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속았다' 노사모 성명서 있었다?

불법·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의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됐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든 건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라고 주장해 국민적 공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씨는 지난 14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교계 지도자 조찬기도회 강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든 건 노사모의 ‘우리도 속았다’는 성명서였다”라고 허위 주장을 했다. 전 씨는 또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과정을 설명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듯, “여러분도 코너에 몰리거든 자살하라, 자살하면 전부 자기편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문재인 독재자’ 외치던 전광훈 “문재인 자살할까봐 겁난다”

전 씨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 지지부진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보챈다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광훈 씨는 지난 연말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D-day를 수차례 변경해 왔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전광훈, 너 오라는 대로 다 갔고, 더운 날씨에 더위를 이기며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하자는 대로 매주 토요일 되면 무조건 돈 3만원 내고 버스 타고 전국에서 다 왔는데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 안 되잖아, 너 문재인 못 끌어냈잖아. 내 너한테 속았어’ 이런 사람들이 벌써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 때문에 6:4로 지형이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 때문에 보수우파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전 씨는 이어 “그럼 빨리 4.19식으로 청와대 들어가서 전투경찰 싸워가지고 문재인 끌어내야지 왜 행동 안 하냐 그러는데, 이걸 놓고 지휘부가 얼마나 고민을 하겠느냐”며 “그런데 만약에 폭력을 하거나 청와대(에) 그렇게 진입하면 우리가 진다”고 말했다. 

무리한 청와대 진입할 경우 지게 되는 이유는 “국민이 꼭 약자 편을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광화문 태극기 세력이 현 정권보다 충분히 힘이 강하지만 폭력 행동을 할 경우 국민 여론이 돌아설 수 있어 자제한다는 설명이다. 전 씨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문재인 정권이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이라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전 씨는 이날 “나는 우리가 폭력을 하는 건 고사하고 문재인이가 스스로 자살할까 봐 제일 겁난다. 저거 자살하면, 노무현처럼 부활해 버린다”는 주장을 폈다. 

 

전광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도 몰랐는데... 

노무현대통령이 18일 오전 청남대에서 아침산책 도중 미니골프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03.4.18 (사진=연합뉴스)

전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퇴임 이후 “60억 횡령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봉화마을 출발할 때 ‘조사 잘 받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조사받고 돌아온 뒤 ‘여러분 조사 잘 받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이 두 마디하고 그다음 날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좌파들은 검찰이 인격적 모독을 해서 자살했다고 뒤집어씌우지만 그게 아니다. 노무현을 자살시킨 건 노사모다”라고 했다. 

전 씨는 또 “노무현이 대통령 그만두고 나와서 600만불 받은 건 사실이다. 노무현이 받은 건 아니고 그 부인 권양숙이 몰래 받았다. 노무현이 조사받으러 출발할 때와 조사받고 돌아왔을 때 그 사이 언론 한번 검토를 해보라. 노사모에서 ‘우리도 속았다’는 성명이 하나 나왔다. 이 말이 노무현을 자살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국민으로부터 돌을 맞아도 그건 참을 만한데 자기를 종교적 신념으로까지 추종했던 바로 노사모 그 애들이 ‘우리도 속았다’(라고 한 것이다.) 이 말에는 더이상 인간이 살 의미가 없는 거다. 그래서 뛰어내려 자살한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살하니까 바로 어떻게 됐나? 그 노사모 애들이 우리 노무현 누가 죽였어? 이렇게 나온 거다. 반대로 뒤집어서. 그래 여러분들도 코너에 몰리거든 자살하라. 자살하시면 전부 자기편으로 돌아온다. 나는 문재인이가 계속 저렇게 하다가 우리 광화문 시민혁명에 몰리면 나는 자살할까 봐 제일 겁난다”고 했다. 

그러나 전 씨의 주장과 달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 전후로 노사무에서 발표한 성명서는 없었다. 

전 씨가 언급한 ‘우리는 속았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은 물론, 그 어떤 노사모 성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둔 전날 저녁 노사모 회원들은 김해 봉화마을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했고, 이튿날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들고나와 그를 배웅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노사모 활동을 한 백은종 대표(서울의소리)는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전광훈 씨가 말하는) 그런 성명서는 없었다. 노사모 활동 회원 중 일부가 배신하고 대선 때 창조한국당으로 간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들 중에 개인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광훈이 말하는 그런 성명서를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 만일 그런 성명서가 나왔다면 나부터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노사모 활동을 한 이완규 대표(이프레스)도 ‘전광훈 씨가 언급한 노사모의 ‘우리도 속았다’는 성명서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뜬금없다는 듯 “전혀 기억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평화나무>가 전 씨에게 노사모의 '우리도 속았다' 성명서 주장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전 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조사받고 돌아온 이튿날 자살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받은 날은 2009년 4월 20일이고, 서거일은 같은 해 5월 23일이다. 

한편 전 씨는 위와 유사한 발언을 지난해 9월 15일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 주일 예배 설교(생각의 통로 13)에서도 했다. 

당시 그는 “노무현이 자살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기도하는 나만 안다”며, “노무현이 수사 받은 그 날 자기를 종교적 지도자로까지 추종했던 노사모가 ‘우리도 속았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그들에게 버림당한 사실에 참을 수 없어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모는 지난해 9월 23일 입장문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노사모 내의 모든 조직은 해체하고 관련 기록과 운영비, 서버를 모두 노무현재단에 기증함으로써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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