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가짜뉴스, 팩트체크 안하는 목사님에 교인들 분통

서울 성수동 소재 A 교회에서 성가대를 담당하는 B 목사는 최근 성가대원 46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대원 여러분, 이런 거 오면 절대 서명하지 말라”면서 “[긴급속보] 오늘부터 정부에서 문재인 하야 서명운동에 맞서 전국의 통반장을 통해 평화협정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략) 그거 연방제통일방안 갈려는(가려는) 서명입니다. 주위에 알려주세요”라고 적힌 내용의 가짜뉴스를 전송했다. (출처=제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교회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목사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례가 <평화나무>를 통해 제보되고 있다. 이런 경우 제보자들은 한결같이 "목사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하소연 해왔다. 

서울 성수동 소재 A 교회에서 성가대를 담당하는 B 목사는 최근 성가대원 46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대원 여러분, 이런 거 오면 절대 서명하지 말라”면서 “[긴급속보] 오늘부터 정부에서 문재인 하야 서명운동에 맞서 전국의 통반장을 통해 평화협정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략) 그거 연방제통일방안 갈려는(가려는) 서명입니다. 주위에 알려주세요”라고 적힌 내용의 포스터를 전송했다. 같은 내용은 최근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고려연방제로 가기 위해 평화협정 서명을 받고 있다는 것. 해당 내용은 결론부터 말해 가짜뉴스다. 정부 주도로 서명을 받는 것도 없거니와 평화협정이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으로 가기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서명 공산화로 가는 길? 

평화협정이란 정치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나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중지하고 평화 상태를 회복하거나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맺는 협정을 말한다. 

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바로 철수하게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가 SNS상에서 형성되어 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군의 소속은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로 나뉜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부터 한반도에 머물러 온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구성되자 작전통제권을 이임했고, 현재 정전협정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 군 업무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총괄한다. 

한미연합사령부의 주둔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정식명칭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이다. 이는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인 1953년 체결돼 그 이듬해부터 발효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휴전 후 미군이 한국주둔을 계속해 그 방위에 협력할 것을 협정한 조약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을 상대하는 유엔사는 해체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조약을 무효화하는 새 결의나 그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방어를 위해 계속 주둔할 수 있다.

 

평화협정 서명 주도한 단체들 살펴보니... 

평화협정 서명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 인터넷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서 진행됐다. 당시 이 청원사이트에 개설된 '한반도평화협정 촉구 10만인 청원'은 개설 20여일 만에 백악관 공식 검토 기준인 10만명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당시 트럼트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또 당시 서명운동을 주도한 곳은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 회원, 미주 희망연대, 평화인권단체 '좋은벗들' 미국지부 회원 등이었다. 

또 2018년 ‘평화협정 서명’을 주도했던 곳 중에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International Women's Peace Group)이 있었다. 당시에도 평화협정 서명과 관련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가짜뉴스가 확산했다. 이 내용도 여전히 SNS 카톡방에서 활개를 친다. 

(알립니다)

1. 벌써 동사무소에서 지방분권개헌서명하라고 통장이 서명지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자유애국시민들과 교우들이 현혹되지 못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많은 곳에 전파 부탁드립니다.

2. 현재 길거리에서 부인들이 여러명 짝을 지어 시민들 대상으로 평화협정에 대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미군철수위한 길거리 평화협정 서명받기 시작》◇

길거리에 전국적으로 서명판을 차려놓고 왕래하는 주민들에게 평화협정 찬성 서명을 받고있다고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 노인네들에게 전쟁이냐, 평화냐고 물으면 모두가 평화를 택하지 않겠습니까? 요런 얄팍한 술책으로 주민들을 속이면서 평화협정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빨리 막아야합니다.

물정 어두운 국민들이 단순한 '전쟁반대' 서명으로 알고 너도 나도 서명하고 계신답니다.

자세한 서명부 내용은 모른채 젊은이들의

"전쟁을 원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서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 집안 어르신들, 가족들께 알려드리세요

카페, 밴드, 각 모임에서도 내용을 주지시켜주십시오.

우리나라는 지금 정전협정중인데...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 미군은 철수해야 합니다, 월남에서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군이 철수하자 마자 월남은 즉시 공산화되었습니다. 북한 핵위협 상태에서 미군철수하면 우린 적화통일 될 수 밖엔 도리없읍니다(없습니다) .

이 글을 받는 모든 분들은

이 서명운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이웃과 성도들에게 주지시켜 주세요.

널리 알립시다.

당시 서명운동을 주도한 세계여성평화그룹은 한국개신교 주요 교단들이 교류를 금하고 있는 신천지 관련 단체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로 보수 정권과 교류해 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조직적으로 가입해 특정 후보 지지에 나서기도 했고, HWPL 행사를 보수단체들이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돌고 있는 정부 주도의 평화협정 서명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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