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ㆍ반목 거듭하다 지친 소상공인들
장경동 목사 "성전 건축하려 했으나, 하나님이 원치 않으신 듯... 팔려고 내놔"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월드 외관에 걸린 현수막.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월드 외관에 7월 걸린 현수막.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대전중문교회와 대전오토월드 외관에 또다시 중문교회에 대한 원망을 쏟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중문교회가 중고차매매단지인 오토월드 상사들에게 임대한 토지 1만4250평을 최근 매각하려다 불발됐고, 이후 갈등은 또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소송취하 후 갑질이 말도 못한다” 주장 

지난 12일 밤 대전중문교회와 대전오토월드 외관에는 ‘자영업자 목 조르는 중문교회 각성하라’, ‘벼랑 끝 영세업자 등 떠미는 중문교회’, ‘코로나로 힘든 몸 장경동이 죽이는구나’ 등의 문구가 내걸렸다. 중문교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등장한 건, 불과 2개월여 만이다. 

A씨는 “중문교회와 중문산업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하다 이를 취하하자, 횡포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문교회 땅을 표시하는 철조망 치고, 한동안 곳곳에 용역을 배치해 차량을 뺄 때마다 허가를 받고 나가야 하는 바람에 불편하고 고객들에게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사마다 차량이 가압류된 곳들도 있다”고 했다. 

중문교회 땅을 표시하는 철조망은 정비·광택·세차 등을 담당하는 카센터와 공업사 44곳이 모여 있는 건물 앞에도 설치됐다. 제보에 따르면 펜스를 거두고 전처럼 사용하려면 600만원을 십시일반 거둬 내야하는 상황인 것. 

소유주가 자기 땅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라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에서 교회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토월드 내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B 씨는 “전보다 수익이 5분의 1로 줄었고,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IMF보다 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안 내던 돈을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C 씨는 “처음에는 돈을 안 낸 사업주의 가게 앞에만 차로 입구를 가로막았다”며 차량으로 가로막은 주차장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어 “어떤 사람은 돈을 내고, 어떤 사람은 고집을 부려 안 내면서 십수 년간 함께 생활해 온 이웃끼리 서로 원수지간처럼 싸우고 반목이 심해졌다”고 했다. 

중고차매매단지 대전오토월드 주차장에 중문교회 소유 토지를 구분하는 펜스가 쳐졌다. 

 

 

대전오토월드서 또 무슨 일이?

중문교회는 2012년 중고차매매단지인 오토월드 단지 내 토지 1만4250평을 사들였다. (사)대전오토월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가입한 90여개 상사 중 3분의 2가량은 중문교회 땅을 빌려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문교회는 주차장 위탁업체인 중문산업을 세워 주차장을 관리해 왔다. 조합측은 2019년 7월 25일부터 2022년 1월 24일까지 월차임을 9700만원(부가세 별도, 연11억6400만원)을 내고 주차장을 임대하기로 중문산업과 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중문산업이 지난 2월 조합에 토지매각 시 토지에 주차된 차량을 빼준다는 약속을 하는 제소전화해조서를 작성하자고 요청했다. 중문교회가 오토월드 땅 매각시도를 본격화한 것이 맞다면, 이를 준비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조합원 사이에서 중문산업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중문산업은 주차장을 사용하는 50여개 상사뿐 아니라 전체 상사들로부터 제소전화해조서 작성에 대한 동의를 얻어달라고 요구하자, 조합은 90%의 상사들로부터 동의를 받아주겠다며 합의를 이루려 했다. 그러나 또다시 2개월분의 보증금에 해당하는 2억원을 예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는 것. 

결국, 조합원들이 합의를 못 하자, 중문 산업은 5월 25일부로 조합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P 업체를 세워 계약을 체결했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오토월드 주차장 땅에는 말뚝이 박혔고, 경찰을 부르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조합원들은 땅에 말뚝까지 받고 소상공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중문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는 입장이었지만, 중문교회가 땅을 매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불필요한 소송전이 될 것이란 판단하에 취하했다. 

그러나 일단락되나 싶었던 갈등은 조합이 소송을 취하한 후 더 깊어졌다. 결국, 이번에도 중문교회 토지매각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오토월드 내 중문교회 소유임을 표시하는 펜스가 설치되고 전보다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살벌해졌다는 것이 복수 제보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D 씨는 “오토월드 내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고사위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오토월드 바로 앞에 들어선 중고차매매단지 ‘디오토몰’로 둥지를 옮긴 상사만 최근 2달 사이에 15곳이나 된다”고 했다. 

대전중문교회(장경동 목사) 갈마동 성전 벽에 붙은 현수막 
대전중문교회(장경동 목사) 성전 벽에 붙은 현수막 

 

 

깊어진 내부 갈등, 교회 책임은? 

오토월드 내부에서는 중문산업과 새로 계약을 체결한 P신생업체에 대한 독과점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그동안 오토월드 내 상사들은 120만원에서 13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주차장을 사용해 왔다. 임대료를 조합에 내면, 조합이 중문산업에 건네주고 그중 일부는 중문산업 대표인 김 모 씨와 또 다른 관리인이 나눠 갖고 일부는 교회로 흘러들어가는 복잡한 구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것에서 P신생업체가 조합을 대신해 주차장 임대료를 걷게 된 것. 이런 가운데 이해당사자들 사이 반목은 매우 심해 보였다. 한쪽에서는 임대료를 200만원대 이상으로 올린 후, P 업체와 연관이 있는 A 캐피탈사가 임대료를 일부 지원해주면서 사실상 독과점 형태로 가고 있다는 주장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오토월드 발전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이기심만 부리고 있다고 맞섰다. 이미 수년 전부터 오토월드 내 주차타워를 건설해 주차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뜻이 모아지지 않았던 것을 지적한 것.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져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가운데 오토월드 내에서는 교회측이 오토월드를 고사시킨 후 나머지 오토월드 부지까지 헐값에 사들이려는 꼼수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주변 개발이 시작되면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오토월드 따먹기 수순이 아니냐는 것. 물론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그러나 오토월드 내에서 이런 의혹까지 떠돌 정도로 소상공인들의 불안이 크다는 것은 되새겨 볼 지점이다. 

주 아무개 조합장은 “중문교회 땅은 우리 땅이 아니기 때문에 늘 분란의 소지가 있었다”며 “중문교회가 현재 소유한 땅을 사기 전부터 우리는 그 땅을 분양받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매매상사로서 분양을 받은 것인데, 주차장의 70%를 중문교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갈등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똘똘 뭉치는 것이 필요한데, 임대료 내랴, 주차비 내랴, 중고차매매업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적자를 보면서 운영하는 상사들이 많다 보니, 좀 더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캐피탈사를 찾게 되고 상사 개수가 줄어드니 부담금액이 높아지고, 갈등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월드 상사들은 2014년 중문교회와 직접 계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굳이 중문산업을 세울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은 물론,  교회가 땅을 소유하면서 임대 사업을 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여전히 제기된다.

교회재정성건강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가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세법상으로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서 "중문교회가 중문산업을 세움으로써 절세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 표시 안 나게 수익사업을 하기 위한 방편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교회가 좋은 책을 공급하기 위해 도서 판매를 하거나, 카페를 운영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접촉하려는 등의 개념으로 사업을 한다면, 이를 돈이 목적이 아닌 사역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지만, 왜 교회가 돈을 목적으로 수익사업을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교단들도 부동산 임대, 매매, 공매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 민감하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처럼 임대 사업을 하더라도 어려운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그 속에서 분쟁이 생기고 싸움이 나면, 결국 교회만 욕을 먹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중문산업 김 대표 "뭐가 시끄럽냐"

장경동 목사 "상사간 갈등일 뿐.. 성전 지으려 했지만, 하나님이 허락 안 했다" 

중문산업 김 대표는 “뭐가 시끄럽나”며 “잘하고 있다. 자세히 알아보라”고 선을 그었다. 

장경동 목사는 “그거(오토월드 주차장 문제)는 우리 문제가 아니고 세를 얻은 사람이 전반적으로는 의견이 일치가 됐는데, 소수의 몇 분이 이의제기해서 그분들끼리의 문제다. 우리는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교회가 굳이 이런 일에 얽혀 있으야 했나’라고 묻자, “땅이 곧 있으면 팔릴 것 같다”며 상사들간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탓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장 목사는 “(이 땅은) 성전건축을 목적으로 샀지만, 이상하게 하나님께서 허락을 하지 않았다”며 하나님 뜻이 아닌가보다 했다. 거기(오토월드)에 (성전을) 짓는다는 게 어려운 것이 그 사람들(소상공인들)을 다 나가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도 이렇게 복잡한데 어떻게 내보내겠나. 그래서 그런지 하나님께서 허락을 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성전을 크게 지을 시기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교회가 오토월드를 고의로 고사시켜 모두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하자, 장 목사는 “말도 안 된다”며 “그러면 뭣 하러 땅을 (팔려고) 내놓겠나. 말도 안 된다. 계약이 오늘내일 오늘내일하면서 안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복수 제보에 따르면 중문교회가 소유한 토지 가격은 처음엔 400억가량에 매물로 나왔지만, 경쟁이 붙으면서 600억까지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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