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무죄 판결을 받은 전광훈 씨(출처=연합뉴스)
지난 30일 무죄 판결을 받은 전광훈 씨(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서울시 선관위가 전광훈 씨를 공직선거법으로 고발하면서 애초에 공직선거법 85조는 제외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공직선거법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교육적ㆍ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ㆍ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ㆍ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을 위반하거나 행위를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쉽게 말해 선관위는 전 씨가 '목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조항에 대한 법리 해석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선관위 “당시 판단하에 85조 미적용”

7일 평화나무 취지에 따르면,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고발 당시 상황에서는 선거법 85조가 해당이 안 된다고 판단해서 미적용 했다”며, “적용된 법조는 사전선거운동 위반 254조와 확성장치 사용 91조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평화나무가 ‘선거법 85조가 미적용된 근거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 “저희가 고발할 때는 ‘85조가 해당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아울러 전광훈 씨의 1심 무죄판결과 관련해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 2019년 12월 27일 전광훈 씨를 공직선거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수차례 공명선거 협조 안내 공문을 띄우고, 선거법 준수 촉구를 하였음에도 전 목사가 선거법 위반 행위를 거듭해 직원들이 집회 현장과 영상 등으로 수집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고발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확실한 것만 기소하겠다”며 검사도 85조 적용 꺼려했다

검찰도 전 씨의 혐의를 선거법 85조 3항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기정 평화나무 사무총장 역시 고발인 조사 당시 검찰로부터 “전광훈 씨의 당시 발언이 직무상 위치를 이용한 것이었는지를 따지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어서 확실한 것만 공소장에 담겠다는 취지로 85조3항과 유튜브 송출건 은 빼겠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검찰이 구형할 때는 참조하겠다는 말도 했다”며, “종교 문제이기도 해서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평화나무가 고발하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해당 사안은 검찰 단계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는데, 전부 무혐의로 처분한 부분은 우선 차치해두고 해당 발언이 85조 3항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었는지만 들여다 보도록 하자. 

평화나무는 전광훈 씨와 고영일 기독자유통일당 대표(당시 기독자유당) 대표는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송구영신예배에서 한 발언을 ▲사전선거운동 ▲확성장치 사용 ▲목사지위 이용(제85조 3항) ▲유튜브 송출을 문제 삼아 고발했다. 

당시 전 씨는 대중이 모인 광화문 광장에서 “기적의 주인공이 나타났다”며 고영일 씨를 소개했다. 이어 전 씨가 고영일 씨에게 “4월 15일 선거가 있잖아요. 그러면 기독자유당 원내 입성합니까?”라고 묻자, 고영일 씨는 “당연히 합니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히 입성이 아니라 원내교섭단체 20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전광훈 씨가 “이야, 그러면 몇 표를 얻어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고영일 씨는 “300만표 얻으면 됩니다. (기독교인 표가) 996만7천표이기 때문에 3분의 1만 투표해주셔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20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광훈 씨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예를 들어서 지역에 나오는 후보는 어느 당이든 마음대로 뽑고 정당투표가 있잖아요. 그것을 기독교인들은 기독당을 뽑아주기를 원하는 것이죠?”라고 묻는가 하면, “기독당이 없어서 빨갱이들이 득세하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기독자유당이 원내교섭단체에 들어가면 빨갱이 완전히 사라지는 거죠?”라고 여기에 고영일 씨는 에둘러 호응하거나 응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검찰이나 선관위는 해당 발언을 한 장소가 ‘교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추측된다. 재판부가 전 씨의 발언을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표현의 자유와 직무상의 위치를 이용한 선거법 위반 발언이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봤을 수 있겠다. 

그러나 평화나무가 고발 대상자에 함께 포함시켰던 고영일 씨는 전광훈 씨가 설립을 주도한 기독자유통일당(당시 기독자유당)의 대표로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6번으로 출마했다. 아울러 전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으로서 2020년 3월에는 사랑제일교회 장로로 임직되기도 했다. 장소가 눈에 보이는 교회건물이 아니었을 뿐, 본인 교회 교인을 단상 앞에 불러내 만담을 펼치면서 본인이 설립을 주도한 당과 대표를 밀어달라고 한 취지가 충분히 읽힌다. 

전광훈 씨가 ‘목사’라는 호칭으로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했다는 정황도 넘쳐난다.

당장 재판부로부터 면죄부를 받고 나온 후 1일에도 너알아tv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내 상대가 안 된다”며 “나는 목사이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로마 네로황제조차도 기독교는 이기지 못했다”, "나는 한국교회 대표"라는 등의 발언으로 종교적 힘을 과시하고 세를 확장시키는 도구로 삼아 왔다. 또 전 씨가 개최한 정치 집회는 대부분 '예배' 로 포장됐다. 

또 전 씨는 수없이 가짜뉴스를 쏟으며 추종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싸움이 ‘사탄과의 싸움’, ‘악한 영과의 싸움’이라는 선동을 일삼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 씨의 발언이 85조 3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납득이 쉽지 않은 지점이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는 “85조 3항을 제외한 것이 처벌조항이 없어서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