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 패배 두고 “참담한 선거결과에 우파 진영 멘붕 상태”

서경석 목사가 이끄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이 지난해 5월 27일 구로역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구로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서경석 목사가 이끄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이 지난해 5월 27일 구로역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구로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한때 ‘민주화 운동가’이자 ‘뉴라이트의 대부’였던 서경석 목사가 나눔과 기쁨이라는 사회취약계층을 돕는 비영리단체를 정치활동에 유용해 온 정황이 드러나 내부 분열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서 목사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새한국)’이라는 정치단체를 통해 무엇을 꿈꾸었던 것일까.

서 목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새한국의 창립목적을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한국은 지난 2014년 5월 26일 출범대회를 열고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이종윤 서울교회 원로목사, 이한택 전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등을 상임대표로 추대했다. 이후 ▲부정부패 추방 ▲사회통합 촉구 ▲김영란법 제정 촉구 ▲역사교과서 국정화 촉구 ▲식물국회 규탄 ▲통진당 해산 촉구 ▲강도 높은 공무원연금 개혁 촉구 등의 성명을 발표해왔다. 실질적인 활동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의문이지만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부혁신국민운동, 경제혁신비상국민회의, 기독교운동본부, 정치개혁국민운동, 좋은 교육감추대국민운동본부, 애국목회자연합, 우익빅텐트 등을 산하기구로 두고 있다.

국가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새한국의 운동방향이 바뀌게 된 것은 최순실 사태 이후다.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고 ‘행동하는 우파’가 되겠다는 것이다.

서 목사는 “최순실 사태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허물은 있어도 탄핵당할 만한 사유까지는 없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6년 11월 10일 최초로 태극기 집회를 시작했다”며 “이 집회 이후 새한국은 원로중심의 단체에서 ‘행동하는 우파’ 단체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한국을 ‘전국 조직을 갖춘 유일한 우파애국단체’라고 자평하며 “문재인 정권과 싸우는 의병부대”라고 주장했다.

새한국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애국단체’를 자처하며 본격적인 정치 세력화를 시도했다. 서 목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새한국은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가면 핵은 절대 폐기되지 않고 안보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한국경제는 폭망하고 민주주의도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내년 4.15총선에서 우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을 되찾는 일을 자유한국당에게만 맡길 수 없다. 애국시민들이 임진왜란 때의 義兵처럼 일어나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지난해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하야’를 외쳐왔던 전광훈 씨 이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종북정권’으로 낙인찍고 도를 넘는 원색적인 비난을 수시로 가했다.

지난해 5월 27일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구로시민대회’에서 서 목사는 “수많은 대통령을 겪어봤지만 문재인 같은 이는 처음이다.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한심하기 그지없다. 집권 2년 만에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로시민대회에는 새한국 관계자들과 강요식 자유한국당 구로을 당협위원장,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 목사는 “문재인이 바라는 통일은 공산 통일”이라며 “남한에 땅굴이 얼마나 있는지, 간첩이 얼마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해 졸지에 적화가 될지 모른다. 우리 손주들을 위해서라도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새한국은 ‘애국시민’을 양성하겠다며 ▲애국메시지 문자보내기 자원봉사활동 ▲<문재인정권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촉구한다> 팸플릿 배포하기 운동 ▲정치개혁국민연합(정개련) 조직 등을 조직하겠다고 했다. 서울 각 구와 전국을 오가며 ‘문재인 정권 규탄 시민대회’ 개최에도 열을 올렸다. 서 목사는 “애국 시민들에게 우리의 진심을 알리는 문자를 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자 보내는데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문자나 팸플릿을 읽게 되면 모두 우파가 된다”며 “자한당 후보를 시민들이 추천해야 한다. 웰빙 국회의원에서 싸움닭 국회의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결국 서 목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며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활동을 활발히 펼친 셈이다. 그가 그렸던 최선의 그림은 보수 우파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는 것이었다.

 

“애국시민들이 ‘의병부대’ 만들어 싸워야”

이런 서 목사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글도 있다. 지난해 7월 13일 송파구에서 개최할 ‘문재인 정권 규탄 시민대회’를 공지하면서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갔고 안보도 극히 위태롭다. 경제는 폭망했다. 민주주의도, 법치주의도 완전히 무너졌다. 언론의 자유도 완전히 사라졌다”며 “우리의 손주들이 살아가야 할 아름다운 대한민국은 이제 없다. 남은 유일한 방안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승리하는 길뿐이다. 울화통이 난 애국시민들이 전부 모여 ‘의병부대’를 만들어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29일에 열린 한 시국강연회에서는 ‘보수대통합’을 21대 국회의원 선거 필승 전략으로 소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우파 정당의 난립으로 표 분산을 우려한 것이다. ‘박근혜 탄핵’에 동조했던 비박 세력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전제로 보수 우파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는 “우리공화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결국 좌파의 2중대 역할을 했다”며 “(우리공화당이) 내년에 10여 곳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데,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탄핵’의 부당함도 재차 주장했다. ‘탄핵은 가짜뉴스의 결과물’이라며 탄핵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진상규명을 하고나면 탄핵당할 정도의 잘못은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게 너무 명백하다”며 “황교안 대표가 친박이든 비박이든 상관하지 않고 다 같이 탄핵을 사죄하고, 문재인을 반대하는 세력은 전부 하나가 되자고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보수대통합’을 주도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도 있었다.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보수 우파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정치개혁국민연합(이하 정개련)’을 조직해 각 선거구별로 자체 예비 선거를 치러 후보를 단일화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서 목사는 지난해 8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자유한국당은 (내년) 3월 15일까지는 공천을 완결할 것이므로 정개련은 2월 중에 예비 선거를 끝내야 한다. 정개련 예비선거 결과가 45:55일 때는 꼭 55를 얻는 후보가 공천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투표결과가 40:60 혹은 35:65이면 1등을 한 후보가 반드시 공천 받을 것”이라며 “정개련 회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정보나눔네트워크의 자원봉사자도 되고 각 선거구의 의병부대 결성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경석 목사 "새한국, 총선 시기에 ‘가장 바르게 운동했다’ 평가 받아"

서 목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까지도 새한국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 중심의 보수 우파 후보 단일화를 적극 추진했다.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파후보 단일화 긴급연대’ 제안, ‘우파연대’ 정당 창당 제안, ‘편파 공천 규탄 및 후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 및 단식농성’, ‘미래통합당의 편파공천의 철회와 우파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한다’ 성명 발표 등을 통해 보수 우파 후보 단일화를 계속해서 호소했다.

‘미래통합당이 잘못된 공천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우파가 해야 할 일’이라는 성명서에서는 “자유공화당이나 기독자유통일당은 당선가능성이 없는 후보들을 출마시키면 안 된다. 미래통합당과 대화하기 위해 압박용으로 한시적으로 출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끝까지 완주한다면 우파는 2~30석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바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통합당의 ‘불통’에 대해 자유공화당이나 기독자유통일당과 똑같이 격분하고 있지만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밉다고 총선 승리를 좌파에게 안겨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새한국은 지난 3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에서도 “새한국 등 우파 단체들은 총력을 다해 지지율 높은 후보로 단일화하고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 8일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에 미래통합당 후보들도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 목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미래통합당의 대패로 마무리됐다. 서 목사는 선거가 끝나고 공개한 ‘지금 우파진영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라는 글에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서 목사는 “참담한 선거결과에 우파 진영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기가 막히다”며 “코로나19를 한국이 선방했다는 점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심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20일 공개한 글에선 새한국이 “철저한 반성과 각오를 갖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한국이 태극기집회의 운동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면서 우파 운동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서 목사는 “새한국은 이번 총선 시기에 가장 열심히, 가장 바르게 운동했다는 평가를 받아 지금 우파진영은 새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미래통합당의 개혁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목사는 "제 신상문제도 말씀드리려고 한다"며 "저는 나눔과 기쁨 이사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눔과 기쁨 일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눔과 기쁨 사정이 복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정기간 동안 새한국보다 나눔과 기쁨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러분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횡령 의혹으로 나눔과 기쁨 내부를 수습하기도 바쁠 서 목사가 그의 원대한 포부처럼 우파 운동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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