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옹호' 서민 교수 글의 위험성 5가지
상태바
'조선일보 옹호' 서민 교수 글의 위험성 5가지
  • 허재현 기자
  • 승인 2020.04.14 2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허재현 리포엑트 대표 기자/전 한겨레신문 기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조선일보가 탄압받는 언론"이라며 두둔하는 글을 썼습니다. 이 칼럼은 매우 큰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위해가 큰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의 방향성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팩트가 틀렸습니다. 이건 정교한 팩트 검증을 업으로 하는 기자가 반박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아직까지 그런 글을 못 봤습니다.

먼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에 실린 서민 교수 칼럼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조선일보는 문빠들로부터 탄압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겨레보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했다. 진영주의에 매몰된 신문이 아니다. 알릴레오, 김어준의뉴스공장 같은 곳은 '친정부 위장 언론'이다. 조선일보마저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이제 저의 반박입니다. 첫번째 '탄압'이란 단어를 이렇게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탄압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무력 등으로 상대를 억지로 눌러 꼼짝 못하게 하는 일'로 정의돼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지금 권력에 의해 꼼짝 못하고 있습니까. 또는 권력에 의해 불이익 받은 게 있습니까. 있다면, 서민 교수는 하나라도 그 근거를 대야 합니다.

탄압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쉽게 쓰면 안됩니다. 진짜 권력에 의해 탄압 받았던 언론인들의 가슴을 짓밟는 행위일 뿐 아니라, 조선일보가 탄압이란 단어를 물타기해 피해자인 척 위장하는 일을 돕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수 많은 언론인이 그저 바른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어 10여년 가까이 외부를 떠돌아다녔습니다. 정연주 KBS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 갑자기 배임 논란으로 해임되고(2009년 11월 법원에서 해임 무효 판결했지만, 판결 당시 사장 임기 11일밖에 남지 않아 복귀 무산), 또 같은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2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많은 탐사보도 전문 기자들이 그저 정권을 올바르게 감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고, <뉴스타파> 등 독립 매체를 전전해야 했습니다. 파업을 주도한 MBC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모욕의 시간을 견뎠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동아투위 해직 기자들은 40여년을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찌 이런 분들 앞에서 "조선일보가 탄압받고 있다"고 함부로 말합니까. 악의적이거나 무지의 소산입니다. 조선일보 기자 중에 위에 제가 거론한 분들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습니까? 서민 교수는 답해야 합니다. 


두번째 국정농단 사건의 전개 과정입니다. 이건 제가 한겨레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직접 취재한 기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압니다.

서민 교수 지적처럼, 최순실의 존재가 조선일보 쪽에 먼저 흘러 들어갔고 취재에 앞섰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이 밝혀진 게 아니라, 되레 그곳에 최초 제보가 들어가는 바람에 국정농단 세력은 2년여 더 암약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않을 때 겪는 사회적 부작용을 우리 사회가 치른 겁니다.

고영태 씨가 TV조선 이진동 기자(사내 성폭력 사건으로 2018년 퇴직)를 만난 건 2014년 말입니다. 문제의 최순실이 등장하는 '의상실 영상'도 그때 건네졌습니다. 2015년 초 이진동 기자는 국정농단을 증명하는 문건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보도를 안 했습니다. 왜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영태 씨는 이진동 기자가 '비박계 정치인'이라서 이 제보로 어떤 정치적 이득만 취하려 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최순실 재판 때 공개된 이진동 기자의 녹취록에 그렇게 나옵니다. 실제 이진동 기자는 2008년 한나라당 후보로 안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TV조선은 한겨레가 2016년 9월 최순실의 존재를 처음 대중에게 밝히고, JTBC가 태블릿 피시를 밝혀내자 그제야 '의상실 영상'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이진동 기자는 2년여간 제보를 뭉개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청와대 탄압이 있었다”는 두루뭉술한 말 외에는 지금까지 명확한 해명을 못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국정농단 세력의 존재를 일찍이 알고 있었음에도 침묵했던 언론입니다. 서민 교수는 이런 전후 과정을 모르고 칼럼을 썼던 것 같습니다. 설마, 알고도 그런 칼럼을 썼다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더 나쁜 건, 서민 교수의 무지를 이용해 오늘날까지 장사하는 조선일보입니다.

세번째. 진영 주의에 대해서입니다. 알릴레오는 진영주의 언론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들 스스로 '취재 과정이 공정한 편파방송'이라고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진영언론 그 자체가 아니라 진영언론임을 숨기고 공정한 언론인 척하는 것입니다. 알릴레오는 그들 스스로 진영언론임을 자처합니다. 유튜브 개인 방송이기 때문에 진영언론을 운영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판단은, 이 언론을 선택하는 독자들의 몫입니다.

조선일보로 돌아가 봅시다. 조선일보는 분명 수구·자본·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언론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예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제가 일일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건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서민 교수께서 직접 좀 찾아보고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선일보는 스스로 진영언론임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놓고 신문발전진흥법에 의해 온갖 사회적 배려와 발전기금 배분 등 혜택은 함께 누립니다. 즉, 권리만 누리고 사회적 의무는 다하지도 않고 심지어 진영마저도 숨기는 아주 나쁜 진영언론입니다.

정리하면, 알릴레오와 조선일보의 문제는 '솔직함'과 '책임'에 있어 그 비판의 카테고리가 달라야 합니다. 진영언론을 비판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정교하셔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진영언론이라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솔직함이 결여돼 있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않아 대중이 광범위한 폐간 운동을 벌인 것입니다.

네번째. 조선일보가 하고 있는 최근의 거짓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최근 '창간 100년'을 자축하며, 또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보도를 했습니다. 두 가지만 거론하겠습니다. "광우병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조선일보 보도는 옳았다.","천안함 폭침 부인은 괴담"이라는 최근의 보도입니다.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괴담처럼 비난하는 것은 시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당시 시위는 국가가 엄연히 행사할 수 있는 검역 주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생한 것입니다. 시위 덕분에 정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검역을 강화했습니다. 만약 그 시위가 없었다면 '위험한 미국소'가 계속 수입돼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2017년 7월 미국에서는 또 한 번 광우병이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대처를 정부가 잘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서 발생하지 않았다 칩시다. 이후 조선일보가 "코로나 위험을 과장한 괴담이 문제였다"고 보도하면 그게 옳습니까. 

"천안함 폭침"은 조선일보가 주장하고,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인 게 국제사회의 시각입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이라고 선언하면 그것이 진실이 됩니까. 베트남전쟁으로 이어진 '통킹만 사건'은 미국 정부가 조작한 일이었다는 게 뉴욕타임즈 등의 끈질긴 보도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취재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저는 요즘 우리가 신뢰해왔던 유명 지식인들의 설익은 글이 대중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체감 중입니다. 진중권, 임미리, 홍혜걸 씨 같은 분들 글의 오류와 허위사실을 수개월간 제가 추적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서민 교수는 이번 한 번은 뭘 잘 모르고 글 쓰신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부디, 자신의 전공과 연구 분야가 아닌 것에서 어떤 글과 말을 뱉을 때 주변의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사전 자문을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들이 미세먼지 같은 공해성 글 때문에 요즘 숨조차 쉬기 힘들어 합니다.

이런 글 쓰면 저 역시 진영 주의에 빠진 기자라는 비판이 뒤따를까 봐 밝힙니다. 저는 한겨레 재직 시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고, '드루킹 사건' 등을 보도한 탓에 소위 '친문 세력'으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기레기' 라고 시달려왔습니다. '진영주의자들로부터 시달림받는다'는 서민 교수와 제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민 교수는 한겨레 생명 전문 기자인 남종영 기자와 친분이 있을 겁니다. 남 기자에게 물어보십시오. 제가 남 기자와의 사석에서 서민 교수가 겪는 일을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물어보시면 압니다. 

저는 별다른 진영도 없고, 그저 사실에 입각하지 않는 기사와 전문가 논평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뿐입니다. 진중권 같은 지식인들이 요즘 많은 비판을 받는 건, 그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의 글에 오류가 많다는 것을 대중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전문가들이 생산하는 오류 많은 글에 과거처럼 관행적으로 '과도한 사회적 권위'가 부여돼 과잉 유통되는 것에 화를 내는 것이지, 진영주의 자체가 그 '화의 본질'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오류에 대한 지적을, '진영주의자들의 공격'이라고 간편하게 자위하면 순간적으로는 편할 수 있겠으나, 그러면 영영 스스로의 발전은 요원해질 것입니다. 조갑제가 딱 그렇게 망가진 지식인입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모두 김일성을 추종하는 진영(빨갱이)의 공격이라고 평생 자위만 하다가 '괴물지식인'이 되어간 것입니다. 서민 교수마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민 교수는 한겨레의 필진이기도 합니다. 한겨레는 한국민주주의 역사적 자산입니다. 당신을 좀 더 인내하겠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민경욱, 참관인에게서 투표용지 받았다"
  • 부천 신중동 사전투표자 1만8210명, 그 진실은?
  • [인분교회] 합숙소 겹쳐서 앉아서 잤다
  • 김명진 목사 옹호 나선 '인분교회' 교인
  • [인분교회] 김명진, 농업법인 관련 숨기는 게 있나?
  • [인분교회] 앞에선 사과 뒤에선 색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