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의원이 밝힌 사진자료(출처=김의원 의원 SNS)
김의겸 의원이 밝힌 사진자료(출처=김의원 의원 SNS)

소의 가죽을 벗기던 엽기적인 굿판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발견돼 논란인 가운데, 해당 행사를 주관한 대한불교종정협의회의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총회장 이만희) 활동 이력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기획실장 직함을 가지고 있던 단체다. 윤석열 후보가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법무부의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를 거부한 것이 건진법사의 조언을 들은 탓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돕기 위해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신천지 간부 출신 탈퇴자의 폭로까지 나온 상황이다. 

| 혜암 석의천 최상복의 신천지 관련 이력

천지일보에 따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의 수석부회장 출신 최상복 씨(법명 석의천 또는 의천, 호 혜암)는 2017년부터 신천지 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대표 이만희)의 최대 행사 만국회의에 참석했다. 

최 씨는 2018년 5월 25일 HWPL이 주최하고 역시 신천지 단체 국제청년평화그룹(IPYG)‧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이 주관한 ‘세계평화선언 5주년 기념행사 및 전쟁 종식 평화 걷기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연합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 씨는 2018년 8월 14일에는 정읍 은곡사에서 열린 HWPL의 종교연합사무실 전북지부 행사에 은곡사 주지 은곡 조병남 씨와 함께 자리했다. 종교연합사무실은 종교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만희 총회장의 뜻을 이행하기 위한 기구이다.

은곡사는 사단법인 한국불교극락조계종 창종 사찰로, 창종 승려 은곡 조병남 씨는 2013년부터 HWPL 만국회의에 참석했다. 최상복 씨보다 먼저 신천지에 관여한 것이다.

이어 최 씨는 2019년 7월 25일 자신이 종정으로 있는 대한불교선화종 총본산인 전주 대원동 대원사에 종교연합사무실 전북지부 사무실을 설치했다. 사찰에 설치된 최초의 종교연합사무실이다.

최 씨는 2019년 8월 30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교계의 비판에도 “신천지 세계라는 그 시대가 지금 온 것”, “불교계가 진리로 가리키는 삼라만상이 곧 신천지”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그분은 현재 90세가 다 돼 갑니다. 세속의 90이 다 된 노인들을 보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이 대표께서는 모든 것, 몸 자체가 살아있어요. 하나도 구긴 데가 없이 살아있어요. 살아있는 것은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영입니다”라고 추켜올렸다.

최 씨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수석부회장 자격으로 2019년 9월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불법으로 치른 HWPL의 만국회의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고, 다음날에도 후속 행사에 참석해 사회자의 소개를 받았다.

이어 최 씨는 연말인 2019년 12월 9일 천지일보에서 시상하는 ‘천지종교人상’을 받았다. HWPL 종교연합사무실을 설치한 게 수상의 이유였다. 최 씨는 수상 인터뷰에서 이만희 총회장의 강연에 감명을 받았다며, “지금은 동쪽에서 빛이 들어와 있다. 그 빛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쪽의 빛은 이만희 총회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또 “지금은 신천지 시대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그걸 깨닫지 못하면 종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까지 말했다.

최 씨의 이듬해 행보는 그의 주 활동지인 전북의 지역 언론들에 나타난다. 역시 신천지와 함께였다. 그는 2020년 1월 31일 HWPL 전북지부 평화사랑나눔 신년회에 참석했다. IPYG 지부장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최 씨는 “이만희 대표와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최 씨는 2021년 8월 12일 정읍 은곡사에 종교연합사무실 전북지부 2호가 설치되는 현장에도 자리했다. 현판식에는 HWPL 전북지부 이재상 이사도 참석했다.

최 씨의 올해 행보는 HWPL 홈페이지에 게시되었으나 현재는 접근이 막힌 상태다. 당시 HWPL 자체 기사에서는 석의천 최 씨가 HWPL 홍보대사로 기록돼 있다.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에는 관련 기사가 남아있는데, 정읍신천지교회에서 보도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사들에는 조병남 씨가 창종한 종단이 대한불교극락조계종으로 나와 있지만 확인 결과 한국불교극락조계종이 맞다.

세계일보는 1월 17일 신천지가 건진법사 전 씨가 속한 종단의 사찰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종교대통합 행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 모씨가 윤석열 후보를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유튜브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당시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 모씨가 윤석열 후보를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유튜브


| 신천지-대한불교종정협의회 석의천-건진-윤석열

신천지는 종교 연합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만국회의 등의 행사에 소속이 불투명한 종교 인사들을 초청하곤 한다. 평화나무가 2019년 취재한 만국회의 후속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 역시 기존 개신교 교단에서 제명되었거나, 통일교 출신, 또는 정통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측에서 “사이비”라고까지 한 불교 종단의 인물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대한불교종정협의회였고, 당시 신천지 행사에 참석한 수석부회장이 석의천 최상복 씨였다.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신천지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의 기획실장이다. 같은 단체 인물들의 신천지 연결고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사무총장인 이붕법사 서병열 씨는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 4050특별상설위원회 종교총괄본부 발대식에서 종교 지도자 17명 중 한 명으로 임명장을 받았다가 논란이 되자 해촉됐다.

이붕법사 서 씨는 2012년 사단법인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 총괄이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석의천 최 씨가 HWPL 종교연합사무실을 대원사에 설치했다는 군소 인터넷 언론 기사에서는 최 씨가 사단법인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 소속의 대한불교선화종 종정과 정토불교조계종 종정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평화나무가 입수한 사단법인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 가입 종단 명단에는 대한불교선화종과 정토불교조계종이 없다. 다만 한국불교극락조계종과 은곡사 및 조병남 씨의 이름이 확인된다. 물론 정규 불교 종단에서는 이들이 속한 단체 모두를 인정하지 않는다.

2021년 전북 지역 언론에서는 석의천 최 씨의 소속이 조계종으로 표기되는데, 이는 정토불교조계종을 축약한 표기로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신생종단이 종단명에 ‘조계종’을 넣은 경우를 유사 명칭 사례 또는 명의도용 사례로 보고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말하는 ‘조계종’은 대한불교조계종 하나다.

한편 최 씨는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주 스승인 일붕 서경보의 뜻을 이어 이만희 총회장의 평화 운동에 함께한다고 밝혀왔다. 일붕 서경보는 대한불교조계종을 탈퇴하여 일붕선교종을 세웠고, 이후 세계불교법왕청을 세워 세계법왕에 올라 정통 불교와 멀어진 인물이다. 일붕을 따른다는 수많은 종단이 있으나 정통 불교 종단 연합기구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된 종단은 일붕선교종 하나다.

이붕법사 서 씨는 세계법왕일붕문도중앙회에서도 사무총장을 맡고 있고, 건진법사 전 씨도 같은 단체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2019년 건진법사가 총무원장으로 있는 일광조계종이 후원하고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진행한 ‘6‧25 전몰장병 및 호국영령 위령대재’라는 행사에서도 함께 참석했다. 서 씨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 사무총장, 전 씨는 기획실장으로 소개됐다.

소 사체를 전시 논란을 빚은 '2018년 수륙대재 및 국태민안등불축제'는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관하고 일광조계종이 주최했으며 연민복지재단이 후원한 행사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실에서 발표한 당시 행사 영상에서는 서 씨가 “모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라고 주최‧주관한 인물로 건진을 소개한다. 행사에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연민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연단에 올라 후원금을 전달했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연등과 ‘윤핵관’으로 알려진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연등이 걸려 있었다.

평화나무는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사단법인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의 연락처는 없는 번호로 나온다. 석의천 최 씨가 1994년부터 종정으로 있다는 대한불교선화종과 정토불교조계종은 관련 홈페이지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 씨가 같은 해부터 주지로 있다는 전주 대원사는 현재 대문에 설치된 HWPL 현판을 뗀 상태다. 하지만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에 제보한 신천지 탈퇴자에 따르면 내부 별당에는 HWPL 현판이 존재한다고 한다. 전피연 측이 두 차례 대원사에 방문했으나 최 씨를 만날 수 없었다.

정읍 은곡사에서는 “내가 귀가 어둡다”며 전화를 끊었다. 대한불교종정협의회는 지난 취재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한편 신천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고, HWPL은 코로나19로 전화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이메일로 연락하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에 따라 이메일을 보냈지만 업무를 하지 않는지 수신 확인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HWPL 홈페이지는 첫 화면과 일부 화면을 제외하고는 폐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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