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목사님, 혹시 정치꾼들에게 당한건 아니죠?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평화나무가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서는 4월 15일 총선에서 현명하게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한 김종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과 이성화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고발하자, 이성화 목사는 법무법인추양가을햇살(고영일 대표)을 법률대리로 세워 평화나무 측에 반론보도 소장을 보내왔다.  

그런데 언론중재위원회에 청구하면 될 반론보도 요청을 법무법인을 통해 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더구나 기독자유통일당 대표가 운영하는 법무법인을 통해서 말이다. 게다가 평화나무는 어느 누구의 반론이든 최대한 받는다는 입장을 설립시부터 견지해 왔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이성화 목사는 반론보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 민사소송을 통해 평화나무에 반론보도를 요청한 것이 최소 이성화 목사의 뜻은 아니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굳이 민사소송을 통해 반론보도 청구를 해 온 숨은 주체는 기독자유통일당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영일 기독자유통일당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수임률을 높이기 위해 반론보도 청구를 굳이 민사소송으로 제기했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을 귀찮게 할 목적이었을 가능성이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반론보도 청구 시 통상적으로 중재 합의 당사자는 기사를 쓴 기자 또는 보도 책임자가 된다. 그런데 굳이 김용민 이사장을 합의 당사자로 불러내기 위해 반론보도 청구를 민사소송이라는 형식을 써서 청구했을 것. 

또 이성화 위원장과 김종준 총회장은 반론보도 청구 중재 합의를 소송 취하로 잘못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화 위원장은 지난 24일 본지 기자가 부천 서문교회에 방문했을 당시, "본래 유인물의 원본은 정치적 문구를 많이 담고 있어서 내가 다 뺐다"며 "내가 유인물을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질 뿐이다"라고 했다. 또 "(법무법인) 추양에서 볼때는 내가 억울했다. 그래서 나를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송 문제는 해결된 것인 줄 알았는데, 경찰이 연락을 해온다. 목사가 경찰에 불려가는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아느냐”며 소송건에 대해 되려 질의해 왔다. 

앞서 김종준 총회장도 지난 13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성화 위원장이 소송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고 했다”며 “그런데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왔다. 

왜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일까. 전후 관계를 확인해 보기 위해 27일 법무법인추양에 연락했으나, 아직까지 담당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없는 상태다. 고영일 대표(기독자유통일당/법무법인추양가을햇살)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역시 연락은 닿지 않고 있다. 

물론 기독자유통일당과 법무법인추양가을햇살이 순진한 목사들을 이용해 수임료를 챙기려 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성화 위원장은 지난 24일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행보에는) 정치적 목적이 전혀 없다"라고 거듭 강조한 지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 위원장이 최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길이 없다. 

아무리 “나는 정치목사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들, 교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와 언론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며 자신을 대변할 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손잡는다면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세상과 불통하고 편협한 신앙과 신학으로 세상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 나를 비롯한 개신교인들에게 필요하다. 특히 목사란 직함을 갖고 있다면 더욱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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