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송구할 뿐이다…방역수칙 지키며 학생 돌봄에 최선 다할 것”

지난 24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전시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대전시 중구 대흥동 IEM국제학교.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신천지,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인터콥에 이어 이번에는 ‘IM선교회’다. ‘또 기독교 관련 단체냐’는 시민들의 한숨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모두 한국개신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던 시점에 IM선교회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재확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9일 기준으로 IM선교회 관련 7개 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만 344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배경에는 IM선교회가 밀집, 밀접, 밀폐된 환경의 미인가 교육시설에서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을 시켰던 영향이 컸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IM선교회(대표 마이클 조 선교사) 사태로 기독교대안학교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IM선교회는 학부모들에게 영어교육과 유학을 내세우며 지역교회와 협력하는 방식을 통해 공격적으로 학교를 늘려왔다. 방역당국이 파악한 IM선교회 관련 교육시설은 전국 11개 시도에 40곳이으로 추정된다. 

이번 IM선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지난해 12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 통과로 비인가 교육시설에 대한 제도적 변화를 기대하던 기독교대안학교 관계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29일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 응한 기독교대안학교 연합기관 관계자, 기독교교육 전문가, 기독교대안학교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가 되기 전까지 IM선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관계자는 29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최근 물의를 일으킨 IM선교회가 연맹 소속 대안학교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광훈, 인터콥, IM선교회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을 의식한 듯 발언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운 태도가 역력했다.

이 관계자는 IM선교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IM선교회가 대안학교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나 저희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이런 사태가 오게 된 점에서 송구하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다만 대안학교 관련 양대 단체인 대안교육연대,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방역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20년 가까이 기독교대안학교운동을 하면서 IM선교회라는 단체가 활동하는지도 잘 몰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IM선교회는 극단적인 사례다. 보통의 기독교대안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다수의 기독교대안학교는 IM선교회처럼 영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유학을 준비하는 학원 형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죄송한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학생들의 교육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더 힘을 쓰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한 기독교교육 전문가도 “(IM선교회는) 기독교대안학교운동 진영에서 추구해온 가치와는 충돌하는 곳이다. 사실상 대안학교, 대안교육이라 볼 수 없다, 그냥 학원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통과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에서도 ▲외국 대학 입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 ▲주된 언어가 외국어이거나 외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학원으로 등록한 시설 등은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IM선교회 사태에 대해서도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다. 제일 먼저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10년이 넘게 기독교대안학교를 연구한다면서도 마이클 조 선교사나 IM선교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만큼 국제학교를 대안학교로 생각하지 않고, 거리를 둬서 더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IM선교회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니 기독교교육이나 영어교육을 가지고 소위 교육 장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마음이 동한 학부모, 이를 장려한 교회 모두의 문제다. 교회 안에 들어온 세속성의 영향”이라며 “신앙과 실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는 패러다임이 욕망에 눈을 멀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기독교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안교육을 한다는 것은 다른 교육의 가치를 선택하고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이라며 “대안학교에서도 올해 서울대를 몇 명 보냈다는 것이 자랑이 된다면 공교육과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주입식 성경교육, 대안적 형태의 교육 아니다”

대안학교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필요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공교육에 대한 아쉬움에서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기독교대안학교의 활발한 설립도 획일적인 공교육을 벗어나고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영성·인성교육에 대한 열망이 동력으로 작용했다. 공교육의 틀 안에서는 기독교사립학교에서조차 종교교육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기독교대안학교는 275개로 조사됐다.

이처럼 공교육에 대한 불신,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한 인재 양성에 대한 소망은 기독교대안학교 관계자나 전문가의 발언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박현수 교장(별무리학교)은 ‘신앙세계’에 기고한 글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에 사립학교 형태의 미션스쿨이 있기는 했지만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이란 이름하에 기독교 학교 역시 공립학교들처럼 인본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국가교육 과정을 그대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제도권 학교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대부분 똑같이 겪고 있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기독교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독교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함영주 교수(총신대)도 기독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공교육 체계 내에 기독교사립학교가 존재하고 있지만 교육구조상 기독교사립학교도 국가의 통제와 간섭을 받는 공교육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기독교교육의 참된 가치와 목적을 성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기독교대안학교는 오늘날 한국의 교육적 상황에서 기독교교육을 통해 ‘기독교성+대안성+학교성’의 확립이라는 매우 중요한 과제와 사명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김승욱 목사(나드림국제미션스쿨 교장)는 기독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의 과학은 창조론이 기초이며, 우리의 수학은 하나님나라를 디자인하기 위한 과목이다. 사회 과목은 내 나라와 이웃나라, 타민족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섬겨서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내는지를 가르치는 것이고, 세계사와 역사는 인간을 창조해서 세상을 다스리게 하시는 그 분의 역사와 섭리를 가르치는 것”이라며 “소요리문답 제1문답에서 가르치듯이 인간의 제일 된 목적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 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기에, 이 세상 속에서의 대안교육은 그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교육 전문가는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성경이나 교리 교육에 치중하는 일부 기독교대안학교의 경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앙교육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신앙을 교육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방법을 벗어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교화’가 ‘교육’은 아니다. 교육은 학생이 가지고 있는 걸 끄집어내는 일이지 바깥에서 주입해서 뭘 넣는 것이 아니다”며 “기독교교육을 교리나 신앙을 주입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기독교교육이 성숙해질 필요가 있는데, 교육의 목표를 무엇으로 설정할지에 대한 다른 관점이 요구된다”고 했다.

대안학교가 공교육의 획일적이고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세계관을 갖춘 인재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신앙을 강요하는 행태는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삶의 중심이 바뀌지 않는 형식을 문화화 시키는 교육이 가진 한계를 기독교대안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시는 경우가 있다”며 “기독교대안학교에서 실시하는 종교교육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으로 하는 것은 대안적 형태의 교육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 소재 기독교대안학교 관계자도 “신앙교육을 하면서 점점 고립화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가짜뉴스들이 교회 내에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신앙이라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배척하고 배제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신앙교육은 커리큘럼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아동학대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단순히 성경을 많이 알고, 기독교학교를 다니고, 기독교기업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그들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었다”며 “QT도 기계적으로 주입시킨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말씀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저희는 아이들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자리 잡고, 난민문제나 파괴되는 자연환경에 대해서 공감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이 학교의 방향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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