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도 갔었고, 당사자들도 만났다”는 오세훈 발언에 유가족들 “오세훈 사과는 받아보지도 못했다”

용사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31일 한 토론회에서 용산참사를 두고 “과도한 그리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이라는 발언을 규탄하며 서울시장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용사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31일 한 토론회에서 용산참사를 두고 “과도한 그리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이라는 발언을 규탄하며 서울시장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비극의 현장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월 3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해 “과도한 그리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이라는 발언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의 책임자 중에 한 사람인 오세훈 후보가 참사가 발생한지 12년이 지나도록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 모습에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떨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정말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다”고 입을 뗀 전재숙 씨는 “잘못된 뉴타운 개발로 말미암아 하루아침에 쫓겨났고 학살을 당했다. 대화가 필요했지만 어느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오세훈이 하는 말이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한다. 다 철거민들한테 떠넘긴다. 그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남편인 고 이상림 씨는 아들 이충연 씨와 함께 망루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었다.

또 유가족들을 만났다거나 사과했다는 오세훈 후보의 주장에도 “누구한테 사과를 했나? 오세훈의 사과는 받아보지도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용산참사로 인해 남편을 잃었던 김영덕 씨도 그날의 악몽 때문인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김 씨는 가족들과 함께 삼호복집을 운영했다가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식당 운영을 접어야만 했다.

김영덕 씨는 “심장이 너무 뛰어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이곳은 뒤로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현장에 또다시 섰다”며 “생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망루에 올랐다. 그런 사람들을 하루도 되기 전에 경찰을 투입해서 학살을 저질렀다”고 했다. 오세훈 후보의 해명처럼 유가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김 씨는 “분향소에 와서 분향한 게 전부다. 언제 오세훈이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하고 사죄를 했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사회를 보던 이원호 사무국장(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도 당시 서울시 부시장과의 면담을 회상하며 한마디 보탰다.

이 사무국장은 “오세훈 후보는 마치 용산참사 당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쓴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은 사인간의 문제라며 외면했었다. 심지어 참사가 발생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 개발공사가 재개됐다. 서울시에 장례를 치를 때까지 공사를 멈춰 달라며 오세훈 시장 면담을 요청을 했지만 거부했다”며 “힘들게 부시장을 만났지만, 그때 부시장은 ‘시간이 돈이다.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 그게 바로 오세훈 시정의 그 당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용산참사 생존자인 천주석 씨도 발언을 앞두고 떨리는 목소리와 동요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천 씨는 “살아남은 후로 지금 이 땅을 밟은 게 처음이다. 경찰이 무섭고, 용역이 무섭고, 그 당시 시장이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섭다”며 “없는 게 죄고, 서울시민인 게 죄냐. 오세훈 후보가 다시 시장이 되면 내 동지들이 너무 아파할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인 고 이상림 씨와 망루에 올랐다가 가까스로 생존한 이충연 씨도 “지금 제 뒤로 보이는 높은 건물은 제가 초등학교부터 결혼을 할 때까지 없던 빌딩이다. 지금 이곳의 40평 남짓 아파트가 28억이라고 한다. 지금 제 이웃들은 이제 거의 아무도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민이 28억 집을 못 사면 서울시민의 자격이 없어서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오세훈 시장의 개발정책에 민낯이다. 28억 집을 살 수 있는 부자인 시민들만 오세훈 시장의 시민이냐”고 일갈했다.

용사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오세훈 후보의 인면수심에 치가 떨린다. 두렵기까지 한다. 12년 전 여섯 명의 시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한 후보의 발언에 온몸이 떨려온다”며 “철거민 세입자들은 테러리스트도, 폭도도 아니다. 레아호프, 삼호복집, 무교동낙지, 공화춘 중국음식점, 153당구장, 진보당 시계수리점, 한강지물포… 동네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이었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참사를 부른 뉴타운 재개발 광풍의 시대로 역행하는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볼 때도 참담했다. 게다가 그때 그 책임자가 다시 ‘제2의 용산참사’를 촉발할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현실이 끔찍했다”며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개발 폭력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다. 오세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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