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낸 국민일보 광고 혼선만

10일 국민일보 전면 광고
10일 국민일보 전면 광고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국민일보가 10일 A교회 사모가 SNS에 쓴 '주민센터가 아닌 교회 마당에서 헌혈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자사 광고지면에 게재까지 했으나, 확인결과 헌혈행사는 애초 계획대로 A교회 마당에서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이날 '주민센터가 아니라 교회 마당에서 더 많은 사람이 헌혈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A 교회 사모가 쓴 '주민센터가 아닌 교회 마당에서 헌혈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광고문에는 '오늘 정세균 총리가 모든 교회 모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었죠? 저희교회가 14일 화요일에 헌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전화가 왔네요. 교회에서 교회 이름으로 헌혈하면 안 되니, 동사무소같은 장소 빌려서 개인이 하는 걸로 하자고 한다. 어이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핵심방역수칙을 의무화한다"며 정규 예배 외 각종 대면 모임 활동과 식사제공을 금지하고 출입명부 관리도 의무화 해달라고 종교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금지하는 대면 모임에는 수련회, 기도회, 부흥회, 구역 예배, 성경 공부 모임, 성가대 모임 연습 등도 포함됐다. 교회 소규모 모임과 행사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교회연합기구와 교단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런가운데 14일 교회 마당에서 헌혈을 계획했던 A 교회 사모는 SNS를 통해 "행사를 동사무소같은 장소를 빌려서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A 교회 사모는 적십자 직원에게도 교회 마당이 넓어 동사무소(주민센터)보다 헌혈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모는 적십자 직원에게 "교회 마당에서 헌혈이 안 된다고 적십자에 내려온 지침이 있느냐"고 물으며, 이에 적십자 직원은 "그런 지침은 없다"고 밝혔다. 

이 사모는 적십자 직원으로부터 의논해 보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이 사모는 직원과의 통화를 마친 후 SNS에 아래 메시지를 올렸다.
 

한 블로그에 게시된 B 사모의 글 일부
한 블로그에 게시된 B 사모의 글 일부

이후 이 사모는 10일 적십자 직원과의 재통화에서 기존 계획대로 14일 교회 마당에서 헌혈차 두 대를 배치하고 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11일 최종 확정됐다. 

문제는 국민일보가 10일 이 사모의 글을 자사 광고지면에 올린 것. 이 사모는 국민일보에 직접 광고를 내 달라고 의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모의 글은 국민일보 전면 광고, 유튜브, 블로그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헌혈 행사가 무산된 줄로 오해해 적십자사와 혈액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사모는 "적십자 직원에게는 잘못이 없다"며 "적십자사 직원은 총리 지침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어려웠고, 헌혈을 교회 마당에서 진행하거나 다른 곳에서 진행할 경우라도 교회 이름으로 집단 헌혈을 했을 때 혹여 문제가 발생하면 교회에 미칠 파장을 염려한 것"이라고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이 사모에 따르면, 적십자사측에서는 14일 헌혈 행사를 마치고 "다음에도 교회에서 부르면 언제든 오겠다"라고 웃으며 마무리했다. 

이 사모는 평화나무를 통해 "기도해달라고 조그맣게 올린 글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 몰랐다"며 "(헌혈 행사를 잘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렇게 전화 주셔서 헌혈이 진행된 것을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과 지역 목사님들도 찾아와 교회에서 좋은 일을 한다고 굉장히 기뻐하셨다"며 "이번 헌혈 행사가 많은 분들의 기도로 은혜롭게 마무리되었다"고 말했다. 14일 헌혈 행사에는 예정된 70명보다 많은 98명이 찾아왔다. A 교회는 헌혈 행사 외에도 코로나19 국면에 자영업 사업장과 취약 계층 가정들을 방문해 방역 서비스를 실시하고, 주민들에게 방역 용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한편 국민일보가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도 않고 광고를 게재해 혼선을 키운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평화나무는 국민일보에 연락해 해당 광고가 게재된 경위와 이유 등을 묻고자 했으나, 국민일보 관계자는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며 답변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A 교회의 헌혈 행사 포스터
A 교회의 헌혈 행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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