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현장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로 관악산 만남의 광장에서 유세차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1.3.28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영등포구청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유세 현장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표심을 구했다. 이런 가운데, 오 후보가 전날 첫 TV토론회에서 '내곡동 땅 셀프 보상' 논란과 관련해 “기억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자신의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을 가능성을 열어놨다. 오 후보의 해명은 논란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때 지정” → “국장 전결이라 몰랐다”  → “내곡동 땅 존재도 위치도 몰랐다” → “부지 측량 참관한 적 없다” → “불법경작인 쫓아내기 위해 측량. 불법 경작인 말 어떻게 믿나?”→ “측량 현장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 겸손해야” 

그러나 이날 10분여간의 유세 발언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토론회에서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건, 2005년 6월 13일 내곡동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얘긴가”라고 묻는 평화나무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어제 말씀드린 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또다시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토지 측량과 관련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를 언급하며, “지적측량결과도를 받았는데 신청인과 입회인이 장인어른으로 되어 있다. 그 이상은 써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아내가 지분을 소유한 내곡동 토지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가 2005년 6년 측량 당시 오 후보가 현장에 있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오자, 전날 국토정보공사에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 결과 입회인으로 오 후보의 장인만 서명되어 있었던 것. 그러나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입회 여부는 가릴 수 없다는 것이 한국국토정보공사측의 설명이다. 

애초에 “내곡동 땅의 존재를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양심 고백이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오 후보였다. 그러나 “측량 현장에 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데 민주당에서 자꾸 프레임을 그쪽으로 옮겨간다”고 하는 상황에서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의혹은 후보자의 진실성 검증으로까지 번진 상황. 

박영선 후보 캠프 강선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각종 증언이 쏟아지자 오 후보는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가 본질이 아니'라거나 '서류만 나오면 된다'는 둥 말 바꾸기를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약서까지 쓰고 측량한 경작인을 불법 경작자로 매도한 점도 부적절하지만, 경작과 관계없는 측량팀장의 증언도 나온 상황에서 오 후보의 발언은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

이어 “서류에 오 후보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 측량 현장에 없었다는 뜻이냐”고 짚으며, "처가 땅에 불법 경작한 분들의 증언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한 오 후보의 발언과 관련, "큰 용기를 내고 증언한 주민에게 '불법경작인' 딱지를 붙이며 사람 차별이라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일갈했다. 

 

오세훈 재임 시절 서울시 채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회수할 수 있는 건전한 빚”

오 후보는 시장 재임시절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0년 서울시 채무만 20조원 규모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는 2013년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살펴진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수현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의 부채는 2012년 22조 8341억원으로 2008년 15조 2022억원에 비해 5년간 7조 6319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자또한 2008년 5816억원, 2009년 6458억원, 2010년 6701억원, 2012년 7685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2012년 기준 하루 이자만 21억원에 달했던 셈이다. 

당시 박 의원은 “전임 오세훈 시장이 무리하게 대규모 전시성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재정을 파탄냈다’는 지적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내 임기 중 부채가 는 것은 거의 택지 개발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다시 다 회수되는 투자였고 그래서 박원순 시장은 그걸 다 임기 초에 회수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이 어제 토론 중에 제가 졌던 빚은 건전한 빚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조상호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평화나무를 통해 “회수되는 금액? 어떻게 그런 논리를 펼치나”라며, “예를 들어 서울시청 신청사를 지으면서 땅값 제외하고도 3천억이 훌쩍 넘는 비용을 들였다. 그럼에도 5천여명의 공무원이 반도 입주를 못 했다. 그래서 별관을 짓고 수십억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 그게 어떻게 건전한 빚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동대문문화역사공원 디자인플라자도 4800억, 5천억 가까이 들여서 지었는데 당시 거기 문화재들은 다 갈아엎어 버렸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날려버린 셈”이라며 “무책임함을 넘어서 거짓말도 너무 잘한다”라고 비판했다. 

부연하자면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그 자리에 한양도성의 유적 등 조선전기에서 일제강점기 때의 도자기류 등 주요 유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600년 역사유적인 한양도성 이간수문(二間水門)과 성곽, 염초청, 훈련도감의 분영인 하도감, 무기와 화약 공방, 무기고 등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 사업에 역점을 두고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수천억원을 다시 들여 설계를 변경했고, 설계를 변경했으나, 하도감 터 유구는 다른 자리에 옮겨졌다. 성곽 역시 DDP 건물에 덮였다. 공공건물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규모였던 5천억을 투입해 만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주변 경관이나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적 불명의 건축물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명박 시정 시절 청계천 개발로 떠밀려나 동대문운동장에 어렵게 자리를 잡았던 노점상들이 또다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또 2010년 9월 발생한 서울 광화문 광장 침수피해는 당시 하수도를 배수에 비효율적인 'C'자형으로 설치하는 등 잘못된 침수대책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당시 감사원이 발표한 ‘침수예방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런 일이 발생한 뒤에도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빗물저장소를 세종로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262억원을 들여 침수 예방 사업을 한 강남대로에도 홍수피해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디자인 서울’을 표방했던 오 후보 시절, 지붕없는 지하철역을 권장했다. 오 시장 취임 뒤인 2008년 제정된 조례에 포함된 ‘서울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에는 “지하철 출입구의 지붕(캐노피)은 설치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단, 설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모를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간결하게 한다”고 명시했었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1년 8월 3일 보도를 통해 “이 때문에 지하철 운영사들은 폭우 등을 대비해 1대당 5000여만원이 더 비싼 야외용 에스컬레이터 30여대를 설치하기도 했다”며 “야외용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도 출입구에 지붕이 없다 보니 예측할 수 없는 비가 올 때는 잦은 고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의 고충을 알렸다. 

2011년 4월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에 설치한 2500만원짜리 철제 계단도 논란이 됐었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과 공무원 80여명이 참석하는 식목일 나무 심기 행사 사흘 전에 설치한 계단이었다. 오 전 시장이 현장에 머물렀던 시간은 20분 남짓. 의전을 위해 묘목보다 비싼 계단을 설치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 내용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여러분이 기억하는 오세훈의 서울은 무엇인가요?’라는 글에 달린 시민들의 댓글을 토대로 살펴본 내용이다. 

 

‘첫날 토론회 소감’ 묻자 “정책 위주 토론 안 돼 아쉬워”
그러나 유세현장에서도 공약 발표는 실종 

오 후보는 이날 ‘전날 첫 TV토론회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정책 위주로 토론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유세현장에서도 정책 공약 언급 등은 제대로 살펴지지 않았다. 오 후보의 발언은 시종일관 정권심판에 초첨이 맞춰졌다. 

오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이 정부가 제일 잘못한 게 뭘까”라고 반문하더니, “아마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기 힘드실 거다. 그런데 하나만 꼽으라면 어렵고 가난한 분들을 더 어렵고 가난하게 만든 게 제일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려운 사람을 위한, 가난한 분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주 했던 말”이라며 “그런데 지난 4년간 소득이 늘었나. 돈벌이나 잘 됐나? 최근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그 전부터 많이 힘들지 않았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오 후보는 “(현 정부의) 더 큰 죄는 주거비를 상승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값 이 오르니 전세값과 월세값도 오르고, 주머니가 얇아졌다. 시장에 가도 상인들은 시민들이 쓸 돈이 없으니 장사가 안되고 시장은 안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체도 힘드니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청년 고용을 할 수가 없고, 청년 고용을 못 하니까 또 쓸 돈이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든 게 나라 살림 어려움에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서울시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 “상식과 원칙이 무너졌다”고 맹목했다. 오 후보는 전날 경질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거론하며 현 정권을 향해 “위선 정권”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여갔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직전에 자신이 전세를 준 아파트 보증금을 14% 넘게 올린 게 드러나 경질됐다. 

재벌 저격수로 인식되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앞뒤다른 언행은 충분히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빠르게 경질하고 인사 단행에 나선 상황은 현 정부의 개혁의지를 재확인시키는 대목이다. 정작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이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명확한 해명은 뒷전으로 한 채, 정권심판만 앞세우는 건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며 중산층이 두터운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오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이 실현된다면 오히려 집값 상승과 자신 불평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집걱정없는서울만들기선거네트워크(서울넷)'는 이날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서울시장 4‧7 보궐선거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평가를 발표했다. 박영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비현실적이고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민간 특혜 가능성' 우려를 사고 있다. 

김솔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재건축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이고, 민간재개발을 활동화시킨다는 공약들로 가득하다"며 "이는 자신이 벌인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집값 안정 정책은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면 초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고 자산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는 반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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