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후보 시절 제주도 찾아 “아픔을 잘 치유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

더불어민주당 “제주 아픔 강조하던 윤 대통령, 추념식 외면 기막혀”

이틀 전엔 대구까지 이동해 2023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윤석열 대통령 대신 4·3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대신 4·3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약 1년 만에 열리는  4·3 추념식에 불참했다. 4·3 희생자와 유가족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바로 이틀 전, 용산 대통령실과 가까운 서울 고척 스카이돔과 잠실야구장 그리고 인천 SSG 랜더스필드와 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도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림에도 불구하고 굳이  5경기 중 가장 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열린 대구 삼성:NC 전을 찾아 개막전 시구를 한 대통령. 그에게 4·3 추념식에 다녀올 시간은 없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제주도 4·3 평화공원을 찾아 ‘4·3 특별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이런 아픔을 잘 치유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방명록에는 “무고한 희생자의 넋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랬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약 1년 만에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했다. 대변인실은 “최근 일본과 미국 등 해외 방문 일정이 3, 4월에 집중됨에 따라 국정 업무 일정으로 참석이 불가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비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선 땐 ‘치유와 회복’ 약속하더니·· 출범 후 돌변한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당시 제주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치유와 회복’을 약속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명예 회복을 담은 4·3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항상 동백꽃으로 상징되는 제주 4·3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당시 서울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윤 후보는 도민통합을 위해 4·3을 잘 마무리하고, 진정한 통합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며 “윤 후보는 새로운 정치, 통합 정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추어올렸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제34주년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제주 4·3 평화공원에 방문해 참배·분향하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출처=연합뉴스)
지난해 2월 제주 4·3 평화공원에 방문해 참배·분향하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제주 4·3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2022년 9월 “4·3 사건은 본질적으로 김일성과 박헌영이 대한민국을 마저 공산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4년 4월 한국논단 기고에서도 4·3을 ‘반한·반미·반유엔·친공 투쟁’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희생자들도 도민 유격대에 의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제주 4·3 당시 법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수형인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결정하자 검찰이 반발하며 재심 여부를 다시 따져달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대통령과 여당 대표 불참, 잘못된 메시지 줄 수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2일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라며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제 와 제주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책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며 “선거 때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 드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해놓고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됐다”며 “제주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라고 소리쳤다.

지난 1일 야구 시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내외(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야구 시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내외(출처=연합뉴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75주년 추념식의 경우, 국가가 4·3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중이고, 그 당시에 육지 형무소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던 분들이 직권 재심을 통해 재심 판결을 받는 와중이어서 도민들과 유족들 입장에서는 75주년을 맞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대통령께서 참석해서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오늘 국민의힘 당대표나 원내대표 또한 참석하지 않고 있는 점은 오히려 ‘보수주의적인 자들의 4·3에 대한 접근이 옳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번 해에는 총리가 참석하기로 했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며 “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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