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부가 검찰 중립을 보장했느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발언했다.

당시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과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례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 ‘쿨’한 정부였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윤 총장의 답변은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이중 잣대를 들이대온 검찰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 준 까닭이다. 

그리고 여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대변하기에 딱 좋은 인물이 있다. 각종 비리에 연루돼 온갖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며 이득을 챙긴 검사 출신 홍만표 변호사다.

1959년 6월 9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태어난 그는 사법시험 27회 합격, 사법연수원 17기로 수료한 후 1991년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유독 평검사 시절부터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오너 비리 등 굵직한 사건 수사에 참여한 그는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으로 꼽혔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 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여야 정치인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이 사법처리된 한보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시절에는 이인규 중수부장의 지휘를 받아 '박연차 게이트'를 담당했다. 

조직 내에서는 “홍만표 반만 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검찰 조직을 떠난 것은 2011년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은 때였다. 홍 변호사는 당시 검찰 측 실무 총책임자로서 검경수사권 최종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유능한 간부를 잃었다는 탄식까지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은 그를 능력 있는 검사 홍만표로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전관예우의 끝판왕을 보여준 전설적인 인물로 각인됐다. 부동산 투기부터 대기업 막후 변론까지 홍 변호사의 통 큰 불법은 그야말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온 국민에 경악 선물한 전관 변호사 홍만표  
법조인 소득 1위, 탈세도 밥 먹듯...입김 한번 불면 ‘무혐의’

홍 변호사에 대한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첫 단추가 된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다. 홍 변호사는 2014년과 2015년 전관의 직위를 이용해 거액의 수임료를 챙겨 받고 해외 원정 도박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정운호 대표가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데는 홍만표의 입김이 있었던 것.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을 시작으로 수임 비리, 탈세 등 홍 변호사의 불법행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홍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 개업 초반인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억원에 가까운 소득 신고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사업자 중에서는 랭킹 15위를 기록했다. 홍 변호사가 현직 검사장을 지내던 2010년 말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 등록한 재산이 13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소득 증대가 단숨에 이뤄진 셈이다. 물론 2014년부터는 연간 소득은 30억원 정도로 축소됐다. 신고 액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도 석연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변호사가 신고 없이 사건을 몰래 변호하면서 수임료를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동양그룹 1조33000억원대 사기성 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피해를 주고 회삿돈 1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사건, 2조 원대 분식회계와 배임(2841원)·횡령(557억원) 혐의를 받은 강덕수 전 SKT회장 사건, 1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고 재무제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2015년 수사를 받은 한인수 전참엔지니어링 회장 사건,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 저축은행 회장 사건, 이규태 일광공영 방산비리 사건, 전군표 전 국세청장 CJ로비 뇌물수수 사건 등에 모두 홍 변호사가 연루됐다. 적게는 2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선임계를 신고하지 않고 변론했다고 밝혀진 건만 62건에 달한다. 홍 변호사는 이 같은 방법 등으로 수임료 34억5600만원 상당의 소득 신고 누락으로 세금 15억5000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의심도 받았다. 

홍 변호사의 대범한 탈세는 이뿐이 아니다. 그는 2013년 부동산업체를 설립했다. 부동산 업체는 서너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주 수입원은 약 250개의 오피스텔과 아파트형 공장을 매입하거나 위탁받아 임대하는 일이다. 그 부동산 53개가 홍만표 변호사 부부 소유의 부동산이다. 홍만표 변호사의 처형과 사무장 전 씨도 각각 자신들의 명의로 돼 있는 10개 안팎의 부동산에 대한 관리를 그 회사에 맡겼다.

홍만표 변호사 부부는 그 회사에 맡긴 부동산에서만 연 3억3000만원에서 4억4000만원 정도의 임대소득을 올린 것으로 의심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 회사가 홍 변호사의 불법 수임료를 은닉하거나 세탁, 세금을 포탈하는 창구로 쓰였을 가능성이다. 결국 홍 변호사는 2017년 3월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위반 등으로 제명조치 됐고, 2016년 징역 2년 실형까지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이미 만기 출소했다. 

홍 변호사의 은밀하고 부당한 거래들은 비단 개인의 일탈에 불과했을까?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당시 한 보도 채널에서 ‘홍만표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은 법조 비리가 아니라 검찰 비리”라며 이 문제가 전관의 문제가 아니라 현관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홍 변호사의 부당거래 의혹을 모조리 파헤치면 현직 검사들이 직무유기, 직권남용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찰 것이란 과거 발언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 이 기사는 최신정보 4호에 실린 기사로 2019년 10월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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