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에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촉구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ㆍ평등법 제정 위해 당당히 앞장서 달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22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22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부르짖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교계 언론에서는 보수 개신교 단체와 반동성애진영의 주장이 중점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22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날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ㆍ평등법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1384개 단체, 교회, 개인이 이름을 올렸다.

성명서에서는 “성경을 근거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성경을 오독하고 오해하는 것”이라며 “예수그리스도는 소수자를 사랑하셨다. 예수는 유대 사회가 율법을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한 사회적 소수자의 ‘친구’가 되어주셨다”고 했다.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가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ㆍ평등법 제정은 더 이상 유예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며 사회적 합의”라며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은 ‘차별금지법ㆍ평등법 이후’의 새로운 선교를 위한 신학적 관점과 목회적 대안을 보다 능동적, 창의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스도교 역사는 사랑의 역사다. 현대 노예제 폐지, 성평등, 전쟁 반대, 약자 보호, 난민 환대, 환경운동, 민주주의, 소수자 운동 등의 역사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의 헌신과 참여가 있었다”며 “오늘도 사회적 소수자와 운명을 함께하며 한배를 타고 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일시적 역류에도 결국 평등과 사랑의 바다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에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책임과 의무는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일부 종교 집단의 거친 목소리에 흔들리지 마시라. 그들이 두려워 하나를 양보하는 순간, 전부를 잃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은 일부 근본주의 그리스도교 집단의 대표가 아니라 평등을 간절히 바라는 시민의 대표다.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ㆍ평등법 제정을 위해 당당히 앞장서 달라”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반동성애진영의 원색적인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침묵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소수자들은 ‘사랑의 종교’라는 그리스도교로부터 너무 오랫동안 끔찍한 차별과 혐오를 당해왔다. 상처 입은 그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차별금지법ㆍ평등법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지지와 연대를 지금 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의와 불평등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역사 퇴행적 집단으로 몰락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ㆍ평등법, 만인들에게 들려줘야 할 복음”

비가 쏟아지는 날씨 속에서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기자회견은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한 개신교인의 갑작스런 난입으로 잠시 중단돼야만 했다. 이 개신교인은 기자회견 참석자들에게 우산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금속 재질의 살이 그대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휘두르는 일을 멈추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참석자 중에서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개신교인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동성애자는 돌로 쳐서 죽이라고 그랬다’,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무너뜨린다’고 소리치면서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10여분의 실랑이가 끝난 이후에야 가까스로 기자회견을 재개할 수 있었다.

연대발언에 나선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우산을 휘두르면서 폭력적으로 달려드는 한 사람을 여러분들이 보셨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보태는 것 자체가 성경에 위배된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온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내는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서고 있다”고 했다.

특히 보수개신교와 반동성애진영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면 처벌된다’, ‘건강한 가정을 파괴한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앞세워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인 차별이 매일매일 매순간순간마다 거듭되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오늘”이라며 “누군가를 차별하고 혐오하고 배제하고 낙인찍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천명하는 것이 차별금지법의 의의다. 차별금지법, 평등법은 이 시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선포다. 그리고 만인들에게 들려줘야 할 복음”이라고 했다.

임 목사는 참가자들과 함께 ‘환대와 사랑만이 우리의 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은 우리 시대의 포괄적 복음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병석 국회의장실에 서명과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 개신교인의 갑작스런 난입으로 기자회견은 잠시 중단됐다. 이 개신교인은 ‘성경에 동성애자는 돌로 쳐서 죽이라고 그랬다’,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무너뜨린다’고 소리치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사진=평화나무)
한 개신교인의 갑작스런 난입으로 기자회견은 잠시 중단됐다. 이 개신교인은 ‘성경에 동성애자는 돌로 쳐서 죽이라고 그랬다’,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무너뜨린다’고 소리치며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사진=평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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