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일본산 불화수소 북으로 가 독가스 원료된다? 

최근 SNS통해 “일본산 불화수소를 한국이 북한으로 밀수출했으며 이 불화수소가 독가스의 원료가 된다”는 근거없는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한·일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궜다.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가짜뉴스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경계령'을 내렸다.

불화수소 논쟁의 기원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품목 중에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포함시키겠다고 같은 달 1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4일 BS후지 프라임뉴스에 출연해 “한국이 수입한 화학물질(에칭가스)의 행선지를 알 수 없다며, 이에 안보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이어 하기우다 대행의 발언을 소개하며 “화학병기로 사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에칭가스)의 행선지가 북한”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정치·외교적 목적의 경제 보복이 아니라 안보상 이유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7일 “화학물질(에칭가스)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수출된 일은 없었다”며 일본의 주장에 반박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UN 결의 제대 대상국으로 유출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와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하고 모범적으로 수출 통제 제도를 운영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동안 일본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한국의 수출 통제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성 장관은 UN 안보리 결의 당사국인 일본이 구체적인 정보를 유관 국가와 공유하고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진대,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UN 대북제재위원회가 대한민국이 UN 대북 규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제기된 추가 의혹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7월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이 올해 1월에서 5월 일본에 반도체 제조용 에칭가스를 역수출했다고 관세청 자료를 근거로 주장했다. 윤 의원은 한국이 불화수소를 일본에 수출한 건 지난 10년간 처음이라고도 했다.

윤 의원은 이어 한국 관세청에서는 대일본 불화수소 수출량을 39,650kg으로 표기한 데 반해, 일본 재무성 홈페이지 자료에서는 대한국 불화수소 수입량이 120kg뿐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의 자료에서 39,530kg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의혹을 제기하고 경제 보복을 하는 이유가 사라진 불화수소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혹에 대한 반박

이낙연 총리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입을 모아 불화수소의 북한 반출설을 부인했다. 유 본부장은 관련 업계 확인 결과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가 불량으로 확인되어 반품했다고 밝혔다. 관세청 자료에 기재된 ‘수출’은 기실 ‘반품’이었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12일 추가로 ‘한일(韓?日)간 불산 수출입 통계 수치가 다른 것은 상이한 양국의 품목분류 체계 차이 및 통계 계상 방법 차이에 의한 것임’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첫째, 한국과 일본의 불화수소 품목분류 코드가 다르다. 한국의 불화수소 분류코드는 반도체용 불화수소만을 포함하지만, 일본의 반도체용 포함 타 용도의 불화수소도 포함한다. 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관세청과 일본 재무성 자료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둘째, 한·일 양국이 수입은 원산지를 기재하고 수출은 목적지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일본에 반품한 불화수소는 원산지가 중국이므로, 일본 재무성 홈페이지에는 해당 불화수소가 한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 재무성 홈페이지에 한국산으로 기재된 120kg은 한국에서 생산된 저순도 불화수소라는 것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2010년에도 있었다. 당시 관세청 통계에는 한국이 일본에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를 9,120kg을 수출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본 재무성 통계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역시 분류 코드 차이와 수출입 목적지와 원산지 표기에 따른 결과였다.

 

추가 반박

<조선일보>는 8월 7일 전문가 "불화수소로(日이 수출규제한 소재)는 무기 안 만든다… 외부 노출땐 독성 쉽게 잃어"란 기사에서 불화수소 관련 업체와 화학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화학물질의 전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수입· 제조·납품 등의 모든 과정이 철저히 감시되고 있어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문량과 창고 입고량에도 절대 차이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불소 화합물은 무기로 쓰기에는 매우 불편하여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불화수소산 가스가 누출되어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나, 이는 순식간에 대량의 불화수소에 노출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자연 상태에 노출되면 곧바로 다른 물질과 결합해 독성을 잃는 게 불화수소라는 것이다.

 

북한에 불화수소 밀수출한 국가는 일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7월 11일 일본 비정부기관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의 자료를 번역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한 기업이 1996년 오사카 항에 정박 중인 북한 선박에, 제조설비 등의 수출규제인 호주그룹(AG)의 규제 대상이자 생화학무기의 원재료인 불화수소산과 불화나트륨을 실어 반출했다. 이외에도 1996년부터 2013년까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미사일 운반 등에 이용 가능한 제품의 북한 밀수출이 30건 이상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국내에 퍼지는 일본발 가짜 뉴스

하지만 8월 현재에도 카카오톡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는 여전히 일본 측 주장을 고스란히 실은 주장이 오르고 있다. 아래는 한 카카오톡 메시지의 일부이다. 

 

“2019년 1월에서 5월까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한 불화수소의 양은 대략 40톤 가까이 되는 데 반해,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반품 처리한 불화수소의 양은 고작 0.12톤(0.3%) 밖에 되지 않는다. 99.7%가 중간에 증발해버렸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사라진 39톤이 넘는 불화수소의 행방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못했으며, 일본은 한국 정부의 친북성향을 고려하여 증발한 불화수소가 북괴로 유입됐을 거라는 판단을 했고, UN 대북제재안에 따라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한국을 8월 2일 최종적으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문재인 공산집단이 핵무기 원료로 쓰이는 불화수소를 일본으로부터 대량 수입하여 북괴 김정은이에게 갖다 바쳤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를 위하여 인내하며 지난 2-3년간을 씨름하고 있는데, 문재인이는 거꾸로 핵무기 원료를 북괴에게 넘긴 것이다. 문재인을 전쟁범죄자로 [체포]해도 무방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 MBC 기자인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는 카카오톡에 “일본이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유 완벽 정리입니다. 사라진 불산 99.7%가 핵심입니다. UN 대북제재 위반 사안으로 문재인 탄핵까지 논의될 수 있습니다.”라며 가로세로연구소의 유튜브 영상 '사라진 불산 완벽 정리 (UN 대북제재 위반)'의 링크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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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린 내용

유튜브 채널 이봉규TV 역시 '에칭 가스 자료 못 밝히는 이유, 문재인 탄핵 감' 등 불화수소 관련 영상을 수차례 올렸다.

이들의 자료는 단순히 가짜뉴스의 확대·재생산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탄핵’이라는 키워드는 물론이고 ‘체포’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 흠집내기’라는 다른 유형의 가짜뉴스와 일관된 형식을 유지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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