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후보, 토론서 "원전 폭파 위험 없다" 주장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핵발전소 안전 장담하는 건 우스운 이야기"

'원전 폭발 위험 없다'고 주장하는 박형준 후보(출처=연합뉴스)
‘원전 폭발 위험 없다’고 주장하는 박형준 후보(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폭발 위험이 없다’고 말한 국민의힘 부산시장 박형준 후보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핵발전소를 가지고 안전을 장담하는 건 가장 우스운 이야기 중 하나"라며, 박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앞서 박형준 후보는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김영춘 후보와의 토론에서 “폭발 위험이 있는 원전이 있느냐”며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며 원자력 발전소를 옹호하고 나섰다. “쓰리 마일이나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하며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본서도 피폭 사망자 공식 인정, 질병 발병률도 증가

그러나 박 후보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근로자의 피폭 사망을 공식 인정했다. 사망자는 50대 남성으로 1980년부터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했으며,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사고 수습 현장에 투입됐다 폐암에 걸렸다. 일본 보건복지부는 방사선과 의료진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와의 회의를 거친 후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이자 핵없는세상을위한그리스도인연대 사무국장인 임준형 간사는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죽은 사람이 없다’고 발표한 일본의 공식 발표 역시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 간사는 “방사선 피폭으로 질병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인데도 이걸 전면 부인하려 하니 조사도 하지 않고 (일본에서) 그렇게 결론을 냈다”며 “일본 정부가 사고 직후 핵발전소 폭발이 있었단 사실을 지우고 싶어 발뺌하기 위해 그런 식의 답변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피폭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방사능) 노출로 인한 장기적인 피폭을 당하는 경우”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지역에서 암 발병 비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 통계를 살펴보면 원전 사고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질병 증가율이 높게는 400%, 적게는 122%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사고 당시 사망자가 없다고 해서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다는 건 억지’라는 지적이다.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통계자료

 

“원전 안전 장담하는 건 우스운 이야기”··· 태풍에 가동 멈추기도

임 간사는 핵발전소 사고 위험에 대해서 “핵발전소를 가지고 안전을 장담하는 건 가장 우스운 이야기 중 하나”라며 박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도 사고 날거로 생각한 사람들이 없었다.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해 발전소의 비상 발전기를 덮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사고 위험성은 늘 상존한다”고 말했다. 바닷가에 지어진 원전은 태풍이나 바닷물 역류, 해수면 상승 시 가장 취약한 발전소며, 기후 위기 시대에 안전을 장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임 간사의 말처럼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고리 3호기와 4호기, 신고리 1호기와 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고리 3호기와 4호기는 바로 다음 날 기동용 변압기 이상으로 발전소 외부 전원이 상실되기도 했다. 다행히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후쿠시마의 악몽이 되풀이될 뻔한 사건이었다. 기장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일 고리본부를 방문해 기장군민들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똑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전 관련 큰 사고가 세 건이었을 뿐 작은 사고와 고장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0~2021년 기준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나온 원전 사고 및 고장 발생은 317건에 달한다.

(출처=OPiS)
국내 원전 사고 및 고장발생 현황 (출처=OPiS)

이처럼 원전은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임 간사는 “‘핵발전소가 사고가 일어나느냐’ 이렇게 묻는다면 핵발전소 사고는 어떤 방식이든지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맞다”며 “정치인이라면, 1년짜리 단기 시장을 뽑는 자리일지라도 부산의 미래나 이런 걸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발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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