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의혹' 교회 갈등 장본인이 갈등 교회서 설교

포항중앙교회 서임중 원로목사가 19일 명성교회 강단에 섰다. (출처=포항중앙교회/울림)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2014년 은퇴 이후 수많은 재정 의혹을 불러일으킨 포항중앙교회 서임중 원로목사가 명성교회 강단에 서면서 두 교회의 재정문제를 지적한 교인들 사이에서 '유유상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 원로목사는 19일 명성교회 원로장로 추대예식과 항존직 은퇴식을 겸한 주일 저녁 예배 설교자로 나서, 외부의 그 어떤 비판에도 흔들리지 말고 교회와 김삼환 원로목사를 잘 섬길 것을 주문하는 모습이었다. 

서 목사와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안동성서신학교 동문이자 갈릴리형제회 회원으로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다. 김하나 목사가 2018년 세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명성교회로 옮긴 후, 포항중앙교회 교인들이 하남시까지 올라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담임 목사를 잃은 새노래명성교회의 후임으로 서임중 목사의 아들 서석훈 목사가 청빙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새노래명성교회 후임으로 서 목사의 아들이 청빙 된 건 아니다. 그러나 두 원로목사의 관계가 얼마나 막역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임중 목사 은퇴한 포항중앙교회 갈등 왜?

포항중앙교회 교인들은 서 목사 은퇴 이후 자체감사를 통해 교회 계좌가 무려 2500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감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인 등은 여전히 서 목사 아들의 미국주택구입자금 2억원과 경안신학대학원에 보내지 않은 기부금 3억7천만원, 서 목사의 아들 결혼축의금으로 지출한 교회 돈 1억, 불법대출금 15억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의혹이 서 목사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서 목사의 이름으로 된 10여개의 계좌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해 온 것이다. 그러나 서 목사는 끝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던 교인들은 하나 둘 교회에서 출교 조치됐다.

포항중앙교회는 최근 서 목사와 관련한 수많은 재정 의혹에 대해 “교회 혼란이 모두 수습됐으며, 교회의 권위가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출교당한 교인들은 "감사가 거짓이라면 감사위원은 왜 다 출교시켰냐"고 반발하고 있다. 

서 목사는 은퇴 이후 불거진 재정 의혹으로 원로 대우를 받지 않기로 했으나, 지난해 교회는 서 목사의 원로 지위도 복원시켰다. 이로써 서 목사는 교회에서 월 500만원씩 지급받게 됐다. <평화나무>는 지난해부터 서임중 목사에게 반론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다. 

 

재정의혹 촉발시킨 목사가 재정의혹에 휩싸인 목사 편들기 설교 

재정 의혹으로 교회의 내부 갈등을 촉발시킨 서임중 목사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명성교회에서 설교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관심은 증폭됐다.  

서 목사의 이날 설교를 요약하자면, 김삼환 원로목사는 예수밖에 모르는 훌륭한 목사이며 명성교회에서 이탈하지 않고 이날 저녁예배까지 나온 성도들은 나침반을 잘 보고 온 것이니, 감사할 것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명성교회와 친명성 인사들이 명성교회 세습문제는 종결된 것처럼 홍보하지만, 여전히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예장통합 내 많은 교회와 노회, 성도들이 총회법을 무시한 명성편들기식의 결의는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명성교회는 임시 당회장 파송 문제를 두고 노회와 줄다리기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제10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교단 헌법을 깡그리 무시해가면서까지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주는 쪽으로 결의하면서 합의안에는 노회가 명성교회에 임시 당회장을 파송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는 이미 지난해 11월 이루어졌어야 할 임시 당회장 파송은 여지껏 답보상태다.  명성교회가 노회 파송 이전에 유경종 목사를 임시 당회장으로 정한 후, 막가파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탓이다. 서울동남노회 김수원 노회장은 유경종 목사 외에 다른 사람으로 임시 당회장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 목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명성교회 세습문제를 의식한 듯, 설교 내내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교인들에게 소속감을 강조하려는 듯, “우리교회는 좋은 교회다. 우리 원로목사님은 진짜 좋은 원로 목사다. 담임 목사는 원로목사보다 훨씬 좋다. 장로님들은 목사님보다 훨씬 좋다. 교인들은 장로님보다 훨씬 좋다”를 복창시키기도 했다. 

 

서임중 원로목사, “매주 선포되는 설교가 나침반”
“김삼환 머리 때리면 오직 예수 나와...여전히 바람 부나 관계 없다”

서 목사는 이날 ‘나침반을 보고 항해하라(사도행전 27장 20-26절)’를 주제로 설교했다. 서 목사는 “기록된 성경 말씀과 매주 선포되는 설교가 나침반인 줄로 믿는다”면서 “말씀대로 가면 아무 문제 없다. 말씀대로 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담과 가인, 사울은 나침반을 보지 않아서 실패한 자들로, 요셉과 다윗, 사도바울과 베드로는 말씀을 나침반 삼으면서 역사에서 축복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아담을 보라, 말씀을 보지 않고 가다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가인은 나침반을 보고 가지 않다가 유다서에 기록되는 저주의 대명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사울은 초대 왕으로 왕 위에 오를 때는 겸손했으나, 왕 위에 즉위한 후 2년 차가 되면서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울은 하나님에게 버림을 당하고 족보가 끊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나침반으로 삼고 가다 보니 때때로 밧세바 사건을 통해 아픔도 있었으나, 끝까지 말씀을 따라가다 보니 역사의 승자의 자리에서 여호와 닛시를 노래하게 됐다. 요셉은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미디안 장사꾼의 손에 넘어가게 되고, 보디발의 집에 노예로 팔려가고, 보디발의 아내가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게 감옥까지 가게 됐고, 떡 맡은 술 맡은 관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세월이 13년이었다. 아프고 억울하고 위증과 거짓, 모욕, 온갖 혐의를 다 뒤집어써도 입 한번 떼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데, 그가 걸어간 길 앞에는 말씀이 있었다.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란 말에 사울 왕이 다윗을 사위인데도 3천명의 군사를 풀어서 다윗을 죽이려 하지만, 다윗은 어떤 경우에도 원망과 불평, 비판과 정죄를 하지 않았다. (다윗은) 오히려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을 죽일 기회가 왔으나 '여호와의 기름 부은 종을 내가 어찌 손대랴' 하고 옷자락 하나 잘라냈다. 사울로 하여금 돌이키게 한 역사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다윗이 보는 것은 말씀의 나침반이었다”

서 목사는 유다서 1장 10절에서 11절 말씀을 읊은 후, 루벤스의 작품 ‘시몬과 페로(노인과 여인)’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손과 발이 묶인 반라의 노인이 젊은 여성의 젖을 물고 있는 루벤스의 작품을 가리키며 “이 작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음란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아는 사람은 입을 떼지 않는다”면서 “내용을 알지 못하면 외설이나 내용을 알면 예술이다. 내용을 알지 못하면 춘화도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저건 성화”라고 했다. 또 덕이 되지않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것 같으면 침묵하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명성교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성도들끼리 말을 주고받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교회를 잘 섬길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 원로목사가 읊은 유다서의 말씀은 교회와 목사에 대해 비판하면 멸망하고 화를 받게 된다는 말씀이 아니라, 거짓 교사들의 죄악이 폭로되는 내용이다. 

“이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그 알지 못하는 것을 비방하는 도다. 또 그들은 이성 없는 짐승같이 본능으로 아는 그것으로 멸망하느니라. ‘화 있을진저 이 사람들이여, 가인의 길에 행하였으며 삯을 위하여 발람의 어그러진 길로 몰려갔으며 고라의 패역을 따라 멸망을 받았도다”  (유다서 1장 10절에서 11절)

서 목사는 “(명성교회는) 1980년 7월 6일 설립해 40년 세월이 (흘렀다)”며 “(명성교회) 40년 역사를 통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한 부분을 보고 명성교회를 함부로 디자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원로목사님의 세월은 오직 주님이 이 어르신의 삶이었고 신앙이었고, 목회였다”고 평가했다. 

또 “풍랑 없는 역사가 어디 있으며 바람 없는 역사가 어디 있게나”라며 “(명성교회가) 말씀의 나침반을 보고 오다 보니 40년을 왔고, 이 저녁에도 빈자리가 없도록 하나님을 찬송하는 우리가 되었다. 내가 지금 여기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율 브린너(영화배우)의 머리를 때리면 목탁 소리가 나고, 칸트의 머리를 때리면 철학이 나오고 김삼환의 머리를 때리면 오직 주님만 나온다”라며 “여러분의 머리를 때리면 감사만 나온다. 지금도 명성을 향하여 바람이 부나 관계 없다”고 했다. 서 목사가 명성교회와 김삼환 원로목사를 칭송할 때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그는 강단에 서자마자 자신이 미자립교회에 자비량 선교를 하느라 얼마나 바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서 목사는 “내가 12월 한 달은 베트남 사이공에서 목사님이 안 계시는 교회에서 사역했고, 1월 2일부터 신년축복성회하고, 토요일에 포항에 가서 중앙교회에서 신년 첫 주일 예배를 드리고, 그다음에 여수로, 창원으로 다녔다”면서 “이 늙은 영감이 운전해서 전국을 다니면서 8명 앉혀놓고 3일 부흥회 해보라. 바퀴벌레가 나오는 모텔에서 잠을 자고, 한번은 모텔도 식당도 없는 곳에 6시간 반을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잠을 잘 곳이 없었다. 그래서 94세된 여집사님이 살다가 돌아가신 집을 청소해서 나흘을 잤다. 냄새가, 냄새가 나는데도 향기로운 냄새로 다가오니 사도바울이 말씀하신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를 이제야 체득하고 산다”고 했다. 설교의 말미에는 “교회는 관용과 사랑이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19일 ‘원로장로 추대예식과 항존직 은퇴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존 교인 떠나가게 만드는 교회 각성해야" 

서 목사가 설교를 마친 후에는 ‘원로장로 추대예식과 항존직 은퇴식’이 이어졌다. 이날 은퇴한 장로는 10명, 권사 103명, 집사는 98명에 달한다. 김삼환 목사는 더 성대하게 축하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듯, 은퇴 장로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그들의 수고를 치하했다. 

한편 명성교회는 2019년 12월 29일부터 2020년 1월 19일을 홈커밍주일 주간으로 정하고, 교회에서 영화상영회를 갖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새신자를 모집했다. 

이에 서울동노회 A목사는 “뭣 모르고 새로 오는 성도가 많으면 무엇하나, 수십년간 헌신하던 기존 교인들을 떠나게 만드는 교회는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를 떠난 B 집사는 “81년부터 명성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으나,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의 독재 세스템을 지적하며 싸우다 28년간 왕따를 당했다”며 “더 이상 싸우기도 싫다. 문제 있는 설교에 ‘아멘’, ‘아멘’하며 생각 없이 교회를 다닐 자신이 없어 교회를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소속 정 모 집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옥한흠 목사의 생전 설교를 공유하며 “나는 왜 저 절규를 듣지 못했는가, 은파(김삼환 목사)의 설교에만 빠져 있었다. 내가 이단이라, 맹신도라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썼다. 뒤늦게 명성교회의 문제를 깨닫게 된 스스로를 질책한 것이다. 정 집사가 SNS에 공유한 옥 목사의 설교 내용은 아래와 같다. 

“로렌 커닝햄 여러분 아시잖아요. 20세기의 선지자입니다. 그만큼 능력있고 신실한 선교사가 어디 또 있어요? 그분이 한국을 다녀간 후 작은 기도회 모임에서 자기 속에 있는 얘기를 한 거예요. '이번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교회가 너무 돈을 사랑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너무 음란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로렌 커닝햄이) 한 가지 못 본 것이 있어요. 한국교회 너무 거짓말 잘해요. 거짓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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