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고신·합동 이어 예장통합 이대위도 ‘전광훈 이단성’ 논의 유보
교회협 여성위원회 “막말과 망언으로 하나님 욕되게 하는 전광훈 규탄한다”

지난달 26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진행된 ‘3.1절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전광훈 씨.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진행된 ‘3.1절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전광훈 씨.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씨의 막말과 망언이 별다른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유튜브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최근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전 씨는 “성경에 나오는 여자들이 전부 창녀들이며 창녀 시리즈”라거나 “일본 군대도 젊은 사람들, 공식적인 창녀촌 운영할 수밖에 없다”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막말도 문제지만 “하나님 까불지 마. 나한테 죽어”로 대표되는 신성모독성 발언도 개신교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별금지법 반대나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해서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나 연합기관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 씨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총회(총회장 박영호 목사)는 전광훈 씨를 이단옹호자로 규정해 달라는 보고서를 내놓고도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정책총회에서 전 씨의 이단성 결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전 씨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복원 총회(총회장 강대석 목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예장대신(복원)에서 자체 조사위원회를 조직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 씨가 대표회장으로 활동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이단 옹호 단체로 결의한다거나 별다른 이견 없이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언론’으로 규정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소극적이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총회장 소강석 목사)도 마찬가지다. 예장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지난해 “(전광훈은) 말과 신학에 이단성이 있는 이단 옹호자”, “전광훈 목사 관련 모든 집회에 교류·참여를 자제해야 한다” 등의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내놨지만, 총회 현장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제1차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한기총을 포함한 교계 연합기관 통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하며 전 씨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로 그쳤다. 또 전 씨가 공개사과를 하지 않으면 예장합동 소속 교인과 교회들이 전 씨와 관련된 집회 참석을 금지하기로 했다.

당시 소강석 목사는 전광훈 씨의 이단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단 교리를 설파하거나 책을 낸 것이 아니다. 말실수를 했으며, 과도하게 정치에 함몰됐다고 본다”고 했다. 또 “총회 산하 목회자들과 성도들 중에 전광훈 목사의 애국운동에 동참한 인사들이 있다. 만약 전광훈 목사를 이 자리에서 이단으로 처리하면 총회 산하 목회자와 성도들도 이단에 동조한 자들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신정호 목사)는 지난달 23일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이단 사이비성 여부 및 총회의 입장 표명’ 건에 대해 보류를 결정했다.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전 씨의 소속 교단인 예장대신(복원)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장대신(복원)은 지난해 9월 “전광훈 목사의 신분이나 신학사상과 관련해 문의나 확인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에 대하여 도외시하지 않을 것이며, 해당 위원회의 면밀한 실사 및 연구를 거쳐 한국교회 앞에 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단 결의에 있어 신중히 접근하려는 각 교단의 노력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차고 넘치는 막말과 망언, 신성모독성 발언을 바탕으로 도출된 이대위의 보고서까지 나온 마당에 유독 전광훈 씨에게만 온정적으로 판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할 뿐이다. 진정 교단 소속의 교인들과 교회가 걱정된다면 하루빨리 전 씨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에 서둘러야지 머뭇거리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 백번 양보해서 이단성 연구 결과를 기다린다하더라도 전 씨의 망언에 대해서 한마디 언급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위원장 최소영 목사)는 지난달 26일 거듭된 막말과 망언을 일삼고 있는 전광훈 씨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 여성위원회는 전 씨의 “마리아도 미혼모고, 예수의 족보에 나온 여성들 모두 창녀(매춘부)이다. 또, 전쟁 중 창녀촌 운영은 남성 군인들의 성적 해소를 위해 필연적이다”, 여성 교인들에게 발언한 “여러분은 이미 사탄과 하룻밤을 잔 사람들이니 창녀야 창녀” 등을 언급하며 “부적절한 비유와 욕설에 해당하는 성서해석과 공적 설교다. 이로써 전광훈은 잘못된 성인식과 성서해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교회공동체의 본질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광훈은 소속교단 예장백석대신에서 이미 목사 면직・제명됐으나, 스스로 같은 이름의 교단(예장 대신)을 따로 만들어 목사로 행세하고 있다”며 “이미 교계에서는 지난해 전광훈의 이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일부 대형교단들이 이를 보류하면서 사회적 해악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교계는 모두 책임을 통감하며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 여성위원회는 전광훈 씨에게 ▲잘못된 성인식과 성서해석에 대한 망언 회개와 모든 활동 중단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당사자와 활동가,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세계 시민사회에까지 사과 ▲한국교회는 전광훈에 대한 이단성 연구 결과를 조속히 공개 발표 등을 촉구했다.

끝으로 “우리 교회여성들은 왜곡된 성서 이해에 도전하고, 깨어 기도하며 함께하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와 같은 발언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이들과 교회, 언론 역시 주시하고 책임을 다해 대응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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