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 무효 판결 …불의 바로잡는 첫 단추 꿰었다
“명성교회 , 부패 청산하고 거룩한 교회로 거듭나야 ”
명성교회 다음 스텝은 ? 교단탈퇴 ·사회법 제소 ·세습방지법 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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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권지연 기자하나님께 공의를 호소하는 이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을까 .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은 김하나 목사의 청빙 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 이로써 예장통합은 명성교회가 돈과 권력으로 밀어붙인 ‘세습’이라는 불의를 바로잡는 첫 단추를 꿰게 됐다.

총회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의 불법을 바로잡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긴 마라톤의 연속이었다. 5일 재판을 앞둔 강흥구 재판국장이 취재진들에게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한 오후 7시를 훌쩍 넘겨 자정이 되기 직전까지 판결이 나지 않아 회의장 밖에서 바른 재판을 촉구하는 이들을 애타게 했다.

굳게 닫힌 회의장 문은 5시간여가 지나서야 깊은 침묵을 깨뜨렸다. 강흥구 재판국장은 “서울동남노회 제 73 회 정기노회에서 행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 승인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15 명의 재판국원 중 14 명이 출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전원합의를 이끌어냈다.
세습은 무효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줄곧 기도회로 자리를 지키던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과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감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김수원 목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린다. 쉽지 않은 그 동안의 재판 과정이 있었는데 재판국원들이 끈기 있게 인내하시면서 바른 판결을 내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를 드린다”며 “모두가 다 인정할 수 있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세워갈 방안들을 살펴서 총회 전에 입장을 밝히겠다 . 통합 교단이 자랑스럽다 .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드린다”고 했다.

조병길 집사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는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 그동안 함께 싸워온 여러 단체와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며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단계다. 명성교회 세습이 완전히 철회되어 다시금 한국교회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김주영 총학생회장은 “이제 상처받은 교회와 성도, 그리고 교회에 신뢰를 잃은 사회를 위해 한국교회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회복을 통해 한국교회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이하 세반연 )도 6 일 논평을 발표하고 명성교회가 재판국의 판결에 불복해 혼란을 자초하는 선택을 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세반연은 “재판국은 세습금지법의 실효성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교단 헌법 28조 6항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제라도 명성교회는 바른 치리로서 부패를 청산하고 거룩한 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명성교회가 거룩한 공교회의 치리를 받들어 세습을 완전히 철회하고 거룩한 교회로 거듭나기까지 쉬지 않을 것 ”이라며 “어리석은 판단으로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 불복하여 혼란과 분열의 역사를 기록하지 않기를 무겁게 당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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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흔들리면 한국교회 흔들린다?

총회 뜻 따르겠다던 명성교회 입장표명 없이 떠나

김하나 목사 어려운 일에 하나님 주신 지혜 반드시 필요할 것

세습이 무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지켰던 명성교회 측은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굳은 얼굴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퇴장하기 바빴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명성교회 측은 적어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마저 엿보이는 행보를 보였다. 취재진들의 질문을 거부하지 않고 도리어 적극적으로 답하는가 하면, 어느 정도 판결을 예상한 듯이 두 가지 형식의 입장문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명성교회에서 대외협력을 맡고있는 김 아무개 장로는 5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총회재판국 판결을 따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장로는 “명성교회 공식 입장은 ‘엎드려 기도하면서 아버지 뜻을 구한다’는 것이다 . 원로목사님도 금식하며 기도하고 계신다 ”며 “명성교회가 여기서 흔들리면 한국교회가 흔들린다. 명성교회를 한국교회의 마지막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당사자인 김하나 목사의 반응도 나왔다 . 김 목사는 6일 새벽예배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 주시고 주님 뜻대로 인도할 줄 믿는다”고 했다.

김 목사는 “여러분은 칭찬과 영광을 받고, 세상에서 높임을 받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만, 제가 여러 가지로 늘 어렵게 해 드려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어려운 일에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지혜가 반드시 필요할 것을 믿는다. 여러분, 우리 교회에서 저는 중요하지 않다. 교회는 하나님과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습 무효 판결 나왔지만 안심하기 일러

서울동남노회 , 14 일 임시노회서 친명성 총대 선출?

104 회 총회서 세습방지법 폐기표 대결 벌어지나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이자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서울동남노회비대위와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도 완전한 세습 철회를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판결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는 여지가 남아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명성교회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는 이번 재심 결과에 불복해 재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재심을 가능하게 하는 사유 자체가 까다로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김수원 목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오총균 목사 (시흥성광교회 )의 견해다.

오 목사는 “재재심은 헌법위원회의 해석에 의해 진행이 되는 것이지 헌법이나 헌법 시행규칙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재심 과정 중에 특별히 국가 공공기관이 인정하는 하자가 발생했을 때라야 가능하다. (명성교회가) 재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그 사유가 해당 되지 않는다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총회재판국의 재심 결과에 불복해 사회 법정으로 가져가는 방법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남국 변호사(김남국법률사무소)는 “결국 ‘은퇴하는’에 대한 해석의 문제인데, 총회재판국에서는 ‘은퇴하는’이란 표현을 폭넓게 해석해서 세습으로 본 것 같다 ”며 “법원으로 가면 문헌에 의해서 엄격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재심판결에 불복해 사회법으로 판세를 뒤집으려 시도할 경우 더욱 거세지는 비판 여론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법으로도 명성교회가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 목사는 “법원에서는 교회법에 근거해서 제대로 판단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며 “세습방지법은 교단법에서 엄연히 살아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법원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정의 개념에 기초해서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논란도 되지 않고 기각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명성교회가 교단 탈퇴라는 초강수를 둔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오 목사는 “교단법에서는 출석인원의 3 분의 2 찬성이라고 생각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가법에서 따지게 되면 재적인원의 과반이상 출석에 3 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목사 파송의 실질적인 권한을 지닌 노회의 갈등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다수가 친 명성교회 인사로 구성된 서울동남노회 수습 임원회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기 목사(명성교회 세습철회를 위한 예장연대 집행위원장 )는 “김하나 목사 청빙결의 무효 판결에 따라 노회가 임시 당회장을 파송하는 등의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회수습전권위원회가 최근 임시노회를 열고 새롭게 노회장으로 선출된 최관섭 목사 (진광교회 )부터가 2017 년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가 노회장직을 잃었던 전력이 있는 인사다.

애초에 서울동남노회수습전권위원회가 지난달 25 일 개최한 임시노회는 명성교회 소속 목사와 장로들이 참석자의 절반을 차지한 채 진행됐다. 서울동남노회 세습반대 목회자 일동은 지난달 30 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노회의 정상화는 모든 노회원들이 함께하여 바른 영성을 회복하고 법치가 구현될 때라야 가능한 역사”라며 “수습 노회라 포장하지만 도로 명성노회로 끝이 났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목사 노회원 출석자 131 명 중(제 75회기 노회 보고서 기준), 명성교회와 직접 관련 목사 62명이 참석했다”며 “장로 총대는 70명의 출석자 중에 명성교회 소속 장로 35명에 그 외 교회 장로 35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14일 수습 임원회가 주관하는 서울동남노회 임시노회에서는 제 104회기 총대를 선출한다. 여기서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목사와 장로 위주로 총대가 구성될 경우 총회 현장에서 명성교회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까지 3개 노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헌의안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재판국이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음에도 여전히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장통합 대구동노회 (노회장 김병옥 목사 )는 지난 4월 9일, 진주남노회 (노회장 이성철 목사)는 같은 달 11일 목사·장로 자녀 역차별과 형평성을 내세우며 세습방지법인 교단 헌법 28 조 6 항을 삭제해 달라고 청원했다. 서울동북노회 (노회장 김병식 목사)도 25일 목사·장로 자녀뿐만 아니라 직계비속까지 역차별하고 있다며 세습방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헌의안을 올렸다.

김병식 노회장은 4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습금지)법이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큰 교회에는 (법이) 유명무실하다. 저러고 버티면 총회도 힘을 못 쓴다. 법을 안 지키려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명성교회 세습반대 운동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이 정당한 계승으로 봐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예장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도 지난 4월 9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세습방지법이 성경적으로 잘못됐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총회 장소가 갑작스럽게 포항기쁨의교회로 교체된 것도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지지층 모으기에 유리한 장소를 포석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제 104 회 총회도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다시 한번 표 싸움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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