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 및 10.3 범국민투쟁대회 출정식’에도 참석
오세훈 “최악의 대통령 문재인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발언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4.7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확정된 가운데, 오 전 시장이 과거 전광훈 씨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해 발언했던 내용도 덩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9년 10월 3일 전광훈 씨가 주도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 연사로 단상에 올랐다. 당시 집회에는 지난해 4.15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비롯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 전 의원, 이재오 전 의원, 송영선 전 의원, 고영일 변호사(기독자유통일당 대표), 신혜식 대표(신의한수), 조갑제 대표(조갑제TV) 등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이외에도 길자연·이용규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권태진 전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등도 참석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다음으로 단상에 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발언 내내 ‘문재인 파면’과 “하나 되어 싸우자”를 부르짖었다. 당시 신원식 의원은 “뭉쳐서 뭐 해야 하나? 문재인 쳐내야한다”며 ‘문치자(문재인과 그 일당들을 쳐내자)’라는 구호를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외쳤다. 전광훈 씨는 오 전 서울시장을 소개하며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될 든든한 용사들이 여기에 속속 이 자리에 앉아 계신다. 서울시장을 하신, 앞으로 분명히 무슨 일을 일으키실 오세훈 시장님을 모시겠다”고 환영했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 ‘독재자’, ‘정신 나간 대통령’,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등으로 지칭하며 비난하기 바빴다. 그는 “우리는 이제 개돼지가 돼버렸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다”며 “독재자 문재인의 눈에는 우리는 짓밟아도 뭉쳐서 싸우지도 못하는 2등 국민 찌질한 루저다. 우리가 2등 국민이냐? 우리가 왜 이렇게 무시당하냐? 뭉치지 못하고 점잖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고 유린한다며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마저 나왔다. 전광훈 씨와 그의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발언이었던 셈이다. 오 전 서울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우롱하고 헌법을 짓밟는데도 점잖게 참을 필요는 이제 없다. 여러분, 이제 일어나야 된다. 집권자가 불의로 정의를 뒤덮는다면 국민들은 저항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며 “그래서 외친다. 최악의 대통령 문재인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헌정유린의 죄목으로 파면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하야시킬 때까지는 보수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서울시장은 “여러분, (문재인 대통령을) 파면해서 하야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뭉쳐야한다. 생각이 조금 다르고 섭섭한 마음이 조금 있더라도 한편으로 미뤄놓고 뭉쳐야 하고. 분열은 피하고, 승리의 그날까지 하나 되어 싸워야한다”며 “하나 되어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는 구호를 외쳤다.

발언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도 ‘문재인 대통령 파면’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서울시장은 “헌정유린 대통령, 국민 무시 대통령, 적자 대통령, 반청년 대통령, 반미래 대통령, 분열의 대통령,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문재인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며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감사한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8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전광훈 씨와의 관련성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이나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인) 관계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는 어떻게 참석한 것인가’를 묻자 “그 때 집회 참여한 건 (자유한국)당의 행사에 참여를 하신 거지 그 집회(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 참여하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와) 관계는 없다. 저는 그 행사 자체에 참석하신 것도 잘 모른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에는 참석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발언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발언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자칭 ‘국민혁명 의장’으로 선출된 전광훈 씨가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단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에서 자칭 ‘국민혁명 의장’으로 선출된 전광훈 씨가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굳은 표정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단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너알아TV 영상 갈무리)

 

전광훈 자칭 ‘애국운동’ 놀이에 춤춰준 제1야당 정치인들

2019년 10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는 전광훈 씨가 ‘문재인 하야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여세를 몰아 한창 세를 키우던 시기에 진행된 대형집회다. 전 씨와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자칭 ‘10월 혁명’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보수 성향 시민들과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전 씨의 인기에 편승해 같은 시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정유린타도 및 위선자 조국 사퇴 촉구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두고두고 회자될만하다. 전광훈 씨를 자칭 ‘국민혁명 의장’으로 추대하지를 않나 황당하기 그지없는 ‘국민재판’을 열어 “문재인은 탄핵됐다”는 소꿉장난 같은 결의들을 남발했다.

당시 국민재판에서 결의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한미동맹·기독교입국론 반대세력 척결 ▲박근혜 전 대통령 완전 석방 및 원대복귀 후 명예 은퇴 ▲‘주사파’ 고무 찬양·동조자 처벌 ▲동성애·차별금지법·이슬람 추종자 처벌 및 국가인권위원회 즉시 해산 ▲군인·경찰·공무원·법원 계엄령 참여 금지 ▲‘주사파 언론’ 가짜뉴스 엄단 및 처벌 ▲향후 5년 동안 노동운동(민노총) 금지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및 광화문광장 명칭 ‘이승만광장’으로 변경 ▲북한 찬양자 북한으로 이주 ▲세계기독청 건립 ▲내년 4월 15일 대통령ㆍ국회의원 동시 선거 및 개헌 투표 등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0월 3일 집회에 앞서 2019년 9월 20일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 및 10.3 범국민투쟁대회 출정식’에도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는 전광훈 씨, 총괄본부장은 이재오 전 의원이다. 사실상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의 이름을 내건 출범식인 것이다.

당시 결성식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차명진·송영선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준비위원회 명단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 기준으로 당시 현역 국회의원 중에는 심재철·주호영·정진석·김영우·권성동·정운천·김용태·장제원·윤상직·정종섭·유기준·김무성 등이 참여했다. 모두 야권 인사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을 제외하고 모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나 이명박 씨의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제1야당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그저 ‘문재인 정권 타도’라는 기치아래 전광훈 씨의 자칭 ‘애국운동’과 정치놀음에 함께 춤춰 준 셈이다. 전 씨의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확대된 배경 중에는 제1야당 출신 정치인들의 역할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입장도 2019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타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 전 서울시장은 지난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밝힌 소감에서 “부산에서도 이겨야 되겠지만 서울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무능하고 잘못된 길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분명한 경종을 울리는,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이나마 제대로 된 길을 가라, 공정한 길을 가라, 정의로운 길을 가라, 국민을 무서워하는 길을 가라 하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전달하는 그런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4월7일은 그 무도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국민들의 경고 메시지가 문재인 대통령 가슴팍에 박히는 그런 선거가 돼야한다고 저는 굳게 믿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9월 20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 및 10.3 범국민투쟁대회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오마이뉴스 영상 갈무리)
지난 2019년 9월 20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결성식 및 10.3 범국민투쟁대회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오마이뉴스 영상 갈무리)

 

박영선 전 장관도 2016년 전광훈 주최 기도회서 '혐오 발언' 논란  

한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2016년 전광훈 씨가 총재로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3당대표 초청 국회기도회’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영선 전 장관은 당시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며 "민주당은 이 자리에 계신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기독교 성도들과 정말로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박영선과 정청래의 빵터지는 수다’를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박 전 장관은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그때 제가 최고위원을 맡고 있었다. (기도회는) 국회에서 열린 행사였는데, 어떤 모임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가게 됐다. 5년이 지났다. 저도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박 전 장관은 “민주당은 어느 정당보다도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해가 높은 정당이고, 많은 의원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속도가 답답하실 수 있지만 저희가 더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가 17년째 정치를 하면서 배운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내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자들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할 기회가 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시장이 더 감싸 안아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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