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7월 15~31일까지 열려
서울시, 7월 16일 하루 동안 서울시청 광장 사용 승인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지난해 6월 27일 오후 서울 청계천 장통교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퀴어축제 조직위 주최로 지난해 6월 27일 오후 서울 청계천 장통교 부근에서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도심 행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 16일 하루 동안 서울시청 광장을 조건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사용 기간을 신청했으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 15일 신체 과다 노출과 청소년보호법상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7월 16일 하루만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하루만 사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승인에 조직위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또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사용신고 이후 수리 여부를 48시간 이내에 결정해야 함에도 2개월여간 미루다 ‘서울광장 조성목적인 건전한 여가선용 및 문화활동에 부합하는 지’ 판단하기 위해 이 건을 광장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뒤늦게 밝혀 ‘차별적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직위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2019년 9월 서울시 인권위원회에서는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에 대해 서울시가 부당한 절차 지연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며 “서울시가 서울시 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하고 또다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이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기만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만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여 개최 여부를 심의하였고 매해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또다시 안건으로 상정하여 심의한다는 것은 신고제인 서울광장을 성소수자 행사에게만 허가제로 집행하려는 서울시의 명백한 차별적 행정”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광장 사용신고에 대한 서울시 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광장 사용신고에 대한 서울시 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퀴어축제 개최 소식에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성토하거나 원숭이두창과 성소수자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등 차별과 혐오의 언어로 극렬한 반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7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언론의 정확한 보도가 필요하다’, 14일 ‘시민들이 반대하는 동성애 축제는 반대한다’ 등의 논평을 연이어 발표하며 “기독교계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했던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도 지난 16일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퀴어축제 서울광장 허가 결정 즉시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신뢰하고 지지를 보낸 것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서도 “우리는 서울시의 이 같은 무책임한 결정에 실망감에 앞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모든 책임은 시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오 시장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서울시민 전체 사과하고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의 신뢰에 금이 가기 전에 지금 당장 허가를 취소해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일사각오구국목회자연합 등 기독교단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왜곡된 주장이 담긴 문구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며 서울시청 광장 사용을 승인해준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일사각오구국목회자연합 등 기독교단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왜곡된 주장이 담긴 문구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며 서울시청 광장 사용을 승인해준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신교계 언론도 일제히 퀴어축제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일보는 14일 反동성애 단체, 퀴어축제 규탄 성명, 17일 ‘퀴어축제’ 서울광장서 하루만… 교계 “음란 중심지로 변질” 반발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크리스천투데이도 8일부터 19일까지 “차별·혐오 말라? 퀴어축제 서울광장 강압적 개최는 폭력”, “음란한 퀴어축제 반대”… 전 국민 서명운동 돌입, [사설]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 승인은 배신이다, “퀴어축제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이유”, “동성애 친구의 삶 긍정하는 것, 진정한 사랑 아니다” 등 관련 기사만 무려 17건의 기사를 쏟아내며 퀴어축제와 시청광장 사용 승인을 해준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했다.

서울시 ‘차별적 행정’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일보와 크리스천투데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담기거나 퀴어축제를 ‘음란(행위)’ 연관시키는 보도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빅카인즈를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퀴어문화축제 관련 보도를 검색한 결과, 서울신문(7건), 경향신문(5건), 국민일보(4건), 한국일보·한겨레(3건), 머니투데이·아시아경제·전남일보·YTN(2건), 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서울경제·헤럴드경제·부산일보, KBS(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소위 중도·진보 성향의 신문이나, 퀴어문화축제에 비판적인 기독교계의 국민일보를 제외하면 6개월간 퀴어문화 축제를 다룬 기사가 3건 이상인 매체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주제로 오는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17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 레인보우 굿즈전 등의 행사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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