크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에 의하면 예수는 목수의 아들이지만 농부이기도 했다고 봤고, 갈릴리 사람들도 대부분 자기 본업이 있고 부업으로 농사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베드로 등도 어부이면서 농부라는 것이다. 어부인 베드로는 예수가 자기 전문분야인 물고기잡이에 있어 자기보다 더 밝은 사람임을 확인하자 그 권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베드로는 일종의 종교 체험을 한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가 “주님, 나에게서 떠나주십시오.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 말속에서 베드로는 유한성 체험을 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이 유한성을 넘어서려고 하는 초월 지향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종교를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궁극적인 유한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죽음이다. 힘이 센 사람이든 부요한 사람이든 다 죽는다. 그런데 그 유한성을 넘어선 존재로 예수님이 눈에 보인 것이다.

요한복음 “예수-안드레, 세례요한의 동지”

이번엔 요한복음서를 보자. 사실 요한복음서는 ‘역사적 예수 세미나’에서 빨간색이 거의 없다. 즉 여러 복음서와 겹치는 이야기 즉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가 많이 없다. 그러나 요한복음 1장 35~42절은 그렇지 않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세례요한의 운동에 동참했고 제자 안드레도 그 멤버 중의 한 명으로 판단된다. 세례요한이 잡히기 전부터 안드레와 예수님은 알고 있던 사이였을 확률이 높다.

그 안드레를 통해 안드레의 형인 베드로가 예수님을 소개받았고 그래서 안드레와 베드로가 함께 예수님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 운동을 다시 이어갔을 확률이 높으며 같은 동네 사람인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자연스럽게 예수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간주한다. 요한복음까지 보면 초기 제자 구성의 맥락이 이해된다. 마가 누가복음서에서 ‘나를 따르라’라고 하고 이렇게 부름을 받은 이들이 따라가는 그림은 다소 뜬금없었는데,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

유대교와 예수의 제자 만들기 차이

다른 맥락을 보자. 마가복음서는 예수님이 “복음을 믿어라”라고 첫 선포를 하고 직접 제자들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진술한다. 근데 이게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충격이었다. 유대교에는 랍비 즉 선생이 있지 않나? 한 자리에 딱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그 사람한테 제자가 되려는 사람이 찾아온다. 그러면 계약하고 3년간 배우도록 한다. 그리고 도제식 교육, 즉 암기 교육한다. 이 일을 행할 때만이 제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남자만.

근데 예수님은 반대이다. 자리를 잡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사람을 찾아간다. 한 번 제자가 된 사람은 영원히 그 인연을 이어간다. 특별히 무언가를 암기하라 말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성도 가능했다. 마가복음서 10장 42절에는 “내가 이 땅에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섬기러 왔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것은 예수님이 오신 목적이다.

예수님은 찾아와 주시는 분이고 혼자 하지 않고 함께하시는 분이다.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함께 했고 거기에 응답한 사람들은 곧 따라갔고 바로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이 하나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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