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입 준비 안돼, 추후 문자로 통보 예정
기독자유통일당, “전광훈 신당, 잠깐 있다 사라질 정당”
“전광훈, 신념 아닌 자본 이익 따라 움직이는 사람”

신당 창당을 선언한 전광훈 씨(출처=연합뉴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전광훈 씨(출처=연합뉴스)

기독자유당, 자유통일당, 자유대연합 등 보수 신당 창당에 관여했던 전광훈 씨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신당 창당 선언을 한 가운데, ‘이번 창당 역시 정권이 아닌 전 씨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일회성 창당’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전 씨가 창당에 관여한 것만 이번이 5번째다. 2008년에는 '친북·반미 좌파 척결'을 내걸고 사랑실천당을 창당, 2012년 기독자유민주당, 2016년 기독자유당 등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 정당의 창당을 주도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기독자유통일당(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올해 1월에는 광화문 자유대연합 창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에 창당하려는 국민혁명당이 그간 전 씨가 창당을 주도한 다른 정당들과 다른 점은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준비없이 지른 전광훈, 조급했나?

전 씨는 지난달 31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사파 정부와 중도를 가장한 국민의힘 정당의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용서치 않겠다. 오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애국 국민이 후보 지명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국민혁명당’이라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전 씨는 현 정부는 물론, 대표 야당인 국민의힘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며 ‘주사파 이중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 씨는 신당을 창당하며 △동성애 금지 △이슬람 금지 △차별금지법 금지 △공수처 및 악법 무효화 △북한 노동당 해체 △이명박·박근혜·이재용 석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했던 이연재 변호사는 ‘애국시민들이 국민의힘 정당을 탈퇴하고 신당인 국민혁명당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자신들을 향해 테러 집단, 극우세력, 비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비판한 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표를 구했다가 돌아서고 나면 온갖 막말로 무시하는 저 집(국민의힘)을 부수고 나오라”고 강하게 말했다.

전 씨는 “한 달 안에 이천만 명의 당원들이 가입돼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촉구했으나, 평화나무 취재 결과, 현재 국민혁명당은 이름만 있을 뿐 당원 가입을 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발표를 먼저 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추후 문자로 가입 안내를 해 주겠다”고 말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 창당을 선언하는 전광훈 씨(출처= 유튜브)
동화면세점 앞에서 창당을 선언하는 전광훈 씨(출처= 유튜브)

 

“정권 아닌 개인의 이익 위한 창당”

‘교회와사회연구소’ 박성철 대표는 전 씨의 창당을 ‘정권 창출 목적보다 태극기부대를 끌어안기 위함에 있다’고 봤다.

박 대표는 1일 평화나무와 통화에서 “전 씨가 지속해서 정치활동을 하고 목소리를 냈는데도 세가 모이지 않았다"며 "따로 정당을 만든 것으로 봐선 기존에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도 전 씨와 함께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이익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 치룰 대선 자체보다는 세를 결집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을 또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경우 태극기부대를 직접적으로 끌어안으면 지지율 하락이 온다는 걸 알기에 직접적으로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전 씨가 이용해, 국민의힘이 태극기부대와 거리를 둘 때 정당을 만들어 태극기부대를 껴안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가칭이긴 하지만 기독교 관련 용어가 안 들어간 것으로 봐선 거의 태극기부대를 정면으로 겨냥해 만든 정당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화나무 취재에 따르면 그간 전 씨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 온 기독자유통일당 내에서도 이번에 창당된 국민혁명당 역시 일시적으로 만든 당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이준석 열풍을 고려해 볼때 이준석 후보가 '광화문 세력과 결탁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해왔다는 것이다. 

전 씨 측근들이 볼때도 국민의힘 압박용으로 여겨지는 일회성 창당의 목적은 세 구축 수단일 뿐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출처=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출처=연합뉴스)

전 씨는 신당 창당과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직 복귀도 꾀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전 씨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31대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총회에 대해 무효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기총이 총회 대의원인 명예회장들에 대해 총회소집통지를 누락했고, 가처분을 제기한 김 씨 등의 총회 입장을 막은 것을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전 씨는 지난달 27일 항소를 신청한 상태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전 씨가 한기총을 통해 한국교회 대표인 양 행세하며 세결집에 효과를 본 만큼 또 다시 세를 불리기 위해  직함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 내에서는 아예 한기총을 해산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터져 나왔지만, 이 상황에서 한기총이 해산하면 전광훈의 완벽한 사설 조직으로 더욱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터다. 

 

"전광훈, 신념 아닌 자본 따라 움직이는 사람"

박성철 대표는 전 씨를 자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종교나 이념, 이데올로기가 아닌 돈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그는 전 씨의 말이 자주 바뀌는 점을 지적하며 “전 씨 같은 사람은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극우세력이나 태극기 세력처럼 자신의 방향성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드러나기 때문에 덜한데, 전 씨 같은 사람은 사회적 관심과 돈에 움직이는 사람이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욱 위험하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독재와 이명박·박근혜의 권위주의적 정권을 미화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이기에 전 씨가 극우 쪽에 서 있는 것이지,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신념이나 말, 과거에 했던 약속이 바뀔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라면서 신념이나 교리가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전광훈 씨와 황교안 전 대표의 좋았던 한 때(출처=연합뉴스)
전광훈 씨와 황교안 전 대표의 좋았던 한 때(출처=연합뉴스)

실제 전 씨는 지난 1월 13일 자신이 활동했던 기독자유통일당을 향해 “‘기독’자 빼버리고, ‘기독’자 붙는다고 나라가 통일되겠느냐, ‘기독’자 빼버리고 여기(자유대연합 정당)에 다 합쳐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2019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지지했다가 갈라서고, 2020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창당했다가 결별하는 등 일관된 행보가 아닌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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