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의 외침 "노동존중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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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노동자의 외침 "노동존중 사회에서 살고 싶다"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11.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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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김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사 건물 주변으로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전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출처=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250여명이 경상북도 김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약 60일이 흘렀다. 본사 건물 주변으로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전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고, 건물 뒤편에는 경찰 수십명이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서 있다.

환기도 잘 안되는 건물 안에서 스펀지를 깔고 생활하는 수납 노동자들은 대부분 50대 여성이다. 오랜 투쟁과 노숙 생활에 허리와 다리 통증이 만성이 된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육체의 고통은 그러려니 했다. 불편한 의식주도 감수했다. 다만 가족 얘기가 나오자, 울컥하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납 노동자 채 모 씨는 “남편 혼자 반찬도 사 먹고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가족의 응원과 지지 없이는 투쟁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은 "거듭 실망하면서도 연대의 힘을 확인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도로공사, “자회사 안 갈 거면 청소해라”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직접 고용 대법 판결도 무시
경북 김천 소재 한국도로공사 건물 뒷편으로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서 있다. 2019.11.03(사진=평화나무)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 약 6500명을 고용하는 방안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중 1500명은 자회사 전환에 반대했다가 지난 7월 해고됐다. 도로공사는 1500명을 해고하는 대신 순순히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축하금 100만원씩 총 50억을 뿌렸다. 이때문에 해고시킨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급여를 남아있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해 노노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더 심각한 것은 도로공사가 앞서 2013년부터 진행 중인 노동자들과의 법적 다툼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1500명 해고라는 칼바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과거 공사 소속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외주화됐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사용 사업주는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거나 직접 고용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도로공사를 상대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2013년 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는 하청업체 노동자 386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8월 29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학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로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같은 판례대로라면 뒤늦게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중인 직원·해고자 1116명도 모두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로공사가 내놓은 방안은 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한 상식과는 달랐다. 이강래 사장은 지난 9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대법원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승소 수납원 중 자회사 전환 비동의자와 고용단절자 등 최대 499명만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승소한 노동자에게 직접 고용을 원하는지 자회사 전환을 희망하는지를 물어, 직접 고용을 희망할 경우 수납업무 대신 버스정류장·졸음쉼터·고속도로 법면(경사면) 환경정비 업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청소업무를 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톨게이트 수납업무가 공사 필수·상시업무라는 대법원판결에도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일정 기간 액션이 없으면 고용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자회사 전환, 계급사회 인증일 뿐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만을 고집하는 사측의 요구에 동의도 공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회사 전환이 고용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요금수납 업무 10년 차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 모씨(55세)는 “통행료 수납업무는 대법이 판결했듯 도로공사의 주 업무이자 상시업무”라며 “자회사에서 통행료를 수금하면 도로공사 본사에서 돈을 걷어 가는 형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해도 업무가 분리되지 않는다. 자회사는 인력만 관리하는 용역과 다를 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자회사는 외주화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란 주장이다.
 
최 씨는 2003년 도로공사에 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러던 중 2008년 요금수납 업무가 외주화하면서 쉬운 해고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최 씨는 “사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 계약이 자동 종료돼 일을 그만둬야 했다”며 “정규직과 하청 업체 소속으로 모두 일해본 나로선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 채 모(53세)씨도 자회사로 가게 될 경우, 그간 요금수납 일을 하는 동안 발생했던 불합리한 노동여건이 계속 재현될 것이고 했다.
 
채 씨는 “요금소에서 돈만 받는 것이 아니고, 본래 업무 외 하이패스 미납도 잡아야 한다”면서 “요금이 모자라거나 하이패스를 달지 않은 차가 지나가면 경광등이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그러면 우리가 쌩쌩 달리는 차 사이로 가서 차를 세운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고 욕도 많이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납이 많은 영업소는 경영 평가에서 떨어지고 불이익이 오다 보니 울며겨자먹기로 미납 차량을 잡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각출해 미납요금을 메우는 일도 일상다반사였다는 것이 채 씨의 설명이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만년 신입이었던 이들, 1년 또는 6개월마다 진행하는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했던 노동자들이다. 자회사 설립 안을 밀어붙이는 사측의 모습은 열악한 근무 여건과 부당한 대우가 불공정인지도 모르고 일해 온 요금수납 노동자들에게 앞으로도 노동여건이 나아질 리 없다는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이패스와 무인차로 도입 등 수납업무가 기계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납업무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도로공사 역시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방만 경영이란 지적이 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래 사장은 지난 7월 “(요금수납원)직접고용 시 직원이 1만4000여명까지 늘어나 ‘방만경영’이란 지적이나, 외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자회사 설립이 효율적 경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당장 직고용을 희망하는 요금수납원을 청소업무에 배치하면 톨게이트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는 요금수납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로공사는 무인으로 차 번호판을 인식해 요금을 매기는 '스마트 톨링' 기술을 2020년까지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2022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고용 축소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2022년이 되더라도 요금수납 업무에 사람의 손이 전혀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요금수납 노동자 10년 차인 최 씨는 “도로공사가 앞서도 무인 차로를 도입했으나 실패했다”며 “기계화가 된다 해도 사용자가 기계를 작동하지 못할 경우나 고장이 날 경우 기계 작동을 도와주고 세팅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면제 차량을 인식해 바를 올려주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무인차로를 도입한다고 해서 인력을 줄였지만 결국 적은 인원이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수납원의 60%는 51세 이상, 25%는 장애인, 성별로 보면 80%가 여성이다. 수년 내로 자연감소분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강래 사장은 하이패스나 스마트톨링 등 자동화 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인력 안 뽑고 자연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톨게이트 수납원 정규직 전환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최 씨는 “한국사회는 어쩔 수 없는 계급사회”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이 뭔지도 몰랐던 아줌마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옳다고 응원해주었기 때문이다. 직업에 따라 평가받지 않는 공정한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가 대체해도 좋은 직업은 톨게이트 노동자가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영자일 수도 있다"고 비판 했다. 
 
최 씨의 비판은 아주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UN미래보고서는 1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 중 하나로 CEO를 꼽은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 노동자 200여명이 경북 김천 본사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사진=평화나무)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 노동자 200여명이 경북 김천 본사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사진=평화나무)

사장은 배 불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외면, 누굴 위한 공기업?

도로공사는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업이다. 그럼에도 도로공사의 행보는 ‘노동 존중’을 표방하는 정부 방침에서도 한참 이탈하는 모습이다.

도로공사의 경영평가는 2017년 이강래 사장 취임 이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도로공사는 2018년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2년 연속 경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뼈아픈 성적이다. 올해 발표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13개 SOC부문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낙제점인 C등급을 맞았다.

경영 평가 실적이 악화한 탓에 성과급이 줄면서 이 사장의 총급여는 줄었다. 그러나 기본급은 2년 연속 올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강래 사장이 지난해 수령한 급여는 총 2억1780만원으로 전년보다 3.4% 적었다. 그러나 2018년 기본급으로 전년 대비 5.4% 오른 1억2119만원을 챙겼다. 올해는 그보다도 0.5% 상승한 1억2190만원을 받았다.
 
상임이사와 감사들도 이강래 사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이 인상됐다. 다만 비상임이사들은 2014년부터 정액 동결됐다. 비정규직은 종사자 수가 39명 늘었지만 복리후생비는 총 0.7% 감소했다.
 
이런가운데 이 사장은 가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JTBC보도에 따르면 이 사장의 가족회사인 인스코비는 도로공사의 스마트 LED등 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PLC칩을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폭리를 취해왔다.
 
이 사장은 2017년 취임사에서 낡은 가로등과 터널을 전면 교체하겠다는 취지로 첨단 스마트 고속도로를 강조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2018년 4월 첨단 스마트 고속도로 사업에 5년간 3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인스코비의 최대주주인 밀레니엄홀딩스의 대표이사는 이 사장의 둘째 동생이다. 또 이 사장의 셋째 동생은 인스코비의 사내이사이며, 이 사장의 부인은 인스코비의 바이오 자회사 인스바이오팜의 주주다.
 
이 같은 의혹에 도로공사는 "LED 조명 교체사업은 이 사장 취임 전부터 진해되던 사업이며, 이 사장이 취임 시 강조한 첨단 스마트 고속도로 사업은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 사업을 지칭한 것으로 LED 조명 교체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인스코비가 독점적으로 LED등 사업의 핵심 부품을 공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LED 조명 교체 사업은 공개입찰을 통해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과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혜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과거 도로공사에서 불거졌던 불법 수의예약, 도로공사 퇴직자들로 구성된 ‘도성회’의 이권 개입 등,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재수사 요구까지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이제 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에 대한 공정한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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