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기업인들만 만나 최저임금 논의 탁상공론이라고 폄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사망한 경기 안양시의 한 도로포장 공사장을 긴급 방문했다.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사망한 경기 안양시의 한 도로포장 공사장을 긴급 방문했다.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잇따른 반노동 발언으로 연일 언론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제도는 비현실적”,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 등의 잇따른 망언으로 노동 문제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의 2차 전지 기업인 클레버를 방문해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의 최저시급제, 주 52시간제 중소기업에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 많다”며 “탁상공론으로 만든 비현실적 제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일 충남 천안 서북구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굉장히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산재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임을 기업인에게만 전가할 게 아니라 국가도 함께 책임감을 느껴 가며 산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을 못하고, 그것(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데 그분들도 결국 일을 못하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차질이 많다는 말씀도 들었다”며 최저임금제·주 52시간제의 탄력적 운용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2일에도 안양시 도로포장 사고 현장을 찾아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면서도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윤 후보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라며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이어진 오후 일정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윤 후보는 “아까 파악한 것만 가지고는 롤러 운전자가 특정 기업에 소속된 건지 아니면 자유롭게 일하는 분인지 차량은 어떻게 현장 투입된 건지 확인하기 어려워 일반론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연이은 반노동 발언으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의 노동 문제와 관련한 실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9월에도 “손발 노동은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지난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 한번이라도 최저임금을 받아봤느냐”며 연이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반노동’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청년유니온)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지난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 한번이라도 최저임금을 받아봤느냐”며 연이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반노동’  발언을 규탄했다. (사진=청년유니온)

잇따른 윤 후보의 망언에 대해 노동계는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사업주가 지불하기 편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고, 주 52시간제는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균형, 최소한의 휴식을 위해 마련해놓은 장치”라며 “평생 공직에 있었던 윤 후보는 최저임금 근처에도 간 적 없으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는 만나지도 않고 기업인들만 만나 최저임금 논의를 탁상공론이라고 폄하한다”고 지적했다.

‘2022 기독교대선행동’도 지난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윤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노동자를 위한 정책 제시를 촉구했다. 기대선은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윤석열 후보가 노동을 천시하며 노동자를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 기계와 같은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이러한 언행들은 정치적 지향을 떠나 마땅히 비판하고 사과해야 함에도 그는 논란이 생길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윤 후보에게 ‘기업인들만을 위한 대통령’에 머물지 말 것을 주문했다. 기대선은 “안타깝게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선거 캠페인으로 인해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정책들과 노동 의제는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기업인들만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진정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면 잘못된 발언들에 대해 변명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왜곡된 발언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제대로 된 노동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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