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창간’ 자유일보 논설위원 출신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발탁
‘성소수자 혐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비하 발언’ 등 과거 SNS 게시글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광훈 씨가 창간한 자유일보에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한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가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으로 임명된 가운데 과거 자신의 SNS에 성소수자를 혐오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지난 2019년 6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병의 일종으로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페이스북으로부터 한동안 계정 정지를 당했다고 언급하면서 “페북의 규칙이라며 막무가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게다가 해당 글을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까지 했다.

2019년 9월 20일 올린 글에서도 “기억도 없는 수년 전의 댓글 논쟁, 아마도 박근혜 정부 한일 위안부 합의 때였던 것 같다. 상대의 보상금 요구에 ‘그럼 정부가 나서서 밀린 화대라도 받아내란 말이냐?’고 비난한 댓글을 가지고 페북 규정 위반이라며 한 달간 차단조치가 되었다”고 푸념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금을 화대에 비유하며 성매매 여성으로 비하했다.

또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차량 할부금이나 신용카드 청구액까지 센터 공금으로 대신 납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11일 뉴스타파의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김 비서관은 “차량은 다문화센터 업무를 위해 사용했고, 횡령의 고의는 없었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400만원 벌금이 최종 확정됐다.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가 지난 2016년 8월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인보우합창단의 유엔본부 공연을 성사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가 지난 2016년 8월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인보우합창단의 유엔본부 공연을 성사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계속되자 김 비서관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성소수자 혐오와 일본군 ‘위안부’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과거에 있었던 위안부 문제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저의 지나친 표현에 대해 깨끗이 사과드린다”며 “균형감을 상실하고 신상털이식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하지만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았다. 김 비서관은 “개인들의 다양한 성적 취향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다.

이어 “선천적인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후천적인 버릇이나 습관을 자신의 본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본다”며 “그런 경우에도 동성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비서관의 사과 아닌 사과와 거듭되는 혐오 발언에 시민단체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1일 발표한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혐오 차별 해소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무지개행동은 “다가오는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아이다호데이)이다. 이 날은 1990. 5. 17.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장애 목록에서 제외한 것을 기념한 날”이라며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질병’의 낙인을 씌우고 ‘치료’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뿌리깊은 성소수자 혐오에서 비롯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동성애가 정신장애로 분류됨으로써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비인도적인 치료, 수술 등을 받고 때로는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다. 1990년 WHO의 결정은 그렇나 혐오와 차별의 역사를 끝내기 위한 선언이었고,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성소수자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소위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는 비과학적이며 국제인권법에 반한다는 점은 이미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지개행동은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혐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가. 깨끗이 사과한다는 형식적인 말과 달리 오래된 혐오의 논리를 답습하는 이 글은 김성회 비서관의 의식 근저에 깔려 있는 혐오와 차별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회 비서관을 발탁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무지개행동은 “이미 후보시절부터 차별적 구조를 외면하고 동성혼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하던 대통령은 자신이 첫 임명한 비서관의 이러한 혐오발언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라며 김성회 비서관을 즉각 해임하고 노골적인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한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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