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문재안하야범국민투쟁본부 광화문 집회, MBC 취재 방해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8일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전광훈 총괄대표)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규모가 확연히 줄어 있었다. 참가자 숫자는 줄었으나 통제되지 않는 상황은 여전했다. 집행부 관계자는 마이크를 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집행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참가 규모에 따라 도로 점용을 더 허가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일순간 한 사람이 통제되지 않은 도로로 진입하자 다른 참가자들도 우르르 몰려와 자리를 펴고 앉았다.

집행부 관계자는 “한 사람도 다쳐서는 안 된다”며 집행부의 통제만 따르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다시 도로 밖 인도로 물러났다.

집회 시작 전 집행부 관계자는 ‘불손 세력’과 충돌하지 말고 경찰이나 순국결사대에 인계하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흥분한 일부 참가자에게 공지는 소용없었다.

MBC 취재진에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사진=평화나무, 2020.02.08.)
MBC 취재진에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사진=평화나무, 2020.02.08.)

집회장 바로 앞 펜스로 둘러싸인 공간은 우파 유튜버들의 자치였다. 방송사 취재진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촬영 장비를 설치했다. MBC 취재진이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MBC 카메라를 확인한 집회 참가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격분하여 달려들었다. 태극기, 성조기, 십자가, '문재인 체포', '우한 폐렴 당장 입국 금지 시켜라' 등이 적힌 자유통일당 응원 피켓을 한꺼번에 들고 오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카메라에 다가가 얼굴과 손, 태극기 등으로 렌즈를 가리거나 촬영 장비를 건드리는 등 취재를 방해했다. 한 남성은 마스크를 쓴 채 초상권을 내놓으라며 기자의 뒷목을 잡거나, 옷깃을 잡아채 당기기도 했다.

기자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초상권을 내놓으라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 경찰이 만류하고 있다.(사진=평화나무, 2020.02.08.)
기자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초상권을 내놓으라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 경찰이 만류하고 있다.(사진=평화나무, 2020.02.08.)

참가자들은 MBC 취재진을 둘러싸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은 “찍지 마”, “MBC 물러가라”, “나라 말아먹는 MBC”, “사실 왜곡 보도하는 언론은 필요 없어”라고 소리쳤다. “공산당”, “빨갱이”라는 용어도 튀어 나왔다. 

그런데도 순국결사대는 충돌을 말리기보다 팔짱을 끼고 방관하거나, MBC 취재진을 역촬영했다. 또 인근 촬영자의 팔을 잡고 소속이 어디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시국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됐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걸 다 방송해라”, “문재인을 처형하라”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과 MBC를 묶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공산주의 하고 있는데 (MBC 소속 언론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왜 사실을 왜곡 보도하고 있냐고? 왜 거짓 보도하고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사진=평화나무, 2020.02.08.)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 참가자.(사진=평화나무, 2020.02.08.)

집행부가 국민의례를 한다고 했지만 몇몇 참가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모두가 연단의 태극기를 향해 멈춰 서 애국가를 부르는데도, 일부 참가자들은 MBC를 광화문 광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막무가내로 취재진을 따라다녔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는 경찰의 만류에도 취재진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경찰이 막아서면 경찰을 밀치며 틈을 찾아 비집고 취재진에 달려들거나, 경찰의 시야 뒤로 돌아가서 취재진을 때리기도 했다. 취재진의 신체를 밀치거나 가격하고, 가방끈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는 “또 오기만 해봐. 빨리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기자는 여러 번 맞은 팔이 얼얼하다는 듯, 툭툭 털어냈다. 

MBC 취재진은 결국 경찰이 집회장 한 켠에 마련된 펜스를 열어줘 연단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당일 MBC 뉴스에는 해당 현장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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