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이상 현상 발생 빈번·· 곤충 절반 이상 사라져
기후 위기 대응 위한 ‘기독교 기후지선 공동행동’ 출범

22일 시청 앞에서 출범한 기독교 기후지선 공동행동
22일 시청 앞에서 출범한 기독교 기후지선 공동행동

52번째 지구의 날을 맞아 구글에서 기후 변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며 기후 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기독교인들도 ‘기후정의’를 외치고 나섰다.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화석 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기상이변과 폭염, 가뭄과 생물 다양성 감소가 발생하는 상황.

이에 ‘기독교 기후지선 공동행동’은 “지금 우리가 정말 관심을 쏟아야 할 건 지구 보존”이라며 ‘정치적 논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구글이 공개한 기후변화 애니메이션(출처=구글)
구글이 공개한 기후변화 애니메이션(출처=구글)

기후 변화로 곤충 절반 가까이 사라져·· 우리나라도 꿀벌 수십억 마리 실종

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성큼 다가와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곤충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사라진 것.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지난 20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곤충 개체 및 종수의 변화를 추적해보니, 고강도 농업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이 작동한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는 49%, 종 수는 2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미국 AP통신, BBC 방송 등은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지역에 4월 폭설이 내리고, 애리조나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기상이변과 맞물린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기후 변화 위기에서 피할 수 없었다. 올봄 우리나라에선 꿀벌 수십억마리가 실종됐다.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20년 차 양봉 농민이 말하는 꿀벌실종사건의 전말’이라는 기사에는 “겨울인데 이상 고온 현상으로 따뜻했고, 가을은 저온 현상으로 너무 추웠다”며 “그런 가운데 월동에 들어간 11~12월에는 고온 현상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꽃이 피자 월동 중이던 일벌들은 벌통에서 나와 채집에 나섰고,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겨울밤이 찾아와 벌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문정훈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벌이 살지 않는 곳에는 인간이 살 수 없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최대 54%의 생물 종이 멸종하고, 주요 작물을 아예 재배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듯 기후 위기가 성큼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게 기독교 기후대선 공동행동의 주장이다.

구교형 목사 “청와대 이전보다 기후 위기 논의해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인 구교형 목사는 “기후 위기, 특별히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내용을 살펴보니 너무 한가롭고 태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구 목사는 “우리는 대통령에게 청와대를 비워달라고 한 적도 없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며 “검찰 개혁이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 하라고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 준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건 특정 정당이나 특정 국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온 지구촌 전체가 힘을 쏟아야 할 지구 보존의 과제”라고 외쳤다. 이어 “2010년에 들어서서 전염병에 의해 가축 수천만 마리가 도축됐고, 2019년엔 온 대기가 크게 오염돼 황사현상을 넘어섰다.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몰려왔다”며 “이전처럼 단순히 특정 지역, 특정 사람에 의한, 북극곰을 염려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지금의 위기를 경험하고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돌입했다”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에서 발언 중인 구교형 목사
공동행동에서 발언 중인 구교형 목사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지구촌 정상들이 모여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합의해놓고서도 관심이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구 목사는 “청와대 이전이니 이런 여러 논란보다 기후 위기 극복이 가장 중요한 지구의 과제고 국가 중심 주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며 “그런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는 정치를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기후 위기 극복을 표방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지선 공동행동, “기후 대응 운동, 지방에서부터 지구까지 이어지길”

기후 위기 기독인 연대와 청어람ARMC, 평화누리, 희년함께가 모인 ‘기독교 기후지선 공동행동’은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기후정의 도시를 원한다! 기후 위기로부터 시민을 지키고 돌보는, 기후 후보를 요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지난 대선은 역대 최대 비호감 선거라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 선거로 점철됐고, 이로 인해 기후 위기와 녹색 전환이라는 우리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실종됐다”며 “거대양당 후보의 관련 공약은 있었으나 논점이 ‘탈원전 정책 비판’에 맞춰지면서, ‘원전을 늘리느냐 마느냐’라는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키며, 기후 위기 대응 논의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성서의 핵심은 기후
'성서의 핵심은 공평과 기후정의'라는 공동행동

이어 “후퇴하는 기후 위기 대응 기조를 막아 세우고, 지역에서부터 제대로 된 기후 위기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며 “특히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녹색성장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된 만큼, 각 지역에서 구체화 된 ‘조례’라도 최대한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린리모델링 추진 ▲버스 완전공영제 ▲100% 전기버스 ▲반 기후 광고 금지 ▲기후행정부 설치 및 기후정의책임관 지정 등 열 가지 약속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경제 성장이 아닌, 기후 위기에 대비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길 바란다”며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기후 대응 운동이 지구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