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 28일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철회 촉구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그리스도인 낙태죄 완전 폐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그리스도인 낙태죄 완전 폐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최근 정부가 낙태죄 관련 입법개선을 예고하자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개신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법예고안 철회를 촉구했다.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요구하는 목소리 일색인 가운데 진행된 모임인 만큼 더욱 주목된다.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은 28일 청와대 앞에서 ‘그리스도인 낙태죄 완전 폐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이 “낙태는 살인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고함을 치며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소란도 있었지만 다행히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포럼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발표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지난해 4월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를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 철회 ▲임신중지와 유지·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 정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성명서에는 개인과 단체를 포함해 개신교인 179명이 참여했다.

실제로 정부의 개정안은 낙태죄 폐지 찬반 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무조정실이 여성계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거나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도 정책자문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인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마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개정안이 “낙태죄를 유지한 채 낙태죄의 성립 조건의 범위만을 조정한 안”이라며 “국가가 계속하여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임신중절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개정안으로는 여성들의 생명과 시민으로서의 권리도 보장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2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처럼 여성의 임신주수와 사유에 제한 없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여성의 의료접근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임신중지에 있어서만큼은 진료행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여성들은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기약 없이 전전해야 한다”며 “규제와 통제는 안전한 임신중지 시기만을 놓치게 할 뿐이다.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규제들로 안전한 보건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조치들은 결코 생명존중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보수개신교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한국교회는 시대마다 정부의 인구관리 정책에 맞춰 신학적 담론을 제공하며 정치적 파트너 노릇을 해왔다”며 “‘생육하고 번성하라’라는 성서 구절을 산아제한 정책을 펼 때는 ‘적게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번성이라고 주장했으며 출산장려 정책을 펼 때는 무조건 많이 낳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가르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국가, 종교, 사회는 개인의 삶의 자리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누군가를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았다”며 “낙태죄 완전 폐지는 이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어가는 중요한 걸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변화에 함께하겠다”고 했다.

 

"여성 자기결정권 존중.. 교육과 보호에 방침 찍힌 정책 필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한국여성신학회의 입장’을 발표한 이영미 목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존중해줄 것과 정부에게 처벌보다 교육과 보호에 방점이 찍힌 정책 마련에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이 목사는 “임신과 출산의 결정은 높은 수준의 윤리적 행위이며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수행할 충분한 권한과 능력이 있는 존재”라며 “출산과 임신중지를 행사할 권리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출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여성의 삶을 죽음에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폭력”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일부의 주장처럼 성적문란과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임신중지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핵심은 낙태할 자유의 성취가 아니라, 재생산과 관련된 개인들의 선택과 실천을 국가가 단죄하고 처벌하는 것을 중지하라는 요구”라며 “낙태죄가 폐지되면 성적 문란과 여성들의 무절제한 임신중지가 행해질 것이란 세간의 주장은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성적으로 문란한 이기적 여성이라는 도식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비하적인 발언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 목사는 “교회는 모든 생명체를 향한 하나님의 축복을 태아의 생명권에만 한정하여 임신중절을 범죄화하는 데 앞장서지 말고, 모체의 생명권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어린 생명들의 생명권을 함께 존중하는 열린 마음으로 낙태죄 폐지 운동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교회 내 성에 관한 토론의 장 마련 ▲기독교 성윤리 수립 ▲생명존중 실천 등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도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요청은 낙태를 무분별하게 ‘허용’하거나 ‘권장’하라는 뜻이 아니다”며 “낙태가 불법화되어 위협받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재생산권을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제대로 보장하자는 절실한 요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는 일은 종교적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시민인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라며 “종교적 신념에 의해 여성이 임신을 중단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이들이 합당하게 보호받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 대표는 한국교회가 종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면 성경과 신앙을 명분삼아 임신중단을 선택한 여성들을 정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여성도 쉽게 그저 쇼핑하듯 임신 중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 일이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선택”이라며 “여성을 단지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자궁이 아닌, 통전적 존재로 인식해 달라.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여성뿐 아니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여성도 존중하며 돌보는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 존재해 달라. 이것이 종교의 마땅한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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