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장애인 시위 비판 발언에 국민의힘 내부서도 들썩
이준석, 특정 장애인단체만 언급·· 장애인단체 내 갈라치기 의혹도

장애인 시위 비판으로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출처=연합뉴스)
장애인 시위 비판으로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출처=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장애인 시위 비판 발언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이 대표의 발언에 ‘굳이 자극적이며 편파적인 단어를 써야 했느냐’며 힐난하는가 하면, ‘사회 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이고 성숙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설왕설래

이 대표의 연일 계속되는 강한 비판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28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본인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국민도 똑같은 불편을 겪어보라는 그런 시위 수단은 좀 더 품격 있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시위하면 국민의 박수를 받기 어렵다”며 “그분들 요구를 수용할 때도 장애가 될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나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지난 28일 전장연이 벌이는 시위에 직접 찾아가 무릎을 꿇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날 KBS 라디오에서 “굳이 그런 자극적일 수 있고 편파적일 수 있는 단어들을 선택했어야 했나”라며 “선량한 시민의 다수를 불편하게 한다는 발언을 통해서 마치 그분(장애인)들은 선량하지 않은 소수의 이상한 시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 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이고 성숙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시위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출처=연합뉴스)
지난 28일 시위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출처=연합뉴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28일 자신의 SNS에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뗏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전장연의 그때그때 달라요의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 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정미경 최고의원은 “왜 하필 장애인단체를 상대로 이슈파이팅을 하나”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조수진 최고의원 역시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며 난색을 표했다.

국민의힘의 갈라치기식 정치, 어제오늘 일 아냐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의 갈라치기식 정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20대 남성들의 힘이 컸다. 이 대표는 페미니즘을 공격하며 이대남의 마음을 샀고, 이 대표뿐만 아니라 윤석열 당선인 역시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거론하며 남성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바빴다. 윤석열 캠프는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가 뭇매를 맞고, 약 2주 만에 신 대표가 사퇴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결국 국민을, 특히 20대 층을 갈라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9일 지상파TV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 58.7%가 윤석열 후보를, 20대 여성 58.0%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민주당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준석 대표가 집권여당 대표가 되는 것에 여성의 두려움이 있다”며 “그런 것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도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하는 통치 방식 때문에 민주당에게서 등 돌렸던 민심이다. 똑같이 그런 길을 간다면 실패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며 “분열의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리더십만이 살길임을 이번 개표 결과는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장애인단체 사이도 갈라치기 나섰나?

이 대표의 갈라치기식 정치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장애인단체까지도 그 영향을 끼쳤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기자회견을 공유하며 “지체장애인협회와 긴밀하고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언급한 지장협은 지난 20대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지지를 공식화했던 단체다. 이들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 방법의 변화를 촉구한다”며 “전장연은 전체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결코 아니다.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 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전장연 불법시위에 대해 야당 당 대표가 비판의 입장을 취하자 여당 및 일부 장애인단체가 동조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온당치 못 하다 여기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여론이 있는데, 여기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이준석 당 대표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전장연은 “한국지자체장애인협회는 대선 기간에 집행부가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단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니 공개적으로 지지한 장애인단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논의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그렇다고 지장협을 활용해 불법 운운하며 전장연을 비난하는 여론으로 표를 얻겠다는 수작을 부리지 말기를 부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권력을 잡기 위해 표를 모으는 단체가 아니다. 무시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라며 “이준석 당 대표에게 다시 한번 요구한다. 즉각 공개사과하라. 사과하지 않을 때는 혐오차별과 갈라치기 선동하는 국민의힘과 당 대표를 향한 투쟁을 별도로 선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애인 권리를 위해 30일 삭발 투쟁을 벌이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출처=연합뉴스)
장애인 권리를 위해 30일 삭발 투쟁을 벌이는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출처=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전장연의 사과 요구에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라”며 “전장연이 어떤 메시지로 무슨 투쟁을 해도 좋다. 불법적인 수단과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의 불편을 야기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잘못된 의식을 버리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