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 거미디어감시연대가 선거를 1주일 앞둔 3월 5주차에 6개 종합일 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와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 한국경 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저녁 종합뉴스의 선거 보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보도 3,363건 중 선거 보도는 472건으로 14%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정책·공약을 언급한 보 도는 161건(34%)에 불과했다.

앞서 언론들이 후보자의 정책 또는 검증 보도를 충실히 했기에 선거를 일주 일 앞둔 시점에서는 딱히 쓸 기사가 없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첫 분석 기간인 2월 4주차와 3월 1주차 에도 정책·공약 보도는 36% 수준 이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 세훈 당시 후보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생태탕 집주인과 아들의 발언을 검증하는 과정은 언론 수준을 보여 주는 또 한 번의 바로미터가 됐다.

논란 초점 오세훈에서 생태탕집 모자로 둔갑

내곡동에서 생태탕집을 운영했다는 황 씨는 지난 2일 TBS ‘김어준 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 가) 왔다. 기억한다. 잘 생겨서 눈에 띄었다”며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 량 당시 자신의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증언했다.

황 씨의 아들 A씨도 인터뷰에서 “(오 후보가)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를 신었다.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며 구두 브랜드에 대해 “그게 페라가모”라고 했다. 해당 내용이 방송을 탄후 일요시사는 3일 단독까지 달고, ‘오세훈 내곡동 진실 공방…’ 모른다더니 ‘말 바꾼 생태 탕 사장,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황 씨는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 의 통화에서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 했다”며 “불과 4일만에 이뤄진 황 씨의 진술 번복으로 이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은 치열한 진실 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생태탕집 사장 황모 씨와 아들 A씨는 5일에 다시 출연해 사실 관계를 호도하는 언론과 국민의힘 에 “화가 난다”며 자신들에게 일고 있는 논란을 일축했다. ‘말바꾸기’를 한 것이 아니라 황 씨가 자식들에게 혹여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인터뷰를 회피하다 아들의 설 득으로 ‘증언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는 것이 골자다.

김어준 씨는 방송에서 “일요시사는 3월 29일 생태탕집 어머니와 통 화를 했다. 뉴스공장은 그 나흘 후에 인터뷰 했다”며 “3월 29일 어머니는 저희와의 통화에서도 ‘아무것 도 모른다. 오세훈 안 왔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아드님이 설득한 후에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증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집요하게 검증의 잣대를 공익제보자에게 들이댔다.

TV조선은 5일 단독까지 달고 “생 태탕집 아들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식당을 찾았던 사람이) 흰 바지에 명품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기억은 확실하지만, 그 사람이 오세훈이라는 사실은 어머니로부터 들어서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또 같은 날 조선일보를 통해서는 “‘또 바뀐 생태탕집 증언…아들 “吳인지 몰랐다, 최근 어머니께 들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제보자가 계속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듯 호도했다. 중앙일보도 6일 뒤질세라 “생태탕집 아들 “吳 얼굴 몰랐지만 옷은 기억난다””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6년 전 들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서울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의 아들 A씨(48)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6년 전 생태탕 집에 방문한 오세훈 후보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옷차림이 기억나는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언론들의 받아쓰기를 통해 무한 재생산됐다. 그러나 2005년 내곡동 측량 현장에 오 세훈 시장이 참석했다는 경작인의 증언을 뒷받침할 생태탕집 모자의 증언은 바뀐 적이 없다. 황 씨의 아들 A씨는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따지자면 중도 정도 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잘하면 박수쳐 주고 응원해주고 채찍질해주고 그런 게 맞다고 보는데 이번 일로 언론이 사안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일부 언론들은 애초에 프레임을 짜놓고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질문하는 자세 자체가 다르다”라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는지 ‘○○○씨 맞 죠?’라고 전화해서는 ‘당시에는 오세 훈 후보라는 걸 정확히 몰랐다는 게 맞죠?’,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알게 됐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묻더니, 그게 기사에 떴더라. 참 무서운 언론이구나 싶다”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재차 설명했 다. 그는 “2005년 당시 오세훈이라는 사람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경작인 김 씨라는 분께서 KBS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우리 가게가 지명됐더라. 또 우리 가게 스케치가 나오더라. 그래서 어머니와 통화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어머니에게 어마어마하게 전화가 오고 있는데, 제가 걱정이 돼서 ‘오 래전 일이고 잘모른다’고 했다더라” 라며 “그 내용을 듣고 사실 그대로를 얘기하는 게 뭐가 죄냐고 내가 설 득했다”라고 말했다. 또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엄마 나도 (오세훈) 본 것 같아. 그때 당시에 흰색 면바지에 신발 등을 기억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당시 3명은 한 테이블에서 먹고, 뒷자리에 1인분을 따로 해달라고 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은 아마 기사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종합적으로 얘기가 된 것인데, 대체 뭐가 문제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후) 통화한 기자가 50명은 될 것이다. 어떤 언론사든 따지지 않고 내가 아는 대로 똑같이 얘기해 주었는데, 49년 만에 언론들의 성향을 알았다”며 “막상 당해보니 상당히 힘들다”라고도 토로했다.

공익제보자 공격한 조선일보‥ 오세훈 캠프 플레이어로 뛰다

전형적인 메신저 공격으로 정치보 복에 나선 기사도 논란이 됐다. 조선일보는 5일 “의인이라던 생태탕 집, 도박 방조로 과징금 600만원 처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까지 달고 보도했다.

A씨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어떻게 이렇게 신속하게 정보가 전달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오세훈 후보가 2005년 생태탕집을 찾았다고 증언한 것과,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손님의 도박 행위를 제지 하지 못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은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

송요훈 MBC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눈에는 이 기사가 사실을 폭 로한 시민(공익제보자)에게 입다물고 조용히 살라는 협박이고 보복으 로 보입니다만...”이라고 질타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손님들이 화투 치는 걸 막지 않아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게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공익제보자)의 진술을 의심해야 할 이유라고 주장하는 기레기들이 있다”며 “마을주민 두 사람과 당시 측량팀장의 증언을 의심할 근거는 뭘까. 일본천황과 김일성, 전두환을 찬양했던 신문의 주장을 믿어야 할 근거는 또 뭘까”라고 일침을 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평화나무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은 후보 검증을 제대로 못 하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며,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후보 또는 정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본인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 후보 검증의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인 데 그런 역할을 하기보다는 흠집 내기로 제보자가 한 말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조선일보의 해당 보 도를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개 시민단체는 15일 “내곡동 안고을 식당의 과징금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고 유포한 국민의힘당 김형동 의원, 서초구청, 조선일보 등 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시장이 2005년 내곡동 측량 현장에 참석했다는 공익제보를 한 경작인은 안진걸 소장을 통해 “우리 경작인들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로지 사실대로 이야기한 것뿐이다. 안고을 식당뿐만 아니라 측량팀장 등 목격자들과 진술이 일치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따로 말을 맞출 사이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그곳에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는 본대로 사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경작인 중에도 확인해보니 KBS 보도에는 2명이 나갔지만, 실제로 확인해본 목격자가 최소 3인이었고, 측량 이후에 오세훈 시장과 장인어른, 운전기사와 함께 안고을 식당으로 모시고간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은 당시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었기에 주변 지리를 잘 아는 제가 모 시고 간 것이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계속 거짓말을 해서 이 사태 를 자초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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