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가짜뉴스 받아 재생산하는 극우 개신교인들
박성철 교수 “미국 대선 이슈 이용해 세력 재 집결 하려는 것”

미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인들(출처=유튜브)
미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인들(출처=유튜브)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한국 극우 개신교발 '미 대선 조작' 주장이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11월 15일, 개표시스템인 ‘도미니언’ 소프트웨어를 공격하며 “극좌파가 도미니언 개표 시스템을 소유했다”, “급진 좌파 기업 도미니언이 표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고, 극우 개신교인들은 그의 말을 받아 적극 지원에 나섰다.

 

미 대선에 열 올리는 한국 개신교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11월 26일 설교에서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하며 “투표 조작을 통해서, 부정선거를 통해서 저 정권을 잡고 있는데, 그걸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스마트메틱’이에요. 이 스마트메틱에서 파생돼 나온 회사가 이번 미국 부정선거가 일어났던 모든 주에 투표관리 시스템을 제공한 ‘도미니언’이라는 회사입니다”라고 말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 역시 “미국 대선이 치러지고 나서 부정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수작업으로 재검사가 진행됐는데, 여기서 부정이 드러났다. 누락된 투표용지가 2500장 발견된 것”이라며 부정선거에 열을 올렸다. 

너만몰라TV는 11월 12일 ‘이사람, 미 대선 부정선거 밝혀냈다’며 미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MIT박사이자 미국 통계학자인 ‘시바 아야두라이(Shiva Ayyadurai)’의 분석을 인용하며 ‘미 대선에 외부의 세력이 개입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전광훈의 전 비서실장 이은재 목사도 “이번 (미국 대선)선거는 대한민국의 운명과 한국교회의 운명, 전 세계의 운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매우 긴급하게 소식을 전한다”며 “미국 현지 소식통에 의해 직접 전달받은 내용이다. 지금 펜실베이니아 투표용지 개표장에서 명찰이 없는 관계자들이 등장하고 갑자기 바리케이트가 쳐지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참관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바이든의 표가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한 발 더 나가 ‘미국의 부정선거 뒤에 중국이 있으며, 중국 뒤에는 하나의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음모의 중심에 바이든이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이 목사는 “그렇기에 트럼프가 재선돼야 하는 것”이라며 알고 주장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팩트체크

이들의 주장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의견을 받아 옮긴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의 주장은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일까? 몇 가지만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출처=연합뉴스)
이번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출처=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도미니언 개표기가 내가 득표한 270만 표를 삭제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표로 분류됐어야 했을 22만 1000표는 바이든의 표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ANN(One America News)의 기사를 인용했는데, OANN은 "‘에디슨리서치’라는 단체에서 투표 바꿔치기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에디슨리서치 대표는 “당사는 이 같은 종류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으며, 부정선거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발견한 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즉, OANN의 보도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보도였으며, 이 보도를 인용한 트럼프의 주장 역시 잘못된 것이다.

투표용지가 누락돼 논란을 빚은 조지아주 역시 재검표를 했으나 바이든의 승리라는 결과에는 변화가 없었다. 누락된 용지는 현장 조기투표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기투표 기계가 조기투표 기간인 2주 동안 작동한 뒤 멈췄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미니언 소프트웨어를 향한 음모론 역시 가짜뉴스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지지자들, 한국의 극우 세력은 도미니언 소프트웨어가 좌파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BBC는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하는 좌파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며 “그는 도미니언사가 클린턴 일가나 펠로시 일가 등 민주당 인사들과 관계가 있다는 온라인상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져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시간주 조셀린 벤슨 국무장관 역시 “앤트림 카운티에서 개표 관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도미니언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적 실수로 인한 사고”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발언 자체가 가짜뉴스에 기반한 것이기에, 그 말을 앵무새처럼 전달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의 주장 역시 가짜일 수밖에 없다.

 

“지지 세력 결집 위해 음모론 이용하는 것”

이들은 왜 이런 가짜뉴스 재생산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박성철 교수는 “한국의 극우세력, 기독교 내 극우 세력은 미국과 한국의 국가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극우 개신교인은) 국가 차원이 아닌 종교적 차원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선이나 이런 것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니 음모론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또 '극우세력의 지지기반 약화'도 이유로 꼽았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도 그렇고, 지난번 총선을 거치면서 극우세력이 정치적으로나 공적 측면에서 많이 약화했다. 그래서 이번 미대선 부정선거를 빌미로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극우 세력을 결집시킬만한 특별한 동기나 인물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미 대선 부정선거'라는 이슈를 끌고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지지 세력을 어느 정도 재규합하는 방법이나 전환점이 될 순 있다고 보는데,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지 않다”며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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