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교회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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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인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교회의 역할은?
  • 김준수 기자
  • 승인 2021.01.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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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홍 러빙핸즈 대표 “교회, 제도 공백 채우는 섬김 감당해야”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가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꽃, 선물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시민들의 공분이 가시질 않고 있다. 지난 2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양부모를 엄벌에 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임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양부모는 모두 경북 포항시 소재 H대학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H대는 인성과 영성을 모두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기치 아래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내걸고 있다. 또 외조부와 조부 모두 포항과 경북에서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외조모는 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장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장모 씨의 어머니는 지난 2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는 우리 딸이 정신적으로 감정 통제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심리검사를 받아보니까”라며 딸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양모의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평화나무는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교회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온 몸에 멍이 든 채로 목동의 한 병원으로 실려 온 뒤 심정지로 사망했다. 입양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71일만이었다.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한 어린이집 교사, 동네주민, 소아과 병원장 등이 3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혐의를 찾을 수 없다며 사실상 방치했다. 경찰은 마지막 신고 당시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소아과 병원장의 진단에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8일 정인이의 양모인 장모 씨를 아동학대치사,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양부인 안모 씨 역시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양부모는 정인이의 사망에 대해 사고사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심 공판은 1월 13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끔찍한 학대에도 불구하고 낮은 처벌 수위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 11월 20일에는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 가해자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현재 이 청원은 231,440명이 참여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일부 시민들은 서부남부지검 앞에 항의의 뜻으로 근조화환까지 보내고 있다.

아동 관련 단체에서도 양부모에 대한 엄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 3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엄벌 진정서 양식’을 게시하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1심 마지막 선고 10일전까지 보내시면 된다. 정인이 사건은 1월 13일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간 재판이 지속될 것 같다. 따라서 마지막 선고가 공지되면 선고일 10일 전까지만 보내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도 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재 양어머니 장아무개씨에 대해선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 양아버지 양아무개씨에 대해선 방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며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2018년에만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28명이다. 정인이와 같은 28명의 아동이 학대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것”이라며 “정부는 지난해 아동인권 보호를 주창했지만,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는 외화내빈의 초라한 구호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면서 ”입양 절차 전반의 공적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입양특례법 4조)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제도개선과 함께 교회는 교회다운 역할 감당해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역을 펼쳐온 박현홍 대표(러빙핸즈)는 “이런 일을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러빙핸즈를 만들었는데 계속 반복돼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정인이의 죽음에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 ‘천하보다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긴다’는 교회가 아동학대나 청소년 등 다음세대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교회가 이런 사역에 늘 앞장섰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에는 교회가 잘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며 “멘토링을 하다 보면 알 수 있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명의 멘토가 곁에 있어주면 확실히 예방이 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사역에 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3번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신고 시 아동과 부모를 분리조치 시키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분리조치를 시킨 후 아동학대가 벌어지는 상태를 일단 중단시키고 전문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피해아동을 실제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주양육자에 의해 계속 보호받는 ‘원가정보호’인 경우가 83.9%에 달했다. ‘분리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12.2%에 불과했다.

아동전문보호기관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국에 61개소에 불과하다. 설사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하더라도 거주 기간은 ‘1개월 미만’이 37.8%로 가장 많았다. ‘6개월 이상~1년 미만’은 17.0%, ‘1년 이상’은 10.7%에 불과했다. 퇴소한 학대피해아동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퇴소 후 거주지로 ‘원가정 복귀’가 45.9%로 가장 많았고, ‘타 시설 입소’가 41.6%를 차지했다.

박 대표는 “아동학대에는 징후가 있다. 아이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을 인지해도 적절히 조치할 수 있는 여력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신고를 받아도 부모와 면담을 시킨 후에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호시설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집으로 다시 보내기 때문에 아동학대 문제가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교회가 영혼 구원과 사랑이라는 본질로 돌아가 섬김의 역할도 감당하면서 교회교육이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표적인 기독교학교 출신에 목회자 자녀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슈가 되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교회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교회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

이어 “양부모가 아동학대를 해서 이슈화가 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제도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한 영혼을 책임지고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교인 중에 누군가 입양을 하게 되면 다른 가정이 멘토가 되어서 돌봐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입양한 가정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함께 돌봄에 나서자는 거다. 그런 일이야말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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