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16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2학년 1반 수진 아빠), 정부자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장 (2학년 6반 호성 엄마), 박성화 씨 (2학년 9반 은정 엄마)

"세월호 당시 해경 지휘부 전원 무죄 …말단 책임자만 처벌받고 끝나"

"해수부는 안산시 핑계 대고 안산시는 해수부 핑계 대고 그런 상황에 안산시는 '힘이 없다. 국무조정실이라든가 기재부에서 어떻게 해 줘야지 우리가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생명안전공원 담당) 공무원들이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에 한 번씩 바뀌어 버리죠"

다가오는 2024년에 세월호 참사는 곧 1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 아직도 황량한 부지로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생명안전공원까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듣기 위해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종기 운영위원장 (사진=평화나무)
발언하고 있는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평화나무)

Q. 많은 시민분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김종기 : 일반 국민이라도 배 안에 사람이 있고 그 배가 가라앉으면 죽는다는 건 다 압니다.  선원이 나오라는 방송을 안 했다면 구조하러 간 해경이 했어야 되는데 안 했단 말이죠. 그랬던 해경 지휘부가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무죄가 나왔고,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특별수사단이라고 꾸렸지만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임관혁 수사단장이 세월호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수사를 못하더라도 해경에 대해서만큼은 유가족들이 여한이 없게끔 수사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수사하면서 2014년 검경합동수사단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죠. 말단 책임자 한 명만 처벌받고 끝난 거예요.

선체는 2017년도에 인양이 됐지만, 침몰 원인에 대해선 당시 선체조사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내부의 요인으로 해서 침몰했다'와 '외부의 어떤 충격으로 침몰했다'는 두 가지 가설만 보고서로 남기고 조사를 종료했습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3년 6개월간 조사를 했음에도 똑같이 두 가지 결론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Q. 이번 정권에서 재수사를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김정기 : 이 정권에서는 세월호를 지우려고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정권에서 다시 세월호를 재수사·조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서울시 의회 앞에는 세월호 기억관이 있는데 그걸 강제로 철거하려는 서울시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7월 17일까지 계고장 기간이 끝났고 지금 (서울시가) 강제 철거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에 아파해서 광화문에 분향소를 세운 걸 기업관으로 바꿔서 지금까지 유지해 오는 동안, 시민들의 공간이자 소통, 교육 그리고 공감의 공간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반대하는 서울시의 정치적인 결정이 저희는 매우 잘못됐다고 봅니다. 팽목에 있는 기록관도 마찬가지고요.

정부자 추모사업부장 (사진=평화나무)
정부자 추모사업부장 (사진=평화나무)

Q. 생명안전공원의 현 상태가 어디까지 진전이 됐나요?

정부자 : 저도 생명안전공원 건설 진행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일단 2021년도에 국제 공모전으로 1등 당선작이 선정되고 1년 동안 그 작품 예산이 얼마나 될 것인가 용역을 맡기는 절차가 있었는데 그게 예산이 500억이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생명안전공원의 건축 예산을 20% 삭감해서 예산을 500억 원이 넘지 않는 선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조율하는 1년 사이에 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는 바람에 다시 예산이 500억이 넘어가 버린 거예요. 기재부에서는 500억이 넘어갔기 때문에 적정성 조사를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그 적정성 조사 과정에 있습니다.

Q. 그런데도 생명안전공원의 건설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정부자 : 해수부는 안산시 핑계 대고 안산시는 해수부 핑계 대고 그런 상황에 안산시는 “힘이 없다. 국무조정실이라든가 기재부에서 어떻게 해 줘야지 우리가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생명안전공원 담당) 공무원들이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에 한 번씩 바뀌어 버리죠.

그래서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면 업무 파악을 하다 보면 두세 달은 까먹는 상황이고 또 일을 할 만하면 또 어디로 가버리고 추모부서장을 2018년도부터 맡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너무 바뀌어서 거기서 지쳐버리고 이것을 진짜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본인들이 생명안전공원에 일을 하면서 나 때만 아니면 된다는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또 팀장이 6개월 만에 바뀌어서 어제 인사를 하러 왔더라고요. 그렇지만 엄마의 입장이니 부탁만 했어요. 그런데 이런 현실이 우리 아이들이 옆에 있는데 짜증 난다고 하면 그렇고 너무 속상하죠.

Q.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함께 힘을 실어드리고 연대할 수 있을까요?

정부자 : 시민분들께 그 부탁을 좀 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만큼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 단원고가 보이는 곳, 아이들이 살았던 동네가 보이는 곳, 이곳에 데려오고 싶은데, ‘어떻게 됐냐?’라는 따뜻한 질문을 하면 그런 관심이 시민분들에게 많이 있으면, 반대하시는 분들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시민분들께서 안산시 홈페이지에 생명안전공원은 올해 5월에 공사한다던데 공사를 하고 있는지, 내년에는 공사가 진짜 제대로 되는 건지 그런 질문을 조금 글로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Q. 세월호를 겪었던 세대들이 최근 이태원 참사로 다시 희생되는 비극이 일어났는데, 참사를 겪은 이 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정화 : 남아있는 그 또래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다음으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좀 더 밝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세대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되게 어둡게만 사는 거 같아서 그게 좀 가슴이 아픈 것 같아요. 다른 연배보다도 97년, 98년생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 몫까지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중에는 그 아이들 세대에서 대통령까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Q.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정화 : 저희는 모든 참사는 기억해야지만 그런 참사가 반복이 안 된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그래서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았던 그 아이들이 정말 안전한 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는 계속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이제 자라는 새싹 그 아이들 또한 조금 더 좀 기억하면서 그 아이들이 정말 참담하게 피해를 입었던 걸 기억해야지만 ‘나는 똑같은 참사가 반복되면 그때 나는 이래야 하겠구나’라는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사진=평화나무)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사진=평화나무)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정기 : 우리 유가족들은 국민이 죽어야 되는 사회가 되지 않게,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0년을 싸워왔습니다. 저희가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함께 참사가 일상이 안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시민분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분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고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부자 : 내년에도 선거가 있잖아요. 선거 때 이용당하지 않고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올해 안에 감리업체 선정되고 건설업체 공사업체 선정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것까지 안 되면 내년 4월 10날 선거인데, 또 아이들 공간이 혐오스러운 공간으로... 후보자들이 아이들의 공간에 공약을 거는 그런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박정화 : (세월호 세대의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기죽지 말고, 따뜻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루지 못한 꿈들을 이루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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